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백 포티큘러 북
댄 카이넨.엘라 모턴 지음, 장정문 옮김 / 소우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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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리포터를 보면 신문이나 책에서 그림이나 사진이 움직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액자 속 그림들이 인사하는 것 만큼이나 신기하고 재미있는 연출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책이 존재하다니포티큘러북 <아웃백>을 보고 나는 하마터면 소릴를 지를 뻔 했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먼지쌓인 고서들처럼 두껍고 가죽 느낌의 표지를 가진 책이었는데, 책장을 넘기자 정말로 책 속 캥거루가 어디론가 달려가는 거였다. 서둘러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캥거루를 본 아이들은 모두 입을 모아 "우와"를 외쳤다.


움직이는 책의 기본 기술은 홀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것 같지만 전세계에 이 정도 인쇄 기술을 가진 곳이 몇 군데나 될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마감이 탁월하다. 물론 그 때문에 책이 두꺼워 질 수 밖에 없었던 점은 이해를 해야할 것 같다. 보다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 할 점도 있는데, ‘평평한 곳에 책을 놓을 것’, ‘페이지의 끝부분을 잡고 움직일 것’,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할 것이다. 그 세 가지만 지키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에 따라 동물들이 움직이는 속도도 동작도 달라지는데 몇 번을 넘겨봐도 재미있고 신기할 따름이다. 어른인 나도 그런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흥분을 가라앉히고 책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포티큘러 북은 이미 시중에 여러 가지 시리즈로 나와 있는데 이번에 내가 펼쳐본 책은 호주(오스트레일리아)의 내륙지방 <아웃백>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을 읽고, 아웃백이 호주 내륙의 척박한 토양이 있는 불모지로, 사막, 열대우림, 관목지, 삼림지, 습지, 초원 등 복합적이고 아주 흥미로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 17세기 영국의 식민지화로 토착 원주민들이 사라지고 풍부한 자연 환경들이 파괴되어야 했던 호주의 역사도 알게 된다.

 



아웃백의 독특한 자연환경 때문인지 이곳에만 서식하는 동물들도 많은데 빌비, 쥐캥거루, 반디쿠트, 푸른혀도마뱀 등이 그 예이다. 오리 얼굴에 너구리를 합쳐 놓은 듯한 독특한 외양의 오리너구리도 전세계 많은 학자들의 관심 대상이다. 이 책에는 그중에서도 캥거루, 갈라(앵무새의 일종), 웜뱃(유대류, 정육면체의 배설물), 공작거미(독이 없고, 공작새처럼 화려한 색), 코알라, 목도리도마뱀, 가시두더지(고슴도치처럼 생긴 두더지), 낙타(단봉낙타, 유해동물)의 모습이 실려있다. 호주에 낙타가 살다니, 저게 고슴도치가 아니고 두더지라니, 엄청 무섭게 생겼는데 독이 없는 거미라니, 같은 생각을 하며 생동감 넘치는 아웃백 사파리를 구경한다.

 



얼마전, 건조한 기후로 인한 자연발화가 지속된 끝에 호주 전역이 불타오르는 심각한 산불이 발생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 책에서도 동식물들의 가장 큰 위협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라고 꼬집는다.) 당시 불을 끄던 소방관이 탈진한 코알라에게 물을 먹여주는 사진이 화제가 되었는데 그 사진 한장으로 다시 한번 희망을 품어본다. 사람과, 자연과, 동식물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던 호주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 올 수 있기를, 다시 한번 아웃백을 뛰어다니는 캥거루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기를, 유칼립투스를 천천히 씹어 삼키는 코알라를 올려다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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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악센트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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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을 정성껏 살아내는 일... 그것으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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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악센트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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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찮게 TV에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공릉동의 한 허름한 백반집의 사연이었는데, 이상하리만치 훈훈했다. (원래 이 프로는 망해가는 식당에 솔루션을 줘서 갱생시키는게 목적아닌가?) 밥을 연신 떠넣으며 우리 동네에도 이런 백반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백종원의 멘트에 식당의 사장님은 수줍게 웃었다. 그 말간 웃음이 계속 떠오른다. 오시는 손님들의 식성을 관찰하고, 세심하게 배려해서 밥상을 차리고, 언제든 밥 한공기를 더 퍼 줄 듯한 넉넉함을 품고 있는 사장님이셨다. 고작 6천원의 백반을 팔면서도 일류 레스토랑의 요리사도 갖기 힘든 마인드를 갖고 계셨다. 전혀 모르는 타인이지만 사람이 사람을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자신의 일에 진심을 다한 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일상의 악센트>에 나오는 문장들을 읽으니 자연스럽게 저 백반집 사장님이 떠올랐다. 저자는 물건, 관계, , 사랑 일상의 모든 것을 대할 때 진심을 다하는 삶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무엇이든 잘 살펴보는 일은 일상에서 보물을 찾는 것과 같다고, 다정하게 말하고 다정하게 인사하자고, 사랑에 열정을 기울이는 일에 비하면 일에 몰두하는 정도는 얼마나 쉬우냐며 반문하기도 한다. ‘진심을 다하는 삶은 속도의 전제가 붙는 전력을 다하는 삶과는 다르다. 얼마나 더 빠르게, 더 높이 도달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더 정성껏, 즐겁게 살아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쾌한 말투가 마치 젊고 화사한 미소를 가진 청년과 이야기 하는 기분이지만 저자는 벌써 50을 향해하는 중년이다.

