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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 아름다운 고전 세계 단편 명작선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5
알퐁스 도데 외 지음, 김지혁 그림, 정윤희 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6년 11월
평점 :
날씨도, 흘러가는 사회 분위기도 여느때완 달리 유난히 더 춥고 쓸쓸한 지금이다.
착찹하고 어두운 기사만 쏟아질 때 마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 같은 일들만 가득하면 얼마나 좋을까. 상념에 빠지곤 한다.
그러나 아름답고 정의가 구연되는 일들만 있는 흔히 인기 동화완 달리, 지금처럼 부정하고 안타까움을 지탄하는 동화도 존재한다.
글담 출판사에서 출판된 <별> 유명 고전 단편 동화집은 이런 다소 묵직한 여운을 주는 동화만 선집한 책이다.
알퐁스 도데
<별>
<마지막 수업>
오 헨리
<크리스마스 선물>
<마지막 잎새>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벤저민 버튼의 기인한 사건>
기 드 모파상
<목걸이>
<보석>
오스카 와일드
<행복한 왕자>
<캔더빌의 유령>
9개의 단편으로 이루어 졌다.
우리 머리 위로 별들이 양 떼처럼 조용하고 얌전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따금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곤 했다.
저 수많은 별들 중 가장 가냘프고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곤히 잠들었노라고…….
별
스무살 목동의 주인집 아가씨에 대한 짝사랑을 풋풋하게 그린다.
목동은 지금썻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꼽자면 주인집 아기씨를 떠올리며, 혼자만의 마음으로 간직하고 지낸다.
그러던 중 양을 치러 멀리 나온 목동에게 식량을 가져다 주려 온 아가씨가 강물에 휩쓸리며 어려움에 처하고, 그런 아가씨를 구한 목동은 불을 쒸어 주고 잠자리를 마련해주는 등 지극정석을 기한다.
하지만 협소한 잠자리가 불편한 아가씨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목동은 이런 아가씨와 모닥불 앞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하늘을 별을 바라본다.
어린 소년의 풋풋한 설렘을 대자연에 깃대어 그린 동화로, 작가의 프로방스적 면모를 보이는 대표작이다.(프로방스는 프랑스 남북부의 옛명)
마지막 수업
"프란츠, 나는 널 혼낼 생각이 없다. 이렇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니 충분히 뉘우치고 있는 게 분명해…….
사람들은 언제나 이렇게 말하지. '뭐! 시간은 많은데. 내일 공부하지, 뭐.'
그런데 얘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봐라. 아! 공부를 미룬 것이 우리 알자스 지방의 가장 큰 불행이지.
이제 프러시아 군대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할 거야. '뭐라고! 프랑스 사람임을 고집하면서 정작 프랑스어를 읽고 쓸줄도 모르다니!' 라고 말이야. 가엾은 프란츠, 네 잘못이 아니란다. 우리 모두의 잘못이지"
이 작품은 모국어를 빼앗긴 식민지 국가의 국민의 슬픔을 녹아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알자스와 로렌의 귀속문제로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 벌어지던 때이다.
피점령국으로서의 무력함과 슬픔이 동일선상에서 느껴지며, 그 어느 국가 보다 우리가 더욱이 이 작품의 슬픔을 몸소 느낄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짐가 수업에 프랑스 만세라 칠판에 힘껏 쓴 선생님을 보며 지난 아픔이 있는 우리나라가 생각이 난다.
크리스마스 선물
"짐, 여보." 델라가 울부짖듯 말했다.
"제발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 당신한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주고 싶어서 머리카락을 잘라 팔았어요.
머리카락은 또 자랄 거에요. 그러니 화내지 말아요. 어쩔 수 없었어요. 내 머리카락이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알잖아요.
제발 기쁜 목소리로 '메리크리스마스!'라고 말해줘요. 짐, 우리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요. 내가 얼마나 멋진 선물을 사왔는지 당신은 상상도 못할 거에요."
가난한 부부의 풍성한 크리스마스라 말하고 싶다.
가진 재물이 배는 부르게 할 지언정 사랑이 없으면 헛헛한 마음을 채울 순 없다.
