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디자인 1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 1
김재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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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라는 단어는 현대 도시인들에게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말이 된지 오래다. 당장 눈 앞을 한바퀴 휙 둘러봐도 디자인과 연결되지 않은 물건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텅 빈 상태 조차도 미니멀리즘이라는 제목을 붙이면 디자인이 된다. 이번에 21세기북스에서 나온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 시리즈중 첫번째 <더 디자인>은 그런 디자인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만화와 디자인이라는 친밀한듯 하면서도 생소한 조합이 어떤 시너지를 줄 것인지 표지부터 기대가 된다.

 


  총 9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은 건축, 산업, 패션에서 전쟁무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점에서의 디자인을 다루고 있다.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작품인 츄파춥스의 포장 디자인, 샤넬 넘버 5에 얽힌 실용주의 정신과 여성을 자유롭게 한 샤넬의 혁신, 바우하우스에 얽힌 시대정신과 해체, 세계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를 디자인 해온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현대에서 디자인한 차가 포니라는 사실 등등 디자인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쉴새없이 이어진다. 삽화는 만화라고는 하지만 보다 팝아트적인 색감과 드로잉으로 채워져 있어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그리고 작자는 선도하는 디자인에서 대중의 감성과 교류하는 디자인으로의 변화를 꿰뚫어 보고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아방가르드적 디자인을 경계하고 인간의 일상과 삶에 조화롭게 스며드는 디자인을 지향해야 한다는 결론에 나 또한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날 회사에서 갈 곳 없는 열정을 불사르던 시절, 업무상 대기업 제품 디자이너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덕분에 이 책의 소제목 좋은 디자인이 곧 경쟁력이다’, ‘산업 디자인의 꽃, 자동차에 온 몸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디자인이 곧 경쟁력이라고 믿는 대기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 자신의 정체성과 회사의 아이덴티티, 대중의 요구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상상이상으로 산업 디자이너들은 자동차에 디자인된 곡선, 소재, 형태 등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난 졸지에 전혀 관심사 밖이었던 자동차를 보러 영업소를 돌며 브로셔를 모으고 모터쇼에 들락거리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더 디자인>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큰 수확은 작가 김재훈의 발견이다. 그의 작품을 한번도 접해 보지 못한 나로서는 이 책에서 만화가로서의 김재훈보다 작가로서의 김재훈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서문에서부터 나를 사로잡은 필력은 ‘P.S 디자인이라는 에필로그까지 이어졌다. 다분히 만화적인 상상력이 깃든 문장들이 독특하면서도 유쾌했다. 그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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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꽃 - 2019년 5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최수철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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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 기온이 벌써 27도를 넘어서고 있다. 아이들은 마스크를 쓴 채 가쁜 호흡을 하며 집을 나섰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에서 매우 나쁨수준으로 치닫는다. 아마도 하루종일 저 창문이 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문단속을 해도 가족들은 알레르기 질환에 사계절 시달린다. 소리도 없이 우리 주위를 맴도는 독성물질. ‘이라면 마녀가 휘휘 저어 만드는 마법의 물약처럼 비현실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은 우리 주위 어디에나 있다. 주위에 존재하는 을 넘어 인간 자체가 이라고 독의 꽃이라고 읖조리는 한 작가의 이상한 이야기를 만났다. 이 기묘한 이야기는 마치 독극물처럼 천천히 스며들었다가 순식간에 독자들의 얼을 빠트린다.