 



상대방의 기운을 헤아리는 마음가짐은 일과 일상에서 잘 살려봄직한 소중한 자세이다.

상대방의 기운을 헤아려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마음이 행복할지 끝까지 지켜보며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중략)

물론 내기운을 헤아리는 것도 잊지말자. 그리고 무슨 일이든 마음을 담아 하자. 정성스럽게.

p.20  

 



마쓰우라 야타로는 일본 독립서점의 선구자이자 수필가로 일본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로 유명하다. 책을 읽다보니 가볍지만 정중하게 말을 건네는 이 중년의 신사에게 나 또한 단박에 호감을 가져버렸다. 저자는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대신 일단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하자고 말한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의 재능 중 하나는 무력한 사람의 장점 찾아내기 라고 말한다. 좋은 것보다는 즐거운 것이 우리를 풍요롭게 만든다고 믿는 사람이다.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듯 써내려갔을 이 글들은 전체적으로 봄의 온기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단조로운 일상이라도 진심을 다해 살아내면 당신만의 보물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믿고 싶어진다. 특히, 많은 것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삶의 보물 찾기는 더 유리해 진다.

 



헨리 씨는 말했다. “내가 하는 일은, 경쟁자가 한 명도 없는 곳에서 내 눈과 감각만을 믿고 보물을 찾는 거야

나는 무척 멋지다고 생각했다. 헨리씨와 함께 있으면서 발견하는 것의 즐거움을 배웠다. (중략)

발견하는 것은 감동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 감동하는 만큼 발견할 수 있다.

p.28

  


누군가에겐 지리멸렬한 일상이었을 허름한 식당에서의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손님이 고마워 더 분발하고 싶은 하루가 된다. 그런 생각들 끝에는, 소소한 감탄과 즐거움으로 하루를 채우는 일은 정말 내 삶을 상상도 못한 굉장한 곳으로 이끌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이 따라온다. 내 일상에 기분 좋은 악센트를 주는 책을 만났다.

 


 


우리는 살아있는 인간이다. 살아 있는 인간이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자상하게 대하는 것은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성공한 사람은 모두 기분 좋게 걷는다.

혹시 이것이 성공의 힌트인가?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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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카카오프렌즈 한국사 1 - 큰★별쌤 최태성과 떠나는 초등한국사 대탐험 구해줘 카카오프렌즈 한국사 1
최태성.조윤호 지음, 도니패밀리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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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와 역사책 읽기와 박물관 나들이를 계획했었다. 이 문장이 과거형인 이유는 코로나 19 때문에 후자의 계획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책은 읽히기 위해 그나마 쉬워 보이는 역사책을 들였다. 내가 보기엔 삽화도 적절하고 역사적 사건에도 충실한 잘 만들어진 역사책이었지만 왜인지 아이의 반응은 시들했다. 결국 초반의 야심찬 계획은 간데 없고 책은 책장에 꽂혀 있는 채로 방학의 3/2가 지나가고 말았다.  




<구해줘 카카오프렌즈_한국사1>, 카카오프렌즈 과학에 이어 두번째로 우리집에 온 카카오 시리즈 책이다. 볼때마다 유쾌해지는 카카오 친구들은 이번에 국민 국사쌤 최태성 선생님과 함께 등장했다. 그냥 거실 바닥에 놓아두었을 뿐인데도 아이가 무릎 위에 놓고 읽기 시작한다. 학습만화 보여주는 것에 회의적인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뭐라도 읽어주면 감사할 지경이다. 뭐가 웃긴지 깔깔대며 책장을 넘기는 아이를 보며 나도 내용이 궁금해진다.

