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르샤흐 - 잉크 얼룩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다
데이미언 설스 지음, 김정아 옮김 / 갈마바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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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884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난 로르샤흐는 생의 대부분을 스위스에서 보냈다. 잉크 얼룩 검사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책을 읽고 나서 이 인물에 대해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예술과 사람의 마음을 읽는 분석에 있어서의 탁월함, 그리고 검사에 대한 자신의 신중한 접근태도이다. 

그와 같은 시대에 산다는 건 어떤 일이었을지 짐작하기도 어렵다.세계1차 대전과 러시아 혁명을 겪고, 프로이트와 융이 등장하며 정신의학과 분석에 새로운 논쟁과 관점이 막 피어나기 시작하고, 뛰어난 능력과 통찰력에도 불구하고 거의 스위스의 외진 지역에서 생활한 제약 때문에 연구할 대상과 토론할 상대의 부족함을 메꿀 수단과 방법이 없었던....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정신의학과 분석에 관한 토론과 발생의 중심지인 취리히를 가까이서 경험하고 그 일부가 되었으니.

이 책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로르샤흐 개인의 일대기를 자세히 기록한 첫 부분을 지나, 잉크 얼룩 검사가 어떻게 탄생하고 발전되었는지, 그리고 로르샤흐 본인의 사후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으로 잉크 얼룩 검사가 어떻게 발전, 적용되고 어떤 논쟁이 있었는가이다. 화가의 아들로 태어나 예술에도 타고난 재능을 가졌고, 넉넉치 않은 가정에서 태어났음에도 가족들을 챙기는 사려깊음을 지녔으며, 보는 것과 지각하는 것에 대해 지닌 비상한 관심 등이 그의 일대기에서 가장 눈에 띄었다. 로르샤흐 검사의 탄생도 무척 흥미로웠다. 잉크 얼룩으로 분석을 하려는 시도는 비록 처음이 아니었을지 몰라도, 로르샤흐 검사로 대표되고 발전된 데에는 그의 능력, 즉 고심 끝에 만들어낸 열 개의 잉크 얼룩 그림과, 그 그림에 대한 어떤 반응을 어떤 방식으로 분석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발휘한 개인적 통찰력과 분석력이 큰 몫을 했다. 가까스로 그의 연구와 검사가 출판되고 다른 학자들로부터 인정받고 많은 관심을 끌 무렵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병으로 삶을 마감하게 되다니  참....허무하고 안타까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의 사후, 그의 강연 및 연구 내용, 잉크 얼룩 그림이 독일을 거쳐 미국으로 전파되어 큰 관심을 끌고 여러 방면으로 관련 연구를 촉진하고 또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스스로도 고민했던 것처럼, 검사자의 분석 능력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기도 했고 분석하는 사람의 고도의 분석력과 전문성을 요했기에, 자칫 잘못된 분석이 알려져 신뢰성을 공격받기도 했고 약점이 주목받기 했다. 그렇기에  그가 직접 그린 잉크 얼룩의 특별함과 수감자의 반응에 대한 로르샤흐만의 시각과 통찰력이 위대해 보였다. 생전 로르샤흐는 이 검사가 단독으로 의사들의 적성 검사에 쓰이거나 입학시험에 쓰일 수 있는 자신에겐 좋은 기회를 반대할 만큼 신중하고 생각이 싶었다. 잉크얼룩 검사 단독적으로 옳고 그름을 결정하기 위함이 아니라, 잉크 얼룩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보기 위해 신중하게 연구하고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썼던 그의 노력이 더욱 진실되게 와닿았다.   

이 책을 계기로 심리 분석이 현대에 어떻게 적용되어 왔는지, 앞으로 어떤 분석이 어떻게 적용되어 사람 수만큼이나 제각각일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읽어낼지 더욱 관심 있게 살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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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 블로거.유튜버의 여행으로 먹고살기 - 여행크리에이터부터 여행오퍼레이터까지 여행하는 직업의 모든 것 먹고살기 시리즈
김은지 지음 / 바른번역(왓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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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으로 먹고 살기!