 


이야기는 독성물질에 감염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된 한 남자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옆 침대에 누워 알수 없는 말들을 웅얼거리는 그의 이름은 조몽구. 원치 않는 아이로 태어나 태생적으로 몸에 새겨진 독을 어쩌지 못해 두통에 시달리는 그는 유년시절, 성장기, 군대, 대학시절을 거치며 점점 내,외부의 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다. 그런 그의 곁에는 스스로 그 자체가 되어가는 삼촌 조수호가 있고, 삼촌과 조몽구를 사이에 두고 독으로 얽힌 인물들은 하나, 둘 무력하게 굴복하게 되는데 

 

 

 p.177

모든 물질은 독이며 독이 아닌 물질은 없다. 다만 올바른 용량만이 독과 약을 구별한다.” 요컨대 독과 약은 서로 대립되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과학적으로는 차이가 없고, 다만 얼마나, 어디에서, 무엇과 함께 사용되느냐에 따라 독이 되거나 약이 된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겹도록 에 천착하는 작가나 인물들에 크게 공감할 수 없었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독성물질은 현실이었지만 그 자체는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그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 뉴스에서 재현되는 장면은 소름끼치는 사실이기도 하다. 어제도, 그 며칠 전에도 사람들은 에 중독된 듯 가족을 죽이고, 전혀 모르는 타인을 향해 칼을 휘두르고, 약에 취한 여자를 강간했다. 저자가 말하는 이 아니면 딱히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끝 간데 없는 광기였다. 마음의 이였다. 해결책은 을 더하는 일이다. 독과 약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니 내 안의 독과 외부의 독을 적절한 비율로 중화 시키는 일, 그것만이 인간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독을 가진 우리는 모두 독의 꽃이니

 


 p.211

우리에게 독은 그저 독이라 불리는 어떤 물질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니지요. 우리에게는 이기심, 분노, 공포, 탐욕 따위를 독과 심리적으로 연결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독은 우리 자신의 일부이지요. 우리는 우리 속의 나쁜 기운을 두려워하고 기피하면서도 거기에 이끌립니다. 이 말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까요?”

 

 

이 소설은 장르를 특정할 수가 없다. 조몽구라는 인간을 둘러싼 한 편의 서사소설 같기도 하고, 막판으로 치닫을수록 풀리는 인물의 관계와 여러가지 형태의 죽음을 쫓는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이라는 존재를 혼몽하게 풀어낸 환상소설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무거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500페이지 남짓의 장편이 술술 읽혀지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더해진 로맨스까지 작가는 을 모티브로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다 쏟아낸 모양이다. 그래도 이야기가 물 흐르듯 잘 흘러가는 걸 보면 저자는 타고난 이야기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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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거위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문형렬 옮김 / 문학세계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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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단칸방에 살던 시절, 유일하게 좋았던 점은 잠들기 전 아빠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일이었다. 아빠는 자신이 겪었던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제법 그럴 듯 하게 각색해서 들려주곤 했다. 그래봐야 두 세가지 레파토리의 반복이라 매일밤 똑같은 이야기를 질리도록 들어야 했지만 왠일인지 나는 그 시간을 매번 기대했던 기억이 있다. <아빠 거위>라는 책을 받아 들고 가장 처음 아빠의 목소리가 떠돌던 그 밤들이 떠올랐다. 긴 세월동안 엄마(마더구스) 뿐만 아니라 아빠들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 있었을 테다. 매번 똑같아도 기꺼이 들어주고 싶은 그런 이야기가

 

<아빠 거위>19세기에 나온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120년도 전에 나온 동시집이라고나 할까. 저자는 프랭크 바움, 삽화는 덴슬로우 라는 당대 최고들이 만나 훗날 20세기 최고의 동화책 <오즈의 마법사>를 만들어 내게 되는 효시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는 페미니즘이 막 생겨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는데 초반에 엄마 거위가 여성단체에 가입하면서 아빠 거위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는 서술을 보며 이 작품의 탄생 배경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외국 동시라는 부분에서 언어적인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을까가 가장 궁금했는데 이는, 국문, 영문을 동시에 실어 영어의 라임은 즐기면서도 전체적인 뜻은 쉽게 알 수 있도록 함으로서 해결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프랭크 바움의 재치 넘치는 이야기와 소재다. ‘’, ‘그런 적 있나요?’, ‘창문 없는 집를 읽으면서는 넘치는 재기발랄함에 쿡쿡 웃어버렸고, 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동물들을 보면서 저자의 폭 넓은 상상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삽화는 지금봐도 요즘 유행하는 클래식 디자인인가 싶을 정도로 세련된 맛이 있다.

