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미야가와 사토시 지음, 장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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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기 전에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누가 봐도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제목인데 표지는 정직한 초록색, 영정을 들고 있는 남자의 그림은 한없이 가벼워보인다. 우리 엄마가 보시면 기함을 할 만한 제목에다가, 내용은 만화의 형식인 이 난해한 조합이 참 생소하다는게 이 책의 첫 소감이다. 그만큼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지 예측을 못하는 상황은 반대로 책의 내용을 무척이나 궁금하게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영화로도 만들어 졌을 만큼 많은 호응을 얻은 미야가와 사토시의 만화 에세이다. 엄마의 시시한 말장난으로 시작하는 이 책의 첫 장면은 위암 말기를 선고 받는 엄마의 표정과 오버랩 되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선고한다. 아들의 병간호를 할 때는 나을거라는 믿음으로 기세등등하던 엄마가 자신의 병마 앞에서는 어린 아이처럼 작아졌을 때 아들 역시 똑같은 믿음으로 그 곁을 지킬 수 밖에 없는 모습이 애잔하게 펼쳐진다. 마치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듯 담담하게 써나가다가도 저자가 불현듯 허물어지는 순간엔 나 또한 여지없이 허물어졌다. 코 푼 휴지가 산처럼 쌓여간다.

 

 

 

 

 

집으로 돌아 온 저자는 선풍기에 붙은 엄마의 손글씨 메모를 보고 엄마의 부재를 실감했다. 지갑에 모아둔 영수증 다발이 그랬고, 시들어 가는 정원과 시들어가는 아버지를 보며 그랬다. 나라면 아마도 냉장고를 열때마다 엄마가 보고 싶어질지 모르겠다. 냉동실에 있는 고춧가루나 깨, 김치 냉장고에 있는 김치나 무말랭이 같은 반찬들을 볼때마다 얼마간 무릎이 푹푹 꺽일테다. ‘엄마라는 단어에는 흐느껴 우는게 아니라 가슴을 치며 울음을 토해내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슬픔이 고여있다. 그래서 더욱 함부로 말을 꺼내기 어려운 게 엄마에 대한 이야기다. 그건 아마도 자식은 도저히 갚을 도리가 없는 희생이라는 빚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 빚이 저자의 집에도, 우리집에도 그득히 채워져 있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제목의 의미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근원으로의 회귀? 엄마의 자궁으로 돌아가고 싶은 유아기적 모성에의 갈망? 같은 것은 아닐까 짐짓 추측을 해보지만... 이건 결국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이해해야 하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의아했던 제목이 지금은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 엄마와 언제까지나 계속 함께이고 싶었다정도로 읽혀진다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소재지만 이야기는 생각보다 담백하게 펼쳐진다. 전체적으로 죽음을 미화하지 않고 현실적인 시점을 견지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죽음 그리고 그 후로도 이어지는 삶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고자 하는 저자의 그림들이 슬픔에 치우치지 않으려 애를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진심이 전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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