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샷 -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
사피 바칼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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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전집을 한 질 주문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사회, 과학, 문학, 예술 등 다방면으로 다루는 창의 융합 도서라는 선전에 이끌려 홀린듯 결제 버튼을 눌렀다. 사실 융합적인 사고가 아이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운다는 마케팅 문구는 최근 교육부에서 교육과정을 바꿀 때마다 언급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창의 융합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러던 어느날, 나는 물리학자가 쓴 경영서를 보며 이것이 말로만 듣던 그 융합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룬샷> Loon shots, 제목만 보고는 도통 내용을 가늠할 수 없는 책이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저자도 약력만 봐서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알쏭달쏭한 제목과 저자보다 빌 게이츠, 정재승이라는 이름이 더 눈에 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 유명한 사람들이 극찬을 하는지 좀 읽어봐야겠다. , 물리와 경영이 융합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해 보고 싶기도 하다.


 

"회사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하는 문제 자체가 정말로 매력적이죠."

잡스는 그의 전기를 쓰고 있던 월터 아이작슨에게 그렇게 말했다.

때로는 회사 자체가, 회사를 조직하는 방식이 바로 최고의 혁신이더군요.”

p.264


 

 


그러려면 먼저, 이 책에서 다루는 룬샷프랜차이즈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룬샷은 터무니없이 획기적인 아이디어, 다른 이들이 말도 안된다고 여기는 아이디어를 말한다. 반대로 프랜차이즈는 이미 개발되어 안정적인 결과를 내는 상태를 말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개념은 상전이. 정확한지는 알 수 없으나 태생이 문과인 내가 이해한 바로는 물이 얼음으로 물질의 상태가 바뀌는 것처럼 물질의 변화하는 모든 순간을 상전이라고 한다. 상전이는 서로 경쟁하는 두 힘(결합 에너지와 엔트로피)이 만들어 낸 결과이며 이는 변화의 중간에 어떤 힘(구조)을 가하느냐에 따라 물질의 상태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룬샷에서 프랜차이즈로 가는 상태의 변화, 즉 상전이를 통해 시스템(구조)이라는 작은 변화가 어떻게 혁신적인 조직을 만드는지 설명해준다.

 

 



현장의 병사와 벤치의 예술가 사이에 오가는 균형 있는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통해 가장 유리한 룬샷을 고르는게 아니라,

오직 신성한 리더의 뜻에 따라 아이디어가 정지될 때, 팀이나 기업은 함정에 빠진다.

p.174

 

 



초반부터 생소한 용어와 물리학적 지식들이 대방출되다 보니 살짝 긴장이 되기도 하였으나 그 다음부터는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들의 연속이었다. 세계2차 대전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신약 개발과 무기 개발의 역사, 애플과 뉴턴, 미국 여객기 산업의 역사 등, 경제적 사건들과 과학적 현상을 결합시켜 풀어내는 저자의 입담에 흠뻑 빠져든다. 전반에 룬샷의 성공담과 실패담을 역사적 사실을 통해 분석해 보았다면 후반부에는 실제 이러한 개념들로 어떻게 조직의 구조를 바꿀것이냐는 이야기로 전환된다. 주로, 리더는 조직이 룬샷과 프랜차이즈의 균형을 유지하며 선순환 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를 견고히 해나가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말로 성공을 이루는 사람들, ‘우연한 설계자들은 그보다 덜 화려한 역할을 맡는다. 그들은 어느 한 룬샷을 열렬히 지지하기보다는 많은 룬샷을 육성할 수 있는 뛰어난 구조를 만든다. 그들은 예지력 있는 혁신가라기 보다는 세심한 정원사에 가깝다. 그들은 룬샷과 프랜차이즈 양쪽을 잘 돌보며,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압도하지 못하게 한다.

