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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거위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문형렬 옮김 / 문학세계사 / 2019년 4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519/pimg_7338931712198695.jpg)
어릴 적 단칸방에 살던 시절, 유일하게 좋았던 점은 잠들기 전 아빠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일이었다. 아빠는 자신이 겪었던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제법 그럴 듯 하게 각색해서 들려주곤 했다. 그래봐야 두 세가지 레파토리의 반복이라 매일밤 똑같은 이야기를 질리도록 들어야 했지만 왠일인지 나는 그 시간을 매번 기대했던 기억이 있다. <아빠 거위>라는 책을 받아 들고 가장 처음 아빠의 목소리가 떠돌던 그 밤들이 떠올랐다. 긴 세월동안 엄마(마더구스) 뿐만 아니라 아빠들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 있었을 테다. 매번 똑같아도 기꺼이 들어주고 싶은 그런 이야기가…
<아빠 거위>는 19세기에 나온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120년도 전에 나온 동시집이라고나 할까. 저자는 프랭크 바움, 삽화는 덴슬로우 라는 당대 최고들이 만나 훗날 20세기 최고의 동화책 <오즈의 마법사>를 만들어 내게 되는 효시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는 페미니즘이 막 생겨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는데 초반에 엄마 거위가 여성단체에 가입하면서 아빠 거위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는 서술을 보며 이 작품의 탄생 배경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519/pimg_7338931712198696.jpg)
외국 ‘동시’라는 부분에서 언어적인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을까가 가장 궁금했는데 이는, 국문, 영문을 동시에 실어 영어의 라임은 즐기면서도 전체적인 뜻은 쉽게 알 수 있도록 함으로서 해결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프랭크 바움의 재치 넘치는 이야기와 소재다. ‘왜’, ‘그런 적 있나요?’, ‘창문 없는 집’를 읽으면서는 넘치는 재기발랄함에 쿡쿡 웃어버렸고, 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동물들을 보면서 저자의 폭 넓은 상상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삽화는 지금봐도 요즘 유행하는 클래식 디자인인가 싶을 정도로 세련된 맛이 있다.
난 옛날에 아빠가 들려주시던 말도 안되는 옛날 이야기들을 한번도 엉터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 ‘파더구스’를 듣고 자라온 아이들도 역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웃기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오래도록 꿈을 꾸었을 것만 같다. 나른하고 기분 좋은 꿈, 통쾌하고 스펙타클한 꿈, 유쾌하고 환상적인 꿈, 세상 모든 종류의 꿈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