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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에 대하여 - 삶은 비운 후 비로소 시작된다
토마스 무어 지음, 박미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9월
평점 :
😍😍<매일의해안 님의 서평모집>을 통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공허에 대하여>
‘끊임없이 채우려 노력하는데 왜 이렇게 허무할까?’
토마스 무어의 신작 <공허에 대하여>는 멈춰 서서 귀 기울여야 할 조용한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영혼의 돌봄>으로 이미 수많은 사람의 내면을 어루만졌던 저자가 이번에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단어, ‘공허’를 붙잡고 역설적인 충만의 길을 제시하죠.
현대 사회는 ‘더 많이’, ‘더 빨리’를 외치죠.
우리는 일정표를 빽빽이 채우고, 소비로 집을 채우며, 끊임없는 생각과 말로 마음을 가득 메워요.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억지로 채워 넣을수록 삶은 더 무겁고 답답해진다고 지적해요.
그가 말하는 공허는 단순히 ‘부족함’이나 ‘허무함’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것은 창조적인 에너지가 스며드는 공간이자, 진정한 내가 숨 쉴 수 있는 여백이죠.
바퀴의 중심이 비어야 바퀴가 돌 수 있듯, 우리 마음에도 빈틈이 있어야 지혜가 흐릅니다.
그릇은 속이 비어 있기에 그릇으로서 쓸모가 있습니다.
공허는 우리가 통제하려 애쓰는 삶의 균형추를 놓는 ‘비움’의 연습입니다.
이 책의 깊이는 동서양의 영적 전통을 넘나드는 통찰에서 나와요.
저자는 불교의 무(無), 도가의 무위(無爲), 기독교의 케노시스(비움) 등 다양한 사상을 일상적인 이야기와 명상적으로 엮어내요.
특히, ‘반지 없는 손가락’, ‘빈 접시’, ‘텅 빈 버스 좌석’과 같은 짧고 상징적인 우화들은 우리 내면을 조용히 흔들어요.
마치 현대인을 위한 선문답처럼, 담시 멈추고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들로 가득해요.
<공허에 대하여>는 우리에게 공허를 억지로 채우지 말고, 오히려 환대하라고 조용히 권해요.
일상에서 마주하는 빈자리, 시간의 느슨한 틈, 대화 사이의 정적이야말로 우리 영혼의 숨결이 머무는 공간이며, 진정한 변화가 스며드는 통로라고 말하죠.
공허는 채워야 할 ‘결함’이 아니라, 삶의 깊이를 더하는 ‘태도’입니다.
삶의 뜻대로 풀리지 않아 느껴지는 상실이나 빈 곳이 있다면, 공허를 억지로 메우려 하지 말고 그대로 비워두라는 저자의 조언은 가장 큰 위로로 다가오죠.
<공허에 대하여>는 바쁘고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자신을 다시 만나는 과정인 고요함의 가치를 알려주는 책이에요.
저자의 따뜻하고 사려 깊은 문장들은 당신의 영혼에 조용한 해독제이자 쉼표가 되어줄 것이에요.
공허가 채워주는 참 행복을 경험하고 싶은 모든 분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