p.79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룬샷>은 한 조직의 리더가 읽었으면 싶은 책이다. 예전에 사회 생활을 하던 회사는 식스 시그마와 품질경영에 열을 올리던 제조회사였다. 한 때는 룬샷 아이템으로 급성장하였으나 변화하는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 한참 고전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런 회사는 산재해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혁신을 부르짖는 사장님들께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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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니스 - 잠재력을 깨우는 단 하나의 열쇠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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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코로나 상황은 시간이 한참 더 걸릴 모양이다. 전세계에 걸쳐 경제, 사회, 정치의 마지노선들이 무너지고, 전시 상황에 준하는 국가 명령이 내려진다. 증시는 폭락하고 유가는 마이너스다. 도시들은 문을 닫고 사람들은 꼭꼭 숨었다. 집에만 갇혀 있게 된 사람들은 잔뜩 신경이 날카로워진 채로 창문 밖만 내다본다. 윗집 아랫집 할 것 없이 아이들이 뛰는 소리와 뛰지 말라는 엄마들의 고함 소리, 암담하기만 한 뉴스 앵커의 목소리, 택배 기사들의 초인종 소리, 잦은 품절 알림소리, 개학 연장 알림소리, 또 확진자가 나타났다는 재난 알림소리. 적막한 도시에서도 저마다의 소란스러움은 매일매일 반복 된다. 그 소란함에 동요되어 날뛰는 마음은 오늘도 깊은 절망쪽으로 기우는 중이다.

 





처음 보는 생소한 영어 단어를 마주하고 사전을 펼치기에 이르렀다. STILLNESS(스틸니스). 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고요’, ‘정적이다. 하지만 라이언 홀리데이의 신작 <스틸니스>에서의 고요는 단순히 소음이 없는 상태가 아닌 내면의 고요, , 마음이 평화로운 상태를 말한다. 짐작해보자면 영화 쿵푸팬더에서 사부님이 말씀하시는 이너피스(Inner peace)의 상태를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주인공 포처럼 매일매일 수련만 하며 살 수 없는 현대인들은 이 마음의 고요를 어디에서 얻을 것인가? 이 고요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 시킬 것인가? 안팎으로 소란한 마음을 달래며 저자와 함께 고요에 이르는 길을 따라가 본다.

 




이 책은 우리에게 내면의 고요가 필요한 이유와 우리의 정신, 영혼, 몸을 올바르게 통제함으로서 내면의 고요에 이르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내면의 고요는 화를 다스려 올바른 판단을 위한 통찰력을 키워주고, 숨겨져 있던 자신감을 발현하도록 돕는다. 또한,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의 욕망이나 타인의 의지에 휘둘리지 않는 강인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동안 많은 위대한 사상가, 지도자, 예술가들이 그러했듯이 우리 또한 우리 안의 고요를 통해 어려운 선택을 하고, 타인을 품고, 궁극적으로는 외부의 어떠한 자극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이고 불안한 사람들은 자신의 결점을 숨기거나 곱씹거나 끙끙 앓거나 겉으로 드러내면서 그것을 정체성의 중심에 둔다. 이런 사람들은 고요할 수 없다. 고요는 오직 강인함 속에 뿌리를 내린다.

불안에 먹이를 주지 마라. 과대망상에 먹이를 주지 마라.

이 둘 모두 고요를 가로막는 방해물이다.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 당신은 이미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p.105

 




상처를 받거나 배신을 당하거나 예기치 못한 힘든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자신이 몇 살짜리의 감정 반응을 보이는지 생각해보라. 그게 바로 당신의 내면아이다. 당신이 그 아이를 안아줘야 한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말해줘야 한다.

이봐, 친구. 괜찮아. 네가 상처받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널 돌봐줄게.”

p.146 

 

 




저자는 책 전반에서 동, 서양 사상의 폭 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진정으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정신세계의 지도를 그려내고 있다. 어느 한쪽으로의 치우침 없이 다양한 사상으로부터 내면의 고요라는 한 가지 줄기를 찾아낸 저자의 통찰이 무척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이라든지, ‘이라고 하는 동양적 철학에 대한 그의 깊은 동경과 이해를 발견할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코로나가 발생하고 나에게 가장 간절해 진 것은 홀로 멍해질 시간이다. <스틸니스> 이 책을 읽으니 왠지 더 간절해진다. 하지만 진정한 고요는 아이들과 아비규환으로 뒹구는 이 집 안에서도 가능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스틸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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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버그 -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맷 매카시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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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수록 대부분 그렇겠지만, 우리집도 절기가 바뀔 때 마다 콧물을 달고 사는 아이들 덕분에 일주일에 누군가 한번은 병원에 간다. 처음에는 그냥 감기인가 보다 하고 두고 보던 시간도 있었지만 금새 중이염, 충농증으로 발전하는 경우를 몇 번 겪고 나서는 맑은 콧물만 보여도 무조건 병원으로 직행한다. 비염이 심한 첫째 아이는 거의 90% 충농증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항생제 처방이 잦은데 항생제는 진찰 횟수를 더할수록 더 쎄고 더 많은 양을 먹어야 했다. 설사라는 부작용이 명확했지만 유산균을 동시 복용하면서까지 항생제를 먹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밤새 코가 막혀 잠을 설치게 될 것이고, 컨디션은 엉망인채로 누런 코를 닦아 내느라 코 밑이 헐 것이다.