나에게도 꿈과 같은 일이다. 여행을 좋아하고 다른 나라 문화 탐방을 좋아하지만...그저 취미로만 할 뿐, 어떻게 여행으로 수입을 올리고 생활을 영위하며 살 수 있을까....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현실을 살아가며 여행은 가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로망으로 남아 있는데...


그럼 꿈이 있고, 로망이 있다면 술술 읽힐만한 책이다. 

저자는 여행 오퍼레이터로 시작해, 글쓰기 재능을 발휘하여 여행 블로거로 생활하고 있다. 

나는 알고는 있지만 잘 활용은 하지 못하는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라는 네 개의 수단을 통해 여행을 기록하고 스스로를 홍보한다. 

신나게 여행하고 돈을 벌 수 있다니 좋겠다...라고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매체의 홍수 속에서 자기 존재감을 정의하고 알리는 노하우? 와 기술과 무엇보다도 노력이 수반되는 일이란걸 저자를 보며 알 수 있었다. 여행 한번 갔다 와서 사진만 정리하는 것도 일인데...저자는 위에서 말한 네 가지 방식의 sns등에서 각각의 수단에 맞게 글과 영상을 편집하는 수고를 아주 부지런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해왔다는 점에서 지금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블로거, 유튜버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까지의 노력, 그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다른 이들의 인터뷰 등 생생한 이야기가 가득해서, 내가 여행으로 먹고 살기 위한 꿈을 실현하기는 좀 늦었을지라도 이들의 여행기를 따라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2장에서는 처음 여행업에 들어온 계기,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에서 여행 오퍼레이터로서의 삶을 소개해주었다. 흔히 생각하는 여행사 직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여행 디자이너, 여행 기획자라는 단어가 적절한 것 같다. 여행사에서 업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연봉 수준은 어떻게 되는지, 어떤 종류의 출장을 통해 여행을 경험했는지, 일로써 여행을 갔을때 어떤 상황들이 펼쳐지는지...막연하게 생각하기만 했던 직업을 현장감있게 그려주어 간접 체험이 되었고, 여행사에서 근무하고 싶은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참고해야할 내용들인 것 같았다. 


여행으로 먹고 살수는 없더라도, 가족들과, 혹은 혼자 여행을 가게 된다면 어떤 방법으로 어떤 경로로 기록하는게 후에 다른 이들과 공유하기에 적절할지 생각해 보기에도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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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미래와 기본소득 - 21세기 빈곤 없는 사회를 위하여
앤디 스턴.리 크래비츠 지음, 박영준 옮김 / 갈마바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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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서비스노동조합 SERVICE EMPLOYEES INTERNATIONAL UNION(SEIU)을 이끈 앤디 스턴이 노동의 미래를 탐구한 5년간의 여정을 담고 있다. 그가 SEIU 리더 자리에서 내려온 것은 누군가의 짐작처럼 자신의 임무에 대한 동력을 잃었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예측이나 통찰력을 더이상 제시할 수 없기에, 그리고 현대의 시대에서 노동조합이 미래 수십년 간 노동자들의 삶의 변화를 해결하기에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부터 저자의 책임감과 혜안이 엿보였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첫번째는 기술의 발전이 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하는 현실 상황에 대한 인식 부분이다. 자신이 목격하고 인지하기 시작한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 아닌 시대적 문제라는 점을 뒷받침하기 위해 벤처 투자가, 사회 운동가, 사업가 등과 나눈 대화를 펼쳐 보이고 있다. 나는 수많은 기사의 기술 및 사회 면에서 로봇, AI, 빅 데이터 등의 단어를 수없이 들었음에도 이러한 기술적 발전이 노동의 정의와 의미를 어떻게 퇴색시키고 변화시키는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직업의 형태 변화가 향후 개인(노동자)들의 생활에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인지 이제껏 깊이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이 문제들에 대해 각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기업인들이 비용 절감과 정규직 채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부대 비용과 노력,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술을 어느 정도 도입하고 있는지,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값싼 노동력으로 전세계적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개인과 사회의 미래에 어떤 의미인지...깊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프리랜서로서 일하고 있기에, 켈리 서비스와의 인터뷰, 늘 고민하는 자유롭고 얽매이지 않으나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불안정한 상태 등에 대한 지적은 깊이 와닿기도 했다. 
 
