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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에 작성하는 지극히 주관적인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까지 거론되었던 제발트는 2001년 갑자기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이어가던 때라 충격이 컸다고 한다. 구병모 작가는 '한번 제발트를 읽어버린 작가가 제발디언이 되지 않기란 가능한가?'라고 추천한다.
이 책은 제발트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그와 한 인터뷰와 평론가들의 글을 모아 역은 책이다. '제발트의 책을 미리 읽어보고 이 책을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제발트는 자신의 저서 <이민자들>을 '산문픽션'의 한 형식이라고 말한다. 현대소설을 쓰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것이다.
(책속에서)
웍텔 : <이민자들>은 소설이라고도 하고 서술의 사중주라고도 하고, 어느 하나로 분류할 수 없는 책이라고도 합니다. 제발트 씨의 의견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제발트 : 산문픽션의 한 형식입니다. 대화의 역할이 거의 없죠. 잠망경을 들여다보면 어느 방향으로든 각도를 조금만 돌려도 가장자리의 무언가가 그 방향으로 계속 연결되듯이 그렇게 꼬리를 물고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런 점에서 일반적인 소설이 확립한 유형과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전지적 서술자가 없는 것이죠. 이런 종류의 여러 제한 요소가 이 책을 특수한 범주로 밀어넣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범주를 딱히 뭐라고 해야 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제발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발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이민자들>은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민자들>을 쓸 때, 누군가의 삶을 그리면서 반드시 그 당사자에게 허락을 받았고, 반대하는 이가 있으면 그 부분은 과감하게 삭제했다고 한다. 작품의 완성도 보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중시하는 제발트의 인격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의 나의 '편독'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했다. 제발트의 책을 단 한권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내어 새롭고 독특한 제발트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