 

난 옛날에 아빠가 들려주시던 말도 안되는 옛날 이야기들을 한번도 엉터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파더구스를 듣고 자라온 아이들도 역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웃기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오래도록 꿈을 꾸었을 것만 같다. 나른하고 기분 좋은 꿈, 통쾌하고 스펙타클한 꿈, 유쾌하고 환상적인 꿈, 세상 모든 종류의 꿈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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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을 좋아합니다 - 초록 지붕 집부터 오건디 드레스까지, 내 마음속 앤을 담은 그림 에세이
다카야나기 사치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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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빨간 머리 앤을 알게 된 것은 어릴 적 일요일 아침마다 해주던 TV 만화 영화를 보게 되면서 부터다. 아지랑이 같던 사과꽃 길이나 자작나무 숲, 초록 지붕집, 병에 든 우유 같은 것들에 로망이 생긴 것도 만화영화의 이미지가 컸다. 그때가 아마도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합니다>의 저자 다카야나기 사치코와 비슷한 나이였을 것이다. 작가는 원작 소설을 통해 앤을 처음 만났지만 난 만화영화라는 점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하지만 내가 만약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원작을 먼저 접하게 됐다 해도 이렇게까지 앤을 사랑하게 될 수 있었을까? 이 부분은 조금 미지수다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합니다> 이 책의 저자와 나의 감수성은 제법 잘 맞는 것 같다. 만약 에이번리 풍경의 아름다움, 길버트의 소년적 사랑, 마릴라 아주머니와 앤의 갈등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면 밤이 새도록 할 얘기가 넘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전혀 주목하지 않았던 부분도 있는데 그건 바로 깔개와 산사나무에 대해서다. 그건 아마 원작에서 자주 등장하던 소재일 테다. 책의 말미에는 몽고메리의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그녀의 작품 세계 전체를 이해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데, 이쯤에서는 대충 읽고 넘어간 원작을 다시 한번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 책에도 앤의 주옥 같은 대사들이 많이 나오지만 <빨간 머리 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다이아나와 앤이 주고받던 그 수 많은 쪽지 속에 있다. 너의 친애하는 벗 앤 셜리로부터 라는 문장에 홀딱 반해 그 시절 친구들과 주고받던 쪽지들 말미에 이름만 바꿔 저 문장을 써 넣었다. 당시만 해도 친애하는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고급스럽고 낭만적으로 들리던지  

 

글 중간중간 저자는 빨간머리 앤을 번역한 역자에 대단한 존경과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다. 역자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된 앤에 대한 애정으로도 읽혀진다. 나에게도 앤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만화영화에서 흘러나오던 성우 정경애님의 이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성우님이 연기하는 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특히 앤 셜리를 발음하던 그 명료하고도 바람이 묻은 것 같던 목소리. 안타까운 사고로 더 이상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지만 내 마음속 은 영원히 그 목소리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가볍고 친근한 문장이 봄 같은 책이다. 애이번리의 봄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삽화를 보면 더더욱 그런 느낌이다. 봄의 한가운데에서 저자와 앤 그리고 내가 한바탕 기분 좋은 수다를 떨고 헤어진다. 바람 속 꽃향기 같은 진한 여운은 봄 밤에 숨겨두기로 한다.

 


p.73

메슈는 자기 의견을 그다지 표명하지 않지만, 때로는 깜짝 놀랄 만한 말을 해서 앤을 음악회에 보내주기도 하고 꿈꾸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 너의 낭만을 완전히 버려서는 안 돼. 조금이라면 괜찮겠지. 물론 도를 지나치면 안 되고 말이야. , 조금은 낭만을 간직하는 편이 좋단다.”

