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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나쓰키 시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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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평범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다름과 자기 수용을 묻는 서늘한 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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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과 확연히 다른 사고방식 탓에 언제나 별종 취급을 받는 고등학생 고이치. 그는 무리에 섞이고자 필사적으로 보통의 삶을 갈망한다. 하지만 정해진 정답만을 요구하는 교실에서 결국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을 참지 못하고 터뜨리며 또다시 비웃음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런 고이치의 눈에 들어온 완벽한 구원자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학생들에게 한없이 다정하고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교감하는 모두의 우상 담임 선생님 니키다. 하지만 완벽한 정상인의 표본 같은 이 교사의 가면 뒤에는 경악스러운 비밀이 숨겨져 있다. 모두가 존경하는 어른 니키의 진짜 정체는 롤리타 콤플렉스라는 비틀린 본성을 억누른 채 몰래 미성년자 성인 만화를 그리며 은밀하게 욕망을 해소하는 인물이었던 것.

절대 세상에 들켜서는 안 될 끔찍한 본성을 숨긴 채 다정한 선생님을 연기하는 어른과 평범해지고 싶지만 끝내 배척당하고 마는 별종 제자. 위태로운 두 사람의 만남은 과연 어떤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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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평범해야 한다는 폭력적이고도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한다. 이 책은 우리가 숨 쉬듯 당연하게 여기는 그 평범함이라는 기준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숨 막히는 올가미가 될 수 있는지 차분하면서도 서늘하게 파헤친다.

고이치는 학교에서 늘 우주인 취급을 받는다.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철저히 배제되는 그는 어떻게든 튀지 않으려 발버둥 친다. 좋아하지도 않는 노래를 억지로 듣고 타인의 감정을 흉내 내는 그의 어설픈 연기는 매번 실패로 끝나고 짙은 외로움만을 남긴다. 타인이 규정한 이상함이 무엇인지조차 온전히 자각하지 못해 무력감에 빠지는 고이치의 모습은 묘한 공감과 먹먹함을 자아낸다. 가족조차 독특하다는 프레임으로 그를 밀어내며 그 누구에게도 온전히 이해받지 못하는 소년의 고립감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반면 담임인 니키는 사회가 요구하는 완벽한 훌륭한 어른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다. 그러나 사실 그는 절대 세상에 드러내서는 안 될 위험한 본성을 타고난 인물이다. 그가 다정하고 완벽한 선생님으로 군림할 수 있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현실에서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자신의 진짜 모습을 짓누르며 뼈를 깎는 연기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결코 니키의 위험한 본성을 옹호하지 않는다. 다만 다수가 정해놓은 정상이라는 견고한 테두리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들과 다른 이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자신을 지워내야만 하는지를 묵직하게 조명할 뿐이다. 다수결의 사회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철저히 감춰야 할 치명적인 약점이며 보통 사람들의 무리에 섞여 들어가는 일은 매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갉아먹는 아슬아슬한 생존 게임과 같다.

책장을 덮고 나면 묵직한 질문 하나가 마음에 내려앉는다. 과연 이 세상에 완벽하게 평범한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존재할까.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이상하고 뾰족한 모서리를 억지로 깎아내고 숨긴 채 그저 평범한 척 연기하며 아슬아슬하게 세상을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타인의 다름을 향해 무심코 던지는 시선의 무게와 진짜 나를 숨기고 살아가는 쓸쓸함에 대해 깊은 여운을 남기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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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게는 아직 부족한 게 있어.” (중략) “그래요? 좀 가르쳐 주실래요?” “자신을 좋아하는 것.” -p.264

자신을 좋아하는 것.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는 따뜻한 위로이자 동시에 언제 어디서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매 순간 엄격한 감시자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서늘한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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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함은 안전망인가, 폭력인가?

🔦 당신은 무리에 섞이기 위해 진짜 자신의 모습을 숨기거나 억지로 평범함을 연기해 본 적이 있는가?

🔦 다수가 정한 평범함이라는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타인을 배척하는 사회는 과연 정당할까?

🔦 자신의 치명적인 본성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니키의 삶은 위선일까, 아니면 처절한 투쟁일까?

🔦 우리는 타인의 이상함을 얼마나 쉽게 교정하려 드는가?

