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스크
레이 네일러 지음, 김항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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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동물 복원 이면의 위선과 오만함을 꼬집으며 진정한 생명 존중의 의미를 묻는 묵직한 생태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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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아프리카 코끼리를 밀렵꾼들로부터 지키려다 참혹한 죽음을 맞이한 동물학자 다미라. 그로부터 한 세기가 흐른 뒤 그녀의 의식은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부활한 거대한 매머드의 머릿속에 이식되어 깨어난다.

다시 숨을 쉬게 된 다미라는 인간이었던 시절의 끔찍한 기억을 바탕으로 매머드들에게 가장 인간적인 감정인 분노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오락거리로 전락해 버린 동물의 왕국에서 분노로 각성한 거대한 야수들은 과연 인간을 향해 어떤 반격을 준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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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된 동물을 최첨단 과학의 힘으로 되살려낸다는 설정은 언제나 가슴 뛰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 책은 흥미로운 유전자 복원 프로젝트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지독한 이기심과 오만함을 아주 날카롭고 서늘하게 꼬집는다. 인간의 의식을 지닌 거대한 매머드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인간이 자연을 무자비하게 파괴한다면 자연 역시 인간을 파괴할 권리가 있지 않은가라는 급진적이고도 무거운 화두를 던진다.

DNA를 복원하는 것은 가능해도 공동체의 기억과 세대의 지혜까지 되살릴 수는 없다. 매머드에게 인간의 의식을 이식한다는 발상은 생명을 돕기 위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인간 중심적 오만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다미라는 인간의 몸을 잃었으나 인간의 분노와 윤리를 지닌 채 거대한 짐승의 몸 안에서 깨어난다. 그 모순은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매머드 복원 프로젝트를 둘러싼 끔찍한 위선이다. 동물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고결한 명목 아래 막대한 자금을 후원한 부유층에게 사냥권을 판다는 설정은 현실을 정교하게 비튼다. 생존을 위해 밀렵에 나선 빈곤층과 오락을 위해 방아쇠를 당기는 부유층은 다른 위치에 서 있지만 결국 같은 총을 들고 있다. 인간은 늘 명분을 만들고 그 안에서 폭력을 합리화한다. 이 작품은 그 합리화의 구조를 드러낸다.

다만, 묵직한 주제의식과 거대한 세계관에 비해 여러 시점이 교차하는 서사의 연결고리가 다소 헐겁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책장을 덮고 나면 뼈아픈 질문이 깊게 남는다. 생명을 마음대로 살려내고 또 마음대로 죽일 권리가 과연 우리에게 있는 것일까. 약간의 서사적 아쉬움을 덮고도 남을 만큼 생명의 무게와 인간의 오만함에 대해 강렬한 성찰을 요구하는 매력적이고 서늘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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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살해는 없어요. 사냥도 없고요. 더는 없는 거예요. 다른 방법을 찾으세요. 여기 동물들에게 빼앗지 말고요. 그들은 당신들이 마음대로 뺏으라고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요.” -p.193

보호를 명분으로 사냥권을 팔아넘기는 인간의 끔찍한 위선에 가하는 일침. 자연을 끝없이 착취하려는 인간의 오만함을 벗고 진정한 생명 존중이 무엇인지 다시금 뼈아프게 되돌아보게 만드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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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을 위한 빈곤층의 밀렵과 쾌락을 위한 부유층의 합법적 사냥 중 어느 쪽의 이기심이 더 잔혹한가?

🔦 DNA 복원만으로 생물학적 부활을 이루었다고 해서 그 종이 온전히 복원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 인간이 이익을 위해 자연을 파괴한다면 자연 역시 생존을 위해 인간을 파괴할 정당한 권리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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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터스크 #레이네일러 #위즈덤하우스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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