 



일부 항생제는 기생충과 진균도 죽일 수 있지만 바리어스에는 거의 효과가 없다.

그래서 의사들은 감기 환자에게 항생제를 잘 처방하지 않는다. 감기 증상은 대체로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기 때문이다.

p.34

 



지금까지 항생제에 대해 별 문제 의식없이 살아온 나에게 <슈퍼버그>라는 책은 아주 충격적인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갑자기 바이러스, 박테리아, 진균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의 세계가 불쑥 평온한 일상 안으로 쳐들어온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전쟁통 같은 요즘이다 보니 체감되는 공포는 배가 되었다. ‘바이러스 변이’, ‘숙주’, ‘전염병’, ‘치료제 개발' 같은 단어들이 일상용어처럼 사용되는 현실이 그제서야 뒤늦게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외면하고 싶은, 믿고 싶지 않은 뉴스들이 오늘도 윙윙 거실을 채운다.

 



<슈퍼버그>는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 , 강력한 항생제로도 치료되지 않는 변이된 박테리아를 말한다. 뉴욕의 프레스비테리안 병원의 의사 맷 매카시는 그의 동료들과 함께 이러한 슈퍼버그를 막아낼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는 그 지난한 과정을 한 인간 의사로서의 시점으로 솔직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전하는 책을 썼는데 그 책이 바로 <슈퍼버그>.

 


누가 박테리아에 감염될지, 누가 병에 굴복할지 예측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었다. 박테리아는 대상을 가리지 않으므로 우리는 모두 위험에 처해 있었다. 박테리아는 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연령대의 사람을 공격했다. 박테리아가 우리보다 한 수 앞서가는 탓에 어떻게 보면 한 세기 동안의 과학적 진보가 완전히 지워지고 항생제를 발견하기 이전의 시대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p.94

 



이 책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전반부는 매카시가 동료 의사 월시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게 된 배경과 연구 승인을 받기 위한 과정이 실려 있다.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으로 항생제의 분자 구조를 학습한 박테리아들이 계속해서 변이를 일으키며 기어이 항생제를 뛰어넘는 슈퍼버그들이 발생하고 환자들은 사소한 감염으로 죽어간다. 매카시는 의사로서의 무력함과 함께 위기의식을 느끼고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그러던 와중에 달바라는 신약을 발견하고는 임상실험에 뛰어들게 된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우연하게 페니실린을 발견하게 된 이야기부터, 비윤리적인 생체실험의 시대를 지나, 지극히 경제논리로 이루어지는 현대의 신약 개발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의학용어가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어려운 줄 모르고 술술 읽어내려갔다.

 



내가 특히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임상실험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되는 후반부다. 가지각색의 사연을 가지고 병원에 온 환자들이 새로운 신약의 임상 실험에 참여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장면들이다. 권하는 의사도, 선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막다른 길에 다다른 환자도 변이된 박테리아 앞에서 희망을 품기 어려웠다. 매카시가 지금의 항생제를 완성시킨다 해도 아마 또 다른 슈퍼버그가 나타나 우리를 공포에 떨게 만들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인류의 역사는 계속 될 것이다. 인간들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어딘가에서 리신’, ‘크리스퍼같이 진화하는 감염병에 대항하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생물은 우리 주위에서 생물학전을 벌이고 있었고, 우리 발밑에서도 훗날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해줄 새로운 화학물질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환자들에게 닥친 치명적인 감염에 대해 생각하는데 익숙했지만, 이제 그 치료법도 그릴 수 있었다. 겉흙 바로 아래에는 질병을 완화해주고 감염병의 유행을 막아줄 미세한 분자들이 있었다. 다만 계속 찾아야 했다.  

