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상상이나 할까요? 웅진 세계그림책 160
주디스 커 글.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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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상상이나 할까요?

:할아버지 할머니의 흥미진진한 비밀여행

주디스 커









이별을 설명할 때는 늘 망설이게 된다.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무게감, 아쉬움, 회한, 쓸쓸함 등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여러가지 감정들이 있어서일 거다. 그건 이별을 설명하는 대상이 어른이든 아이든 마찬가지이다. 



영국 그림책 작가 주디스 커(Judith Kerr)가 쓴<누가 상상이나 할까요?>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 대해 영원히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과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의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흥미롭고 유쾌한 여행은 매일 오후 할머니가 낮잠을 자는 4시부터 7시까지다.  이 여행을 함께 하는 사람은 하늘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 헨리다. 이 둘만의 여행은 예전에는 두 사람이 하지 못했던 것들로 채워진다. 무서운 것을 싫어했던 할아버지 헨리가 사자와 놀고, 공룡을 타기도 하고, 숲에서 동물들과 티타임을 갖고, 높은 것을 무서워 했던 할머니가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것을 즐기는 일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여행에서 마음이 먹먹해지는 건, 나란히 구름 위에 앉아서 둘이서 만들어 왔던 행복했던 날들을 떠올려 보는 장면이다. 부부로서 첫 시작인 결혼식과 귀여운 세 아이들이 태어나고 함께 정원을 가꾸고 노년에는 거실에 앉아 각자가 좋아하는 간식을 들고 텔레비전을 보는 소박하고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이다. 책 속에 설명되어 있지 않은 그 지난날 들에는 분명 힘들고 슬픈 일들도 있었겠지만 하루의 주어진 짧은 만남에서 두 사람이 떠올리는 날들은 함께이기 때문에 행복하고 소중했던 순간 들이다. 그리고 둘만이 나눌 수 있는추억들이다.



이 그림책을 다 본 후 다시 책의 맨 첫장으로 돌아와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사진을 고양이에게 보여주며 이야기를 하거나,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한 잠에 빠져 들기 전 소파에 앉아 고양이와 의미 심상한 눈빛을 주고 받고 있는 모습, 그리고 책의 맨 뒷표지에 할아버지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정성껏 닦으며 말을 건내는 모습 등 할아버지와의 여행을 기다리며 보내는 할머니의 일상이 다른 의미로 눈에 들어온다.


 

주디스 커가 이야기 하는 이별은 사랑하는 사람과 보냈던 시간들로 인해 만들어진 또 다른 만남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기억들로 이별을 아픔으로만 보지 않음을 그녀의 밝고, 풍성한 색감을 가진 색연필로 그린 그림에서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기다릴 테니, 내일 오후에 다시 만납시다.  

이번에는 달로 소풍이나 갈까요?” 



문득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다음 여행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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