🔦 당신은 스스로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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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해피북스투유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니키 #나쓰키시호 #해피북스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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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윌북 클래식 브론테 세 자매 컬렉션
에밀리 브론테 지음, 박찬원 옮김 / 윌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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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소모해버린 두 영혼의 가장 잔혹한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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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친 바람이 몰아치는 황야의 저택 워더링 하이츠. 이곳에 고아 소년 히스클리프가 발을 들이며 거대하고 잔혹한 비극의 서막이 오른다. 저택의 딸 캐서린과 영혼을 나누는 깊은 사랑에 빠지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결국 안락하고 교양 넘치는 이웃 저택의 남자를 선택해버린 캐서린. 깊은 배신감을 안고 황야를 떠났던 히스클리프는 몇 년 뒤 막대한 부를 거머쥔 채 돌아온다. 자신을 짐승처럼 학대하고 유일한 빛이었던 사랑마저 앗아간 두 가문을 향해 숨 막히는 복수를 시작하는 히스클리프.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의 감정과 지독한 원한이 뒤엉킨 이 파멸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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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을 단순한 고전 로맨스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폭풍의 언덕>은 사랑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이 얼마나 파괴적이고 비이성적인 힘으로 변질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워더링 하이츠와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라는 두 공간의 대비는 이 소설의 핵심 구조다. 거친 바람이 몰아치는 언덕 위의 집은 길들여지지 않은 본능을 상징한다. 반면 계곡 아래의 저택은 교양과 질서, 체면이라는 문명의 얼굴을 드러낸다.

캐서린은 이 두 세계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녀의 영혼은 히스클리프에게 있으나 현실의 선택은 에드거를 향한다. 그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캐서린의 선택은 단순한 배신이 아니라 자기 부정이다. 자신의 본성을 억누른 대가로 그녀는 스스로를 파괴하고 히스클리프 역시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밀어 넣는다.

히스클리프의 복수는 단순한 질투의 결과가 아니다. 그는 어린 시절 사랑과 멸시를 동시에 경험했다. 언쇼 씨의 애정과 힌들리의 학대는 그의 내면을 찢어 놓았다. 거기에 캐서린의 모순된 태도까지 더해지며 그의 감정은 폭발한다. 다정함과 냉대가 반복되며 그는 결국 선택한다. 차라리 내가 먼저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읽는 동안 히스클리프를 미워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악인이지만 동시에 피해자다. 그의 광기는 사회적 차별과 감정적 결핍이 빚어낸 결과다. 브론테는 그를 낭만적 영웅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소설은 사랑의 미화가 아니라 사랑의 본질을 묻는다. 체면과 신분을 택한 선택이 과연 안전한가. 억눌린 본능은 어디로 가는가. 폭풍은 멈추지 않고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그리고 끝내 남는 것은 복수도 승리도 아닌 소모된 삶의 잔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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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듯이 방 안을 둘러보았어. 캐서린이 내 곁에 있는게 느껴졌고 거의 보이는 것만 같은데도 볼 수가 없더라고! (중략) 살아 있을 때도 종종 그랬듯이 캐시는 죽어서도 내게 악마 같은 짓을 했어. 그 이후 나는 견기디 힘든 고문에 희롱당하며 살아왔어! 지옥이었어! -p.490

천국과 지옥을 끊임없이 오가며 스스로 붕괴할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의 처절한 절규이자 사랑이라는 이름의 가장 지독한 저주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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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스클리프를 광기 어린 복수귀로 만든 가장 큰 원인은 힌들리의 학대일까요 캐서린의 변심일까?
🔦 체면과 신분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억눌린 본능을 어떻게 해소하며 살아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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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윌북 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폭풍의언덕 #에밀리브론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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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자들 환상문학전집 8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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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행성의 실험을 통해 자유와 소유의 본질을 해부하는, 사유를 강제하는 SF문학의 영원한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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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두 개의 쌍둥이 행성이 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어 풍요롭지만 빈부격차와 계급이 극명한 '우라스', 그리고 그 체제에 반발한 혁명가들이 떠나와 건설한 척박한 사막의 행성 '아나레스'. 아나레스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오도니안'이라 칭하며 소유와 권력이 없는 평등한 유토피아를 꿈꾼다.

그렇게 200여 년, 서로를 향한 문을 굳게 닫아건 채 단절된 두 세계. 아나레스의 천재 물리학자 쉐벡은 이상주의적 공동체마저 고인 물처럼 썩어가고 있음을 직감한다. 그는 두 세계를 가로막은 거대한 벽을 허물기 위해 동료들의 비난을 뒤로하고 목숨을 건 우라스행 우주선에 몸을 싣는다. 과연 풍요의 땅 우라스는 그가 꿈꾸던 해답을 줄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감옥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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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단순한 SF 소설이 아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소유와 무소유의 대립을 넘어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벽'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작가는 짓궂게도 이 책에 '애매모호한 유토피아'라는 부제를 붙였다. 소유가 없는 천국처럼 보이는 아나레스조차 시간이 흐르자 '관습'과 '여론'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에 갇혀 서서히 경직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쉐벡은 이 모순을 깨뜨리기 위해 기꺼이 경계인이 되기를 자처한다. 그는 아나레스의 배신자라는 낙인을 감수하고 적들의 행성인 우라스로 향한다. 이곳에서 쉐벡이 마주한 것은 화려한 풍요 속에 감춰진 빈곤과 차별, 그리고 개인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국가주의의 음모였다.

