가슴 뭉클한 옛날 이야기 사계절 저학년문고 9
김장성 / 사계절 / 199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호랑이 형님'의 줄거리는 널리 알려져 있다. 산골에 능청스럽고 꾀 많은 나무꾼은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는데 산 속에서 나무를 하러 갔다가 호랑이를 만나게 된다.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나무꾼은 호랑이를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호랑이로 변해 돌아 오지 못하는 형님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 날부터 보름에 한 번씩 나무꾼의 집 앞에 산돼지가 죽은 채 놓여져 있어 나무꾼은 그 산돼지를 요리하여 어머니께 드렸다.

몇 년 뒤 나무꾼의 어머니가 돌아 가신 뒤 더 이상 산돼지를 놓여 있지 않았고 산 속에서 나무꾼은 새끼 호랑이들이 꼬리에 누런 베 헝겊을 묶은 것을 본다. 새끼 호랑이들에게서 자신의 아버지가 원래 인간이었는데 호랑이로 변해 집에 돌아 가지 못하고 보름마다 산돼지를 잡아 집 앞에 놓았으며, 얼마 전 어머니가 돌아 가신 후 굴 속에 들어가서 날마다 울다가 죽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러자 나무꾼은 진짜 사람의 아들인 자기보다 호랑이가 더 효자라고 하며 호랑이 형님의 시체를 가져다 어머니 산소 곁에 고이 묻어 주고 진짜 형님에게 하는 것과 똑같이 해마다 제사도 지내 주었다고 한다.

얼마 전 텔레비젼에서 병든 노모를 서로 모시기 싫어하고 미루다가 아들과 노모가 한 여관에서 음독 자살했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사실 충격적인 얘기도 아니다. 거동도 못하는 노인을 빈 집에 두어 영양실조로 죽게 만든 얘기, 효도 관광 이랍시고 제주도에 내버리고 돌아 온 얘기, 심지어 돈 때문에 부모를 죽인 얘기 등 등 늙고 병든 부모를 짐짝처럼 내버리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런 보도들을 익숙하게 접하다가 '호랑이 형님'을 읽고 나니 인간이 동물보다도 못한 존재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며 인간만이 유일하게 예의를 아는 존재라는 것은 인간 중심 주의에서 나온 독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한문 시간에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가만히 두지 않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려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樹欲靜而 風不止 子欲養而 親不待)' 문구를 배운 적이 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세상 사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수록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각틋해진다.

효도는 누가 시켜서 혹은 책에 나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 것도 갖지 못하고 태어난 그 순간부터 한없이 깊고 넓은 사랑을 주신 분들이 바로 부모님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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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돌공 2005-10-19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하나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