이런 말을 해주는 어른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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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파파와 바다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7
토베 얀손 지음, 허서윤.최정근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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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파파가 기어이 사고를 쳤다. 회고록 속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무민파파의 모험심이 기어이 저 넓은 바다 위 등대 섬으로 현실감 있게 발휘되었다. 골짜기 생활에서 더 이상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없었던 무민파파의 인솔하에 늦여름밤, 무민 가족은 등대가 있는 섬으로 떠났다. 모든게 완벽했던 무민골짜기를 뒤로 하고

 


p.10 .무민 가족은 늘 뭔가를 했다. 묵묵히, 쉬지도 지루해하지도 않고 세상을 이루는 작디작은 일을 끊임없이 해 나갔다. 늘 정해진 대로 반복된 생활을 하며 모든 것을 혼자 마음 속에 품고 있어서, 무민 가족의 세상에 더할 나위라고는 없었다. 마치 탐험이 모두 끝나 마을이 빼곡히 들어선, 미개척지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세계지도와도 같았다.

 

무민파파의 모험담을 읽을 때와는 달랐다. 현실이 된 무민파파의 모험은 쉽게 이해할 수도 감동할수도 없었다. 책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무민 골짜기를 떠나온 이 가족에게 잔소리를 퍼부어주고 싶은 기분이다. 안정적인 생활을 놔두고 미지의 모험을 쫒아 새로운 변화를 꿈꾸기엔 견뎌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지 않느냐고 다시 돌아가는게 어떠냐고 마음속으로 수십번도 더 외쳤다. 등댓불은 꺼져 있고, 등대는 잠겨있고, 먹을 것은 떨어져가고, 무민마마가 정원을 가꿀만한 흙 한줌 안보인다. 게다가 유일한 이웃인 어부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이보다 더 최악일 수 있을까?

 

상황이 어찌 됐든 무민가족은 처한 현실을 바꿔보려고 고군분투한다. 무민파파는 등대 열쇠를 찾았고, 무민마마는 등대 근처에 정원을 꾸밀 꿈을 꾸게 됐다. 무민은 근사한 빈터와 아름다운 해마들을 발견해냈고 미이는 어부를 관찰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물론 희망적인 이야기는 오래 가지 않는다. 등댓불은 고쳐지지 않고, 정원을 꾸미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민마마와 무민파파가 어떻게든 현실을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동안, 무민은 홀로 비웃는 해마들과, 다가오는 그로크를 상대로 두려움을 견뎌내야 했다. 이 살아 움직이는 섬은 무민가족에게 전혀 우호적이지가 않다.


p.68

무민파파가 비밀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허 그런 건 자세히 알려줄 수 없지. 세상은 받아들일 준비가 된 이들에게는 엄청나게 놀라운 일들로 가득하단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새하얀 갈매기가 나한테 열쇠를 물어다 줬을지도 모르지…."


 

 

무민 가족이 겪는 역경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지만 이것이 무민가족의 마지막 이야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이 결말은 해피엔딩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무민과 그로크, 무민파파와 어부, 무민 가족과 섬, 결국 많은 것들이 서로 화해하게 되니까. 앞으로 섬에 남든, 골짜기로 돌아가든, 낯선 환경을 겪으며 조금은 변하고, 조금은 달라진 그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늘 가족을 위해 헌신하던 무민마마는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무민은 독립했다. 그 행로가 우리의 삶과도 너무나 닮아 있어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멀지 않은 미래에 내 삶에도 똑같은 선택의 순간이 오면 무민 가족처럼 안정보다 값진 모험을 선택할 수 있을까? 

 

 

p.163

가족들은 무민마마가 톱질하는 모습에, 장작더미가 쌓일수록 점점 가려지는 무민마마의 모습에 익숙해졌다.

처음에 무민파파는 불 같이 화를 내며 장작더미를 넘겨받으려 했다. 그러자 무민마마도 화내며 말했다.

이건 내일이예요. 나도 좀 놀아 보자고요

마침내 장작더미가 너무 높아진 탓에 무민마마는 귀 끄트머리만 간신히 보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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