두 번째 부분은 기본소득에 대한 주장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기술로 인해 노동의 형태와 노동 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있어,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최저 임금을 받으며 이 일 저 일을 전전하는 상황에서 탈피하고, 일과 삶의 방식, 여가 등에 대한 개인적인 선택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본 소득을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도 자신의 개인적인 주장으로 펼치는 것이 아니라, 기본 소득을 주장하는 다른 많은 연구자들 혹은 기본소득을 실험하고 있는 다른 국가와 주(알래스카)를 예시로 기본소득에 대한 일종의 세력과 이해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복지 제도의 축소 및 취소를 주장하는데, 그 과정에서 정부의 복지 제도가 유지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나 비효율성, 복지제도 수혜자들의 수치심 등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단점들을 지적하여 복지 제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주었다. 저자는 기본 소득에 대한 큰 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가장 간단한 방식으로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을 시행하자고 주장한다. 이 부분을 보면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절실하고 급박한지 느껴지는 것 같다. 재원 조달 방식이나 액수의 차등, 점진적인 도입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나가는 와중에 그만 기본 소득에 대한 공감대와 시행 의지가 희석 될까, 부자들에 대한 세금 도입 (토마 피케티가 주장한 것처럼)을 주장하고 싶지만 부자들의 반대에 부딪힐까 염려하는 모습 등이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수십년 노동 운동을 진행해 본 경험에서 문제에 대한 절박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우선 타결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식이라는 노하우가 엿보이는 것만 같다. 
 
비록 기본소득에 대한 부분에서 나온 많은 통계자료 들을 내가 이해하기는 부족하지만, 저자가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중에 보인 개인이 선택의 자유를 부여받았을 때에 어떠한 선택을 할 지에 대한 인간에 대한 신뢰, 인간의 삶이 노동으로 정의되는 프로테스탄트적 사고에서 벗어나 노동 뿐 아닌 가족과의 시간, 여가 활동 등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 등이 눈에 띄었다. 또한 앞 부분에서 기술이 어느 정도 노동을 대체하게 될지, 기업들이 일을 조각으로 나누어 분배하고 이를 자체 인력이 아닌 외부 조직에 위탁함으로서 발생하는 업무의 단편화, 프리랜서의 삶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나 그 이면에 존재하는 불안함과 불안정성, 노동과 일의 정의와 분리성 등. 흥미로운 관점들을 다각적으로 제시할 뿐 아니라,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많은 기업가와 연구가, 학자들 및 그들의 저서를 소개해 주어 앞으로 한동안 찾아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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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만들어도 괜찮을까 - 생명과학의 딜레마를 고민하는 철학 강의
시마조노 스스무 지음, 조해선 옮김 / 갈마바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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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저자가 "생명을 만들어도 괜찮을까?"라는 문제를 철학적으로 고찰하게 된 계기는 1997년 복제양 돌리가 태어났을 때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돌리 이후 생명공학의 발전과 그 가능성을 살펴본다. 이를테면, 배아줄기세포(ES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 출생 전 진단, 선택임신 등의 개념과 현재 발전 수준 등을 설명한다. 그러나 생명공학 발전 자체만을 설명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발전이 내포하는 윤리적 가치에 대한 질문을 무겁게 던지고 있다. 


서두에 제기하는 문제 중 하나는 의료기술이나 유전공학이 치료가 아닌 '강화'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만능 세포를 이용해 질병이나 노화로 기능을 잃은 신체 조직을 새롭게 복구하는 재생 의료기술은 더 많은 병을 고치고 오래살 수 있게 해줄 수 있겠지만, 반면 나이가 들어 기능과 능력이 쇠퇴한 부분만 교체하는 식으로 질병의 치료 뿐만 아니라 강화를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 신체의 일부분을 마치 부품처럼 갈아 끼우는게 가능해지고 확산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저자는 과학기술이 이처럼 사회적 제한 여부를 결정 못한 채 발전해나가는 상황을 '내리막길'에 비유한다고 한다. 언제 어떻게 제동을 걸어야 할지 모르는 채, 긍정적 효과가 가시적이고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에 올라타 발전이 가속되는 상태. 우리 사회가 직면해있는 상황이 아닐까. 


