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미래와 기본소득 - 21세기 빈곤 없는 사회를 위하여
앤디 스턴.리 크래비츠 지음, 박영준 옮김 / 갈마바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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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서비스노동조합 SERVICE EMPLOYEES INTERNATIONAL UNION(SEIU)을 이끈 앤디 스턴이 노동의 미래를 탐구한 5년간의 여정을 담고 있다. 그가 SEIU 리더 자리에서 내려온 것은 누군가의 짐작처럼 자신의 임무에 대한 동력을 잃었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예측이나 통찰력을 더이상 제시할 수 없기에, 그리고 현대의 시대에서 노동조합이 미래 수십년 간 노동자들의 삶의 변화를 해결하기에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부터 저자의 책임감과 혜안이 엿보였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첫번째는 기술의 발전이 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하는 현실 상황에 대한 인식 부분이다. 자신이 목격하고 인지하기 시작한 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 아닌 시대적 문제라는 점을 뒷받침하기 위해 벤처 투자가, 사회 운동가, 사업가 등과 나눈 대화를 펼쳐 보이고 있다. 나는 수많은 기사의 기술 및 사회 면에서 로봇, AI, 빅 데이터 등의 단어를 수없이 들었음에도 이러한 기술적 발전이 노동의 정의와 의미를 어떻게 퇴색시키고 변화시키는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직업의 형태 변화가 향후 개인(노동자)들의 생활에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인지 이제껏 깊이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이 문제들에 대해 각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기업인들이 비용 절감과 정규직 채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부대 비용과 노력,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술을 어느 정도 도입하고 있는지,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값싼 노동력으로 전세계적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개인과 사회의 미래에 어떤 의미인지...깊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프리랜서로서 일하고 있기에, 켈리 서비스와의 인터뷰, 늘 고민하는 자유롭고 얽매이지 않으나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불안정한 상태 등에 대한 지적은 깊이 와닿기도 했다. 
 
두 번째 부분은 기본소득에 대한 주장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기술로 인해 노동의 형태와 노동 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있어,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최저 임금을 받으며 이 일 저 일을 전전하는 상황에서 탈피하고, 일과 삶의 방식, 여가 등에 대한 개인적인 선택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본 소득을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도 자신의 개인적인 주장으로 펼치는 것이 아니라, 기본 소득을 주장하는 다른 많은 연구자들 혹은 기본소득을 실험하고 있는 다른 국가와 주(알래스카)를 예시로 기본소득에 대한 일종의 세력과 이해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복지 제도의 축소 및 취소를 주장하는데, 그 과정에서 정부의 복지 제도가 유지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나 비효율성, 복지제도 수혜자들의 수치심 등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단점들을 지적하여 복지 제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주었다. 저자는 기본 소득에 대한 큰 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가장 간단한 방식으로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을 시행하자고 주장한다. 이 부분을 보면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는 현실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절실하고 급박한지 느껴지는 것 같다. 재원 조달 방식이나 액수의 차등, 점진적인 도입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나가는 와중에 그만 기본 소득에 대한 공감대와 시행 의지가 희석 될까, 부자들에 대한 세금 도입 (토마 피케티가 주장한 것처럼)을 주장하고 싶지만 부자들의 반대에 부딪힐까 염려하는 모습 등이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수십년 노동 운동을 진행해 본 경험에서 문제에 대한 절박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우선 타결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식이라는 노하우가 엿보이는 것만 같다. 
 
비록 기본소득에 대한 부분에서 나온 많은 통계자료 들을 내가 이해하기는 부족하지만, 저자가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중에 보인 개인이 선택의 자유를 부여받았을 때에 어떠한 선택을 할 지에 대한 인간에 대한 신뢰, 인간의 삶이 노동으로 정의되는 프로테스탄트적 사고에서 벗어나 노동 뿐 아닌 가족과의 시간, 여가 활동 등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 등이 눈에 띄었다. 또한 앞 부분에서 기술이 어느 정도 노동을 대체하게 될지, 기업들이 일을 조각으로 나누어 분배하고 이를 자체 인력이 아닌 외부 조직에 위탁함으로서 발생하는 업무의 단편화, 프리랜서의 삶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나 그 이면에 존재하는 불안함과 불안정성, 노동과 일의 정의와 분리성 등. 흥미로운 관점들을 다각적으로 제시할 뿐 아니라,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많은 기업가와 연구가, 학자들 및 그들의 저서를 소개해 주어 앞으로 한동안 찾아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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