p.343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그동안 항생제에 둔감했던 인식을 확 바꿔야 했다. 병원에서 쓰는 항생제 뿐만 아니라 육류, 가금류 가공에 사용되는 모든 항생제를 포함해야 한다. 항생제 내성이라는 것이 인류에게 이토록 위험한 줄 몰랐던 무지가 공포로 되돌아 온다. 슈퍼버그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변종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이 전 세계를 휩쓴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바로 우리 앞의 현실이라는 점이 너무 두렵다. 우리는 지금 이 참혹한 현실에서 회복할 날만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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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백 포티큘러 북
댄 카이넨.엘라 모턴 지음, 장정문 옮김 / 소우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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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리포터를 보면 신문이나 책에서 그림이나 사진이 움직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액자 속 그림들이 인사하는 것 만큼이나 신기하고 재미있는 연출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책이 존재하다니포티큘러북 <아웃백>을 보고 나는 하마터면 소릴를 지를 뻔 했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먼지쌓인 고서들처럼 두껍고 가죽 느낌의 표지를 가진 책이었는데, 책장을 넘기자 정말로 책 속 캥거루가 어디론가 달려가는 거였다. 서둘러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캥거루를 본 아이들은 모두 입을 모아 "우와"를 외쳤다.


움직이는 책의 기본 기술은 홀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것 같지만 전세계에 이 정도 인쇄 기술을 가진 곳이 몇 군데나 될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마감이 탁월하다. 물론 그 때문에 책이 두꺼워 질 수 밖에 없었던 점은 이해를 해야할 것 같다. 보다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 할 점도 있는데, ‘평평한 곳에 책을 놓을 것’, ‘페이지의 끝부분을 잡고 움직일 것’,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할 것이다. 그 세 가지만 지키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에 따라 동물들이 움직이는 속도도 동작도 달라지는데 몇 번을 넘겨봐도 재미있고 신기할 따름이다. 어른인 나도 그런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흥분을 가라앉히고 책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포티큘러 북은 이미 시중에 여러 가지 시리즈로 나와 있는데 이번에 내가 펼쳐본 책은 호주(오스트레일리아)의 내륙지방 <아웃백>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을 읽고, 아웃백이 호주 내륙의 척박한 토양이 있는 불모지로, 사막, 열대우림, 관목지, 삼림지, 습지, 초원 등 복합적이고 아주 흥미로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 17세기 영국의 식민지화로 토착 원주민들이 사라지고 풍부한 자연 환경들이 파괴되어야 했던 호주의 역사도 알게 된다.

 



아웃백의 독특한 자연환경 때문인지 이곳에만 서식하는 동물들도 많은데 빌비, 쥐캥거루, 반디쿠트, 푸른혀도마뱀 등이 그 예이다. 오리 얼굴에 너구리를 합쳐 놓은 듯한 독특한 외양의 오리너구리도 전세계 많은 학자들의 관심 대상이다. 이 책에는 그중에서도 캥거루, 갈라(앵무새의 일종), 웜뱃(유대류, 정육면체의 배설물), 공작거미(독이 없고, 공작새처럼 화려한 색), 코알라, 목도리도마뱀, 가시두더지(고슴도치처럼 생긴 두더지), 낙타(단봉낙타, 유해동물)의 모습이 실려있다. 호주에 낙타가 살다니, 저게 고슴도치가 아니고 두더지라니, 엄청 무섭게 생겼는데 독이 없는 거미라니, 같은 생각을 하며 생동감 넘치는 아웃백 사파리를 구경한다.

 



얼마전, 건조한 기후로 인한 자연발화가 지속된 끝에 호주 전역이 불타오르는 심각한 산불이 발생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 책에서도 동식물들의 가장 큰 위협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라고 꼬집는다.) 당시 불을 끄던 소방관이 탈진한 코알라에게 물을 먹여주는 사진이 화제가 되었는데 그 사진 한장으로 다시 한번 희망을 품어본다. 사람과, 자연과, 동식물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던 호주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 올 수 있기를, 다시 한번 아웃백을 뛰어다니는 캥거루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기를, 유칼립투스를 천천히 씹어 삼키는 코알라를 올려다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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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악센트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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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을 정성껏 살아내는 일... 그것으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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