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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맛
다리아 라벨 지음, 정해영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9월
평점 :
😍😍클하 서포터즈 1기에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끝맛>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음식의 맛과 영혼의 존재감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특별한 소설.
이 책 다리아 라벨의 <끝맛>은 단순히 뛰어난 셰프의 이야기가 아니라, 상실과 치유를 다루는 마술적인 리얼리즘의 진수랍니다.
주인공 콘스탄틴 두호브니에게는 남다른 능력이 있어요.
바로, 주변에 죽은 이의 영혼이 존재할 때 그 영혼이 가장 좋아했던 음식의 맛, 즉 끝맛(Aftertaste)을 느끼는 능력이죠.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이 능력을 얻게 된 콘스탄틴은 시간이 흘러 자신이 이 ‘끝맛’과 똑같은 요리를 만들면 잠시 동안 망자를 이승으로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요.
콘스탄틴은 이 능력을 이용해 뉴욕의 뒷골목에서 비밀 저녁 식사 클럽을 운영해요.
세상을 떠난 이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그들의 ‘마지막 만찬’을 준비하는 것이죠.
음식을 통해 영혼을 소환하고, 단 몇 분간이라도 사랑하는 이와 재회하는 그들의 모습은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장면들이에요.
이 소설은 단순히 감동적인 재회의 이야기를 넘어서요.
콘스탄틴의 의도는 순수했지만, 죽은 이들의 해결되지 않은 갈망과 굶주림은 이승의 질서를 위협하는 재앙의 씨앗이 되죠.
특히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구원에 집착하는 콘스탄틴의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요.
그가 만드는 음식은 최고의 위로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유혹인 셈이죠.
<끝맛>은 후회, 상실, 그리고 용서에 대해 질문을 던져요.
우리가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우리는 그들의 영혼뿐 아니라 그들과 함께 나눴던 ‘맛’과 ‘기억’까지도 잃게 되죠.
콘스탄틴의 요리는 그 잃어버린 맛을 복원하려는 처절한 시도이자, 그가 자신을 용서하려는 구원의 여정이에요.
음식을 매개로 한 마술적 리얼리즘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해요.
책을 덮은 후에도 당신의 혀끝과 마음속에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특별한 ‘끝맛’이 남을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