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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벤 존슨
이찬란 지음 / 시원북스 / 2026년 4월
평점 :
<나의 벤 존슨> 시원북스
인디캣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날씨는 좋은데 가끔 문득 ‘나 혼자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다’는 묘한 고립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다들 각자 살기 바쁘고, 서로 선을 지키며 ‘쿨’하게 사는 게 미덕인 세상이기 때문일까요?
이런 차가운 마음에 뜨끈한 온기를 채워줄 소설, 이찬란 저자의 첫 장편소설 <나의 벤 존슨>을 소개합니다.
이 소설의 배경은 신림동 고시촌입니다.
주인공 ‘호달’은 당장 보증금 없는 방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그야말로 ‘희망을 품을 수 없는 구조’에 갇힌 이 시대의 서글픈 청년입니다.
그런데 이 고시촌에서 호달은 아주 이상한 아저씨를 만납니다.
스스로를 1988년 서울올림픽의 영광과 추락을 상징하는 세계적인 육상 스타, ‘벤 존슨’이라 믿으며 과거의 영광을 고집하는 중년 남자입니다.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사람은 피시방 습격 사건, 한낮의 엉뚱한 추격전까지 함께 겪으며 묘한 연대를 쌓아가게 됩니다.
‘누구도 나를 간섭하지 않지만 동시에 책임져주지도 않는’ 냉정한 세상에서, 호달은 난생처음 자신을 지켜주는 타인의 온기를 경험합니다.
‘옆에 있어 주잖아요. 나 가족 생긴 거 처음이에요!’
소설을 읽다가 제 가슴을 쾅 쳤던 문장입니다.
우리는 흔히 타인의 관심이나 간섭을 ‘오지랖’이라며 피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 속 ‘벤 존슨’의 무례한 듯 투박한 애정은 호달의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사르르 녹여버립니다.
결국 인간을 구원하는 건 완벽한 사회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라는 걸 보여줍니다.
저자가 던지는 ‘패배하기로 결심하지 않는 한, 패배의 법칙은 없다’는 용기도 참 좋았습니다.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두 사람은 영락없는 패배자(루저)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100m를 9.79초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달리는 ‘결과’보다, 비록 느리고 볼품없을지라도 ‘함께 달리는 과정’ 자체가 얼마나 눈부신지 이 소설은 온몸으로 증명해 냅니다.
이 책,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외로운 도시 생활에 지친 청년들
‘세상에 나 혼자뿐인 것 같다’고 느껴질 때, 호달의 고백이 당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줄 겁니다.
✔ 어른이라는 무게가 무거운 분들
과거의 영광이나 후회에 갇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분들에게 ‘벤 존슨’이 엉뚱하지만 확실한 위로를 건넵니다.
✔ ‘쿨함’ 뒤에 숨은 차가움이 숨 막혔던 분들
조금은 투박할지 몰라도, 인간미 넘치는 다정한 참견과 연대의 힘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
지치고 차가워진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면,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두고 호달이와 벤 존슨의 눈부신 달리기에 동참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