부인의 잘린 머리카락은 남편에 대한 희생적 사랑을 느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상대에 대한 희생적 사랑의 가치를 더욱이 아름답게 녹아내린 글이 아닐까 싶다.
오로지 서로에 주고픈 사랑으로 자신의 것을 내던질 수 있는 부부의 아름다움이 각팍한 세상에 메세지를 준다.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그리고 모든 것이 어두워졌다.
하얀 침대와 가끔 어렴풋이 보이던 희미한 얼굴들, 달달하고 따듯한 우유 내매까지 모든 것들이 그의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노인으로 태어나 아이로 삶을 마감하는 벤자민의 삶을 다룬다.
이 작품은 몇 년 전 영화로 다루어졌기 때문에 대중에게 익숙한 작품일 것 이다.
벤자민은 칠십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난다. 겉모습만 노인인 것이 아닌 생각과 행동 또한 완벽한 노인의 형태이다.
벤자민을 향한 주변의 경멸어린 시선과 자신의 정체성 혼란을 느낀다.
또한 자신의 할아버지와 딱 맞는 사상으로 살아간다.
이런 와중 나이를 먹으며 벤자민은 스스로 어려짐을 느끼고 변화한다.
시간을 걸쳐 벤자민은 어린 아이의 형태로 퇴화되고, 자신의 손자와 어울려 노는 등 유아기 상태로 퇴화되어 결국 갓난아이로서 죽음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나이는 단순히 신체의 변화에 국한된 것이 아닌 본인에 대한 정체성과 주변 시선에 대한 사회성 또한 결합된 것이다를 말하고 자 한다.
목걸이
"파티에 가면 나는 아주 초라해 보일 거에요. 차고 갈 보석이 하나라도 있어야죠. 파티에는 안가는 게 낫겠어요."
사치와 허례허식을 동경한 여인의 비참한 결말을 보이는 작품이다.
화려한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가난을 짊어졌다 생각하는 마틸다는 자신과 비슷한 형편의 하급 공무원과 결혼한다.
결혼 후에도 귀족 생활의 동경은 떠나지 않았고, 그 와중 남편에게 장관 부부가 초청하는 파티에 초대 받게 된다.
파티에 가기 위해 마틸다는 남편의 비상금을 털여 값비싼 드레스를 준비하고, 그에 걸맞는 화려한 목걸이를 친구에게 빌린다.
파티에 참석한 마틸다는 그만 목걸이를 잃어 버리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마틸다와 남편은 10년 간 고달픈 삶을 산다.
과역한 노역의 대가로 마틸다는 예전의 아름다움을 잃고 초라한 행세의 아낙네로 전략하지만 드디어 빚을 갚을 생각에 한달음에 친구에게 찾아 간다.
하지만 그의 목걸이는 싸구려 모조품이라는 말을 듣고, 실의에 빠지며 글이 마친다.
작가는 인간의 허영심을 다루고, 그는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날카로이 비판하며, 삶의 중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를 말한다.
읽으며 가장 강하게 든 생각은 "배우자를 잘 만나자"이다.
주제에 맞지 않은 허영심에 사로잡힌 반려자 때문에 개고생하는 남편이 불쌍할 따름이다.
어렸을 적 읽어 익순한 작품들이지만 나이를 먹어 다시 만난 것들에 느끼는 감정은 새롭다.
인간의 본연의 모습과 작가들의 생전 사회상들을 옅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더불어 더욱이 재밌고 술술 읽었던 것 같다.
또 내가 좋아하는 양장 형태의 책인지라 모든 시리즈를 모으고 픈 욕구가 매우 매우 솓는다.
책에 실린 여러 작품은 어두운 소재를 다루었지만, 익살스럽고 사랑스럽게 포장되어 어린아이와 어른까지 두루두루 읽을 수 있다.
재밌는 작품과는 달리 사실 이 작품들의 작가들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모두 비참하고 쓸쓸한 최후를 맞이했다. 또한 그들의 생전은 어지러운 나날의 연장이었다.
혼잡스럽고 급작한 사회에 소위 글쟁이들은 이를 철자로, 종이로 묶어 후세에 남긴다.
이 시간에도 현재를 비판하고, 낱낱히 꼬집는 작품들이 탄생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