소설을 관통하는 쉐벡의 사상은 지극히 도교적이다. 그는 미래의 거창한 혁명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다. "수단은 그 자체로 목적"이라는 그의 신념처럼 올바른 과정만이 올바른 결과를 낳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우라스에서 완성한 획기적인 물리학 이론인 '앤서블'을 돈이나 권력으로 바꾸지 않고 전 우주에 대가 없이 공개해 버린다.

쉐벡은 빈손이었기에 누구보다 자유로웠다. 무언가를 소유하려 드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가두는 벽을 쌓게 된다는 것을 그는 온몸으로 증명한다. 결말에서 쉐벡은 다시 척박한 고향 아나레스로 돌아간다. 화려한 성공도 영웅적인 환대도 없는 귀환이다. 하지만 "진정한 여행은 돌아옴이다"라는 문장처럼 벽을 넘어본 그는 이미 떠나기 전과 다른 존재가 되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벽을 마주한다. 타인과의 벽, 내 안의 편견이라는 벽,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의 벽. 이 책은 그 단단한 벽을 무너뜨리는 힘이 거창한 무기가 아니라, 움켜쥔 손을 펴는 '빈손'의 용기에서 나온다고 말해준다. 고여있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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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남자와 여자들은 자유로우니까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기에 자유롭지요. 그리고 당신들, 소유자들은 스스로도 소유물이에요. 모두가 감옥에 갇혀 있어요. 각각이 외롭게, 혼자서, 소유물 더미와 함께. 당신들은 감옥에서 살고, 감옥에서 죽어요. 내가 당신들 눈 속에서 볼 수 있는 건 그게 다예요. 벽이요, 벽!” -p.281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건, 결국 나 자신도 그 물건의 소유물이 되어버린다는 섬뜩한 통찰. 우리가 쌓아 올린 부와 명예가 실은 우리를 가두는 감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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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해 보이는 유토피아조차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고 경직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소유를 부정한 사회는 정말로 권력을 제거할 수 있는가?

🔦 우리는 무엇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무엇을 빼앗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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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양장 특별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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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규정한 아름다움에 상처 입은 우리 모두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위로의 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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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경제 호황이라는 거대한 환호성 뒤편. 미남 배우였던 아버지가 떠난 자리에는 못생긴 어머니와 ‘나’만이 남겨졌다. 스무 살이 된 ‘나’는 욕망의 최전선인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그곳에서 운명적인 두 사람을 만난다.

나의 멘토가 되어준 요한, 그리고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못생긴 여자’. 가장 잘생긴 남자와 가장 못생긴 여자의 기이한 연애는 세간의 비웃음 속에서도 깊어만 간다. 그러나 행복의 절정에서 그녀는 돌연 자취를 감춘다.

그녀는 도대체 왜 떠나야만 했을까. 세월이 흘러 유명 소설가가 된 ‘나’는 그녀를 찾아 독일로 향한다. 과연 그들의 사랑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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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건 보고서는 “못생긴 여자를 사랑한 미남”이라는 아주 불편하고도 도발적인 질문에서 시작된다. 80년대 백화점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거대한 쇼윈도이자 환상의 공간이다. 작가는 이 화려한 무대 위에 극단적인 외모 대비를 가진 두 남녀를 세워둠으로써 우리가 믿고 있는 ‘아름다움’이 얼마나 얄팍한 껍데기인지 심문한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 소설이 단순한 외모 지상주의 비판이나 성별이 반전된 ‘미녀와 야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사건의 핵심은 타인의 껍데기가 아닌 본질을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처절한 물음이다. 독자로서 가장 가슴 아팠던 지점은 그녀가 떠난 ‘진짜 이유’를 마주했을 때다. 세상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지금의 이 찬란한 사랑이 생활이라는 비루한 현실에 닳고 닳아 서로를 미워하게 될 미래가 두려웠기에 그녀는 이별을 선택했다. 사랑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멈춤으로써, 그녀는 그 사랑을 영원히 늙지 않는 ‘죽은 왕녀’처럼 박제하고자 했던 것이다.

