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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는 자리 -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내의 고백
신민아 지음 / 타래 / 2025년 9월
평점 :
😍😍타래 서평단에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당신이 없는 자리>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단지 형태만 바뀔 뿐이다!’
신민아 님의 에세이 <당신이 없는 자리>는 이 문장으로 가장 잘 요약돼요.
이 책은 한 남자가 서른 일곱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서른셋의 아내와 세 살 아이가 겪는 ‘이별 이후의 삶’을 다른 기록이에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연약하고 동시에 얼마나 귀한 것인지 깨달았어요.
결혼 5개월 만에 찾아온 남편의 암 진단, 길었던 병간호와 투병, 그리고 마침내 이별이 남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멈춘 듯한 공허함.
저자는 이 모든 고통과 불안의 순간을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지극히 절제되고 섬세한 문장으로 표현해요.
이 책이 여느 사별 에세이와 다른 묵직한 울림을 주는 지점은, 상실을 ‘감상’으로 소비하지 않고 ‘삶의 재건축 과정’으로 담아냈다는 점이에요.
특히 가장 깊게 와닿았던 부분은 저자가 상실의 공허함을 묘사하는 장면이었어요.
남편의 부재 후,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멈춘 듯 느껴지는 순간.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 들리는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라는 기계적인 안내음은, 세상과 단절된 듯한 저자의 내며을 상징하는 가장 아프고도 깊은 침묵의 언어였어요.
이 침묵 속에서도 저자는 무너지지 않고 남겨진 아이를 위해, 그리고 스스로를 위해 ‘다시 걸어 나가는 용기’를 선택하죠.
이 책은 궁극적으로 상실 극복을 넘어, 오늘을 살아내는 힘에 대한 이야기에요.
‘어른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고 계속 뭔가를 하는 사람이다!’
작가는 삶의 가장 큰 고난 앞에서 거창한 내일을 계획하기보다, ‘오늘 하루만 잘 살기’, ‘내일 죽어도 여한없이 살기’를 삶의 원칙으로 삼아요.
눈물로 시작된 글이 결국 ‘빛’으로 끝나는 이유는, 작가가 상실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끌어안고 나아가는 가장 용감한 선택을 했기 때문이죠.
<당신이 없는 자리>는 단순한 슬픔의 기록이 아니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모든 사람, 그리고 아직 사랑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건네는, 슬픔이 조금씩 따뜻한 기억으로 바뀌는 경험을 선사하는 조용한 위로의 기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