특이하게 느껴진 건 생명공학이라는 과학의 문제를 다루면서 문학과 종교, 철학 사상, 사생관 등을 녹여냈다는 점이다. 대표로적으로, 있을 법한 미래 세계를 그려낸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1932년 작품 '멋진 신세계'와 생명을 주어진 선물로 받아들이는 마이클 센델을 인용하여 생명공학 발전이 내포하는 철학적이고 문명론적인 차원을 고찰하였다. 또 일본 작가의 '나라야마 부시코'라는 소설도 인용하여 일본의 유한한 생명에 대한 서구와는 다른 자세와 인식을 소개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기독교를 근간으로 하는 서구와, 와, 이와는 다른 종교적 관점을 가진 일본이 임신 중절이나 뇌사 등 생명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다른 가치관과 태도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명 윤리의 사고 방식이 역사적 경험이나 문화로 인해 다를 수밖에 없으나,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대화를 지속하면 더 깊은 차원의 공통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역설한다. 그러니 토론과 대화를 계속 해야 한다고. 


생명공학과 윤리의 문제를 바라볼때 나도 모르게 갖고 있던, 어쩌면 익숙해져버린 기독교적, 서구적 관점 뿐만 아니라 이와는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진 일본의 사상이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우리의 가치관은 어떨까, 생명공학의 가능성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떤 가치관과 시선으로 봐야할지 뒤돌아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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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의 살인범
마리온 포우 지음, 김효정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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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이리나.

언뜻 연결고리가 전혀 없어 보이는 두 인물이 한 챕터씩 번갈아 서술하는 구조에 더욱 궁금증이 유발되어 더 빨리 읽혔던 책. 

레이는 발달 장애가 있는 남성으로, 레이의 엄마는 그를 감당하지 못하고 아홉살 때부터 보호시설에 떼어놓았고, 다행히(?) 시간과 온도에 극히 민감한 덕분에 제빵사로 제법 성실하게 살았었다. 빵 만들기와 그만의 수족관 돌보기를 매일매일 반복하면서. 옆집에 아름다운 로지타와 그녀의 딸 안나와 이사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편, 이리나는 유독 다루기 어려운 아들과 치열하게 살아가는 싱글맘 변호사이다. 어린이집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아들 때문에, 매사 깔끔하나 왠지 엄마로의 의무만 철저하게 다하는 것 같은 엄마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예전 어느날 이리나의 엄마가 깔끔하게 정돈된 집에 뜬금없이 거대한 수족관을 들여왔고, 이제 엄마가 여행을 간 사이 돌봐주게 된 수족관에 문제가 생기면서 두 인물의 뜻밖의 연결고리가 드러났다.

레이는 언뜻 언뜻 여지를 주는, 그러나 유부남의 아이를 키우며 아직도 그 남자를 집에 들이는 로지타에 빠져들고 말고, 그녀와 가정을 이루리라는 달콤한 꿈에 집착하게 된다, 그 꿈을 깨버린 로지타의 말에 레이의 마음이 산산조각난 어느날, 로지타와 안나가 집에서 잔인하게 살인을 당하고, 평소에 남들 눈에 의심쩍을 행동을 하고 취조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레이가 살인자로 지목되어 몇년째 감옥과 병원 신세를 지는 중이다.

이리나가 레이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의 사건을 파헤치게 되면서 이야기의 긴장감이 높아진다. 과연 그가 진짜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인지? 레이의 진술은 흐리멍텅하고, 모든 증거는 레이를 향하지만...

뒤로 갈수록 겉모습과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실체가 조금씩 벗겨지고, 설마 설마하는 의심이 생겨난다. 레이의 행동도 과격한 모습들을 보이면서 과연 의심을 할만한지 의구심이 들지만, 동시에 벗겨지는 주변 인물들의 허울이란!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이 뒤로 갈수록 긴박해지며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 외에도, 책을 읽는 내내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여성의 고됨,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대응, 가정에 대한 열망 등...여러가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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