 

 

 

역사가 어려운 이유는 사회경제정치문화에 걸친 다양한 사건들이 유기적이면서도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시대별로 이어지는 사건들을 긴 호흡으로 읽어내는 일은 어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그러니 아이들은 오죽할까? <구해줘 카카오프렌즈_한국사1>가 다른 역사책들과 다른 부분은 한 시대에 몇 가지 사건만 다루는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는 점이다구석기면 뗀석기만신석기면 빗살무늬 토기만 중점적으로 다룬다중요한 사료는 반드시 사진으로 보여주고 꼭 알고 넘어가야 하는 세부적인 사항들도 역사노트’,’단톡방’ 같은 여러가지 패턴으로 강조해준다많은 양을 주입하기보다는 꼭 알아야 할 사건들만 족집게처럼 짚어주는 셈이다막간에 펼쳐지는 카카오 친구들의 개그코드는 더할나위 없는 양념이다. (다만최태성 쌤의 캐릭터가 약간 국적불명의 애매한 외양을 가진 점은 좀 아쉽다.)

 

 읽어본 바로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게 부담없이 어필할 수 있는 역사학습만화다학습만화치고는 정보량도 적지 않아 엄마도 아이도 만족할 만한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지금 구입하면 덕력 부채질하는 카카오 상태 메시지 카드도 받을 수 있다.

 

 

https://youtu.be/IZK6GoBhxr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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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미야가와 사토시 지음, 장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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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기 전에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누가 봐도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제목인데 표지는 정직한 초록색, 영정을 들고 있는 남자의 그림은 한없이 가벼워보인다. 우리 엄마가 보시면 기함을 할 만한 제목에다가, 내용은 만화의 형식인 이 난해한 조합이 참 생소하다는게 이 책의 첫 소감이다. 그만큼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지 예측을 못하는 상황은 반대로 책의 내용을 무척이나 궁금하게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영화로도 만들어 졌을 만큼 많은 호응을 얻은 미야가와 사토시의 만화 에세이다. 엄마의 시시한 말장난으로 시작하는 이 책의 첫 장면은 위암 말기를 선고 받는 엄마의 표정과 오버랩 되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선고한다. 아들의 병간호를 할 때는 나을거라는 믿음으로 기세등등하던 엄마가 자신의 병마 앞에서는 어린 아이처럼 작아졌을 때 아들 역시 똑같은 믿음으로 그 곁을 지킬 수 밖에 없는 모습이 애잔하게 펼쳐진다. 마치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듯 담담하게 써나가다가도 저자가 불현듯 허물어지는 순간엔 나 또한 여지없이 허물어졌다. 코 푼 휴지가 산처럼 쌓여간다.

 

 

 

 

 

집으로 돌아 온 저자는 선풍기에 붙은 엄마의 손글씨 메모를 보고 엄마의 부재를 실감했다. 지갑에 모아둔 영수증 다발이 그랬고, 시들어 가는 정원과 시들어가는 아버지를 보며 그랬다. 나라면 아마도 냉장고를 열때마다 엄마가 보고 싶어질지 모르겠다. 냉동실에 있는 고춧가루나 깨, 김치 냉장고에 있는 김치나 무말랭이 같은 반찬들을 볼때마다 얼마간 무릎이 푹푹 꺽일테다. ‘엄마라는 단어에는 흐느껴 우는게 아니라 가슴을 치며 울음을 토해내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슬픔이 고여있다. 그래서 더욱 함부로 말을 꺼내기 어려운 게 엄마에 대한 이야기다. 그건 아마도 자식은 도저히 갚을 도리가 없는 희생이라는 빚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 빚이 저자의 집에도, 우리집에도 그득히 채워져 있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제목의 의미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근원으로의 회귀? 엄마의 자궁으로 돌아가고 싶은 유아기적 모성에의 갈망? 같은 것은 아닐까 짐짓 추측을 해보지만... 이건 결국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이해해야 하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의아했던 제목이 지금은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 엄마와 언제까지나 계속 함께이고 싶었다정도로 읽혀진다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소재지만 이야기는 생각보다 담백하게 펼쳐진다. 전체적으로 죽음을 미화하지 않고 현실적인 시점을 견지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죽음 그리고 그 후로도 이어지는 삶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고자 하는 저자의 그림들이 슬픔에 치우치지 않으려 애를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진심이 전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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