작가는 이 잔혹한 사랑 이야기에 두 가지 결말을 제시한다. 하나는 사고로 ‘나’는 죽고 남은 이들이 상처를 봉합하며 살아가는 현실의 결말, 다른 하나는 기적처럼 재회하는 작가의 선물 같은 결말이다. 비록 현실은 요한과의 결혼처럼 빛을 잃은 그림자들의 연대일지라도, 작가는 “사랑은 상상력”이라는 문장을 통해 우리가 아름답다고 믿는 것은 자본이 만든 환상이며 진짜 사랑은 그 너머의 우주를 보는 힘이라고 역설한다. 세상의 기준에 의해 죽어버린 모든 왕녀들을 위한, 더없이 느리고 슬픈 위로의 춤곡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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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얼굴로 태어난 여자지만 저의 마지막 얼굴은 당신으로 인해 행복한 얼굴일 거예요.(중략) 사랑합니다. (중략)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인간만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거라고… 저 역시 스스로를 사랑하면서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사랑받음으로써 비로소 자신을 사랑하게 된 한 영혼의 고백. 스스로를 혐오했던 삶을 구원한 것은 결국 타인의 온기였다는 사실이 묵직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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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는 왜 독자들에게 현실적인 결말과 환상적인 결말, 두 가지 엔딩을 모두 보여주었을까?

🔦 그녀가 떠난 것은 사랑을 지키기 위한 용기였을까, 아니면 현실로부터의 비겁한 도피였을까?

🔦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 경험은 나를 어떻게 바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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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자이나리, 찾지 않는 이름들 안전가옥 오리지널 47
전효원 지음 / 안전가옥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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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이주 노동자를 쫓는 강렬한 미스터리이자 우리 곁 소외된 이들을 향한 애타는 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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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조명이 핏빛처럼 흐르는 마장동 축산물 시장. 산더미처럼 쌓인 고기와 부산물 사이에서 중국인 노동자 한 명이 증발하듯 사라진다. 하지만 경찰과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주 노동자는 원래 말없이 잘 사라져." 그들의 실종은 사건이 아닌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 차가운 무관심에 반기를 든 인물이 등장한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말을 잘하는 베트남 이주 여성 '부응옥란'. 그녀는 스스로 '쌈닭'이 되어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마장동이라는 거대한 붉은 미로 속으로 잠입한다.

매일 수많은 생명이 도축되어 사라지는 이곳에서 인간 하나가 흔적 없이 사라지는 건 과연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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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을 넘기는 내내 코끝에 훅 끼쳐오는 비릿한 피 냄새와 날 선 칼날의 서늘함에 압도되었다. 이 소설은 '실종 추적극'이라는 외피를 입고 있지만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가 애써 외면해온 투명 인간들의 이야기를 겨누고 있는 날카로운 사회파 미스터리다.

작가는 마장동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단순히 배경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죽은 고기를 다루어 산 사람을 먹여 살리는 이곳의 아이러니는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노동력이라는 '고기'로만 취급받는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과 잔혹하게 겹쳐진다. 등급이 매겨지고 소비되는 고기처럼 그들의 인격은 배제되고 오직 쓸모로만 평가받는다. 그래서 그들이 사라졌을 때 사람들은 걱정보다 "일손이 줄었다"는 불평을 먼저 내뱉는다. 물리적으로 사라지기 전에 이미 사회적으로 증발해버린 상태.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인간 증발'의 섬뜩한 본질이다.

제목인 '니자이나리(你在哪里)'는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를 뜻하는 중국어다. 이는 소설 속 실종자 문소평을 찾는 말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수많은 '찾지 않는 이름들'을 향한 작가의, 그리고 우리의 뒤늦은 호명이다. 한국 땅에서 한국어가 아닌 타국의 언어로 서로를 찾아 헤매야 하는 그들의 처지가 제목에서부터 서글프게 다가온다.

특히 탐정 역할을 하는 '부응옥란'의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이주 여성이지만 한국인보다 더 한국말을 잘하고 내부자이면서 동시에 외부자인 그녀의 시선은 양쪽 세계의 모순을 꿰뚫어 본다. 약자의 억울함은 결국 공권력이 아닌 또 다른 약자의 연대로만 풀 수 있다는 설정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범인을 잡는 쾌감보다는 책을 덮고 난 뒤 마주치는 수많은 낯선 얼굴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묵직한 울림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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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주민들에게 사실이라는 단어만큼 큰 함정도 없답니다. 사실을 밝히는 것만으로 누명을 벗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대단한 특권인 줄 모르죠?” -p.41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진실을 밝힐 권리'조차 누군가에게는 닿을 수 없는 특권임을 꼬집는 문장이다. 생명의 무게조차 국적과 신분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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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식탁에 오르는 노동의 결과물 뒤에 가려진 '사람'에 대해 한 번이라도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 타인의 부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과 무감각하게 반응하는 것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 '사실'을 밝히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 소설의 제목처럼 당신이 지금 "어디에 있냐"고 안부를 묻고 싶은, 잊힌 이름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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