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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술사
이원정 지음 / 양양하다 / 2026년 9월
평점 :

『감정술사』
출판사 양양하다의 첫 소설, 그리고 신예 작가의 데뷔작...
『감정술사』는 독특하게도 미국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이원정님의 소설이에요.
과학적인 상상력 위에 한 편의 잔잔한 잔혹동화나 환상 우화 같은 분위기를 얹어내어, ‘사랑과 슬픔, 상실, 그리고 인간다움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깊숙하게 들여다봐요.
‘차라리 마음에서 모든 감정을 오려내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 번쯤 생각해 본 적 있는 분들이라면, 이 이야기에 꼭 머물러 보셨으면 좋겠어요.
이야기는 ‘슬픔’이라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대하는, 전혀 다른 두 인물의 교차하는 여정을 따라가요.
한 남자가 있어요.
그는 가슴을 찢는 듯한 고통과 상실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영원히 시들지 않는 무균실 같은 평온을 찾아 ‘슬픔’이라는 감정을 완전히 없애버리기로 결심해요.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세상에 막 발을 내딛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비로소 슬픔이라는 감정의 존재와 그 깊이를 하나씩 알아가는 한 아이가 있어요.
작품 속에는 비와 달빛, 고요한 호수 위에 떠 있는 수련, 그리고 인간의 감정을 정제하고 추출하는 ‘증류기’ 같은 독특하고 환상적인 도구들이 등장해요.
이 모든 요소들은 인간이 고통을 받아들이고 견뎌내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거대한 은유가 되어, 읽는 내내 우리를 현실과 꿈의 경계로 이끌어 주죠.
슬픔을 완전히 지워버리려는 남자, 그리고 비로소 슬픔의 온도를 배워가는 아이...
서로를 비추듯 평행선을 달리는 두 사람의 발걸음은 결국 우리에게 단 하나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요.
고통이 완전히 오려진 삶이 과연 가능한가,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진짜 ‘인간다운 삶’이라 부를 수 있을까?
책장을 넘기는 내내 제 마음에 오랫동안 잔상으로 머물렀던 문장이 있어요.
아름다운 것들은 시든다. 꽃도, 사랑도, 슬픔도 언젠가는 변하고 사라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슬픔이나 상실을 만나면, 그것을 하루빨리 마음속에서 치워버려야 할 ‘결함’이나 ‘짐’으로 여기곤 하잖아요.
저 역시 마음에 아픈 감정이 찾아오면 눈을 감아버리거나, 잊으려 애쓰고,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이 찾아왔을까’ 하며 감정을 원망했던 적이 많았죠.
하지만 생화학을 전공한 저자는 이 ‘시듦’과 ‘상실’을 잔혹한 소멸이 아닌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요.
시듦은 한때 살아있었고,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했으며, 마침내 잃었다는 다정한 흔적이라는 것이죠.
그렇기에 슬픔은 우리가 제거해야 할 삶의 오류가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그만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가장 깊은 증거가 되어줘요.
슬픔을 지워버린 남자의 삶은 얼핏 보면 아무런 고통도 없는 완벽한 평화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안에는 기쁨도, 사랑도 들어설 수 없는 텅 빈 공허만 남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반대로 슬픔을 알아가며 눈물 흘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저릿해졌어요.
꽃이 시드는 것이 두려워 아예 피우지 않는 삶보다, 언젠가 시들고 사라질지라도 기꺼이 온 힘을 다해 피어나는 삶이 왜 아름다운지 소설은 다정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일깨워준답니다.
마음에 차가운 바람이 불거나, 감정의 과부하로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을 때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읽기 정말 좋은 책이에요.
특히, 이 책을 마음 깊이 추천하고 싶은 분들이에요.
✔ 이별이나 상실의 아픔으로 마음을 추스르며 치유가 필요하신 분
✔ 『어린 왕자』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처럼 깊은 은유와 여운이 남는 우화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
✔ 감정의 무게에 지쳐 ‘차라리 아무것도 안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보신 분
✔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고통과 삶의 의미를 깊이 고민해보고 싶은 분
슬픔을 지우는 것이 완벽한 행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슬픔조차 내가 살아있고 사랑했다는 증거임을 나지막이 알려주는 소설 『감정술사』...
혹시 지금 마음속 슬픔이나 아픔 때문에 힘든 밤을 보내고 계신다면, 『감정술사』를 통해 그 슬픔을 차갑게 내쳐버리는 대신 따뜻하게 안아주실 수 있기를 바라요.
😍 헤세드의서재 님의 서평모집을 통해 양양하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