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원론 - 옛이야기로 보는 진짜 스토리의 코드 대우휴먼사이언스 20
신동흔 지음 / 아카넷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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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아이와 구렁덩덩 새 선비라는 책을 읽었던 터다. 줄거리만 보자면 할머니가, 그것도 구렁이를 낳아, 심지어 장가를 보내고 그 며느리가 친정의 악행으로 도망간 남편을 찾으러 간다는 이야기. 오늘날의 정서로 보면 말도 안되는 허무맹랑이었다. 다 읽고 아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로서는 이 책에 대해 덧붙여줄 말이 없어 고민스러웠다. 그러던 차에 스토리텔링 원론을 읽으며 이 이야기가 다뤄져 반가웠다. 아이에게 읽어주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전반적으로 옛이야기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설명해 주고 있다. 사실 전해오는 설화나 신화, 민담들은 하나같이 황당무계하고 극단적이어서 줄거리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다. 이 책에 실린 예들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옛이야기들이 많은 부분 각색, 변형 되어 전해져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원형, 원작 그대로를 읽어보면 저자의 말대로 조금 다른 느낌을 받는다. 저자는 차례로 서사적 상징들과 숨겨진 화두, 모티브들을 읽어내는 법을 알려주는데, 그 상관관계와 몰랐던 의미들이 떠오르면 아하하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반부에 인간과 이야기가 얼마나 긴 역사를 함께해 왔는지와 설화의 이야기로서의 가치(소설보다 하위개념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한 경계), 신화, 전설, 민담의 차이 등을 다루고 있다면, 중반부에는 모티브(화소), 구성, 의미 해석을, 후반부에는 실제 사례(이야기)를 분석하고 비교를 통해 진짜 이야기를 찾아나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중반부부터 다소 어렵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나, 원론을 다루는 책인 부분을 감안하면 쉽게 설명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잘 드러나있다. 특히, 여러 옛이야기들의 원작이 많이 실려 있어 이야기 자체를 새롭게 즐기는 기회도 되었다. 


 요즘은 스토리텔링이 각 종 미디어는 물론이고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개인 미디어의 활동이 활발한 요즘 같은 시대에는 누구라도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이 되었다. 이야기의 가치와 힘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 천천히 정독하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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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때, 떠나도 괜찮아 - 이기적 워킹맘의 자아찾기 나홀로여행
티라미수 지음 / 더블유미디어(Wmedia)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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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이다. 그녀의 삶에 온전히 동의하지 못하겠다. 그런데 난 왜 계속 성취로 가득한 그녀의 지난 시간들을 흘끔거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의 오늘을 넋 놓고 바라보는가..


갑자기 아픈 아이를 어린이집에 남겨두고 퇴근시간까지 11초 애가 닳는 엄마도, 엄마가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며 치마폭에 매달리는 아이도,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집안이 폭탄 맞은 것처럼 어질러져 있고 냉장고엔 썩어 가는 양파뿐일때의 깊은 절망이 이 책에는 없다. 대신 밀라노 노천까페에서 마시는 한잔의 에스프레소, 썬글라스와 머플러를 두르고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타던 우둘투둘한 밀라노의 돌길, 고흐를 찾아 무작정 떠나는 파리의 여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위한 토스카나의 아그리투리스모 같은 이국의 풍경이 가득하다.


언뜻 보면 그저 팔자 좋은 여자의 여행기 같지만 아니다. 이 책은 그 이상의 것들을 생각하게 해 준다. 저자는 MD, 편집샵 매니저, 브랜드 매니저 등 많은 직업을 가진다. 그 많은 직업들이 시사하는 바는 저자가 얼마나 자신의 삶을 위해 고군분투 했는가이다. 그리고 열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자신을 마음 속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자기가 가야 할 길의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틈틈이 여행을 간다. 저자에게 있어 여행이란 그야말로 자아 찾기인 셈이다.


P.173 행여 누군가, 결혼한 애 엄마 혼자 여행을 간다고 괜한 걱정을 해준다면, 책임과 자유에는 여러 차원의 형태가 있다고 말하겠다. 책임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책임을 물리적 족쇄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사랑하는 이들에게 책임을 다하는 일은 상상하는 것처럼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진 것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의외로 책임은 서로를 이해해가는 즐거움을 동반하기도 하니까  

결혼을 하고 2년 남짓 워킹맘이던 시절이 있었다. 짧은 시간 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둘째의 임신이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일과 육아를 양립하기에 내 능력이 너무 모자란 탓이었다. 결국 직업적 성취를 얻지도 육아에 대한 책임감을 덜어내지도 못한 채 회사를 도망치듯 떠나왔다. 그 이후로 육아에 전념한 몇 년 동안 자존감은 거의 바닥까지 떨어져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회사를 떠나오던 그때 나도 어딘가로 나만을 위해 결연히 떠날 용기가 있었다면 지금쯤 내 삶은 조금 더 빛나고 있었을까. 엄마로서의 내가 아닌, 원래의 나를 찾을 수 있었을까.


심지어 글까지 잘 쓰는 저자의 이야기에 흠뻑 빠진 채 책장을 넘기며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밤이다. 내 삶의 방향키, 지금 내가 쥐고 있는 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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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론 - 현실을 사랑하는 25가지 방법
가와사키 쇼헤이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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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ys be ambitious!(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누구의 말인지는 몰라도 아버지는 어릴 때 이 문장을 자주 들먹이셨다. 꿈을 가져야 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노력하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배우며 자랐다. 그래서 삶은 노력해야하는 것이고 실패하면 노력이 부족한 탓이었다. 스스로를 자책하는 이유가 됐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 너는 충분히 노력했고 그만하면 됐다라고 말해주었다면 내 인생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작은 행복론은 그런 이상적인 꿈에 짓눌린 삶을 살지 말자가 가장 큰 주제다. 손이 닿지 않는 먼 이상을 위해 가까운 현재의 행복을 놓치지 말라는 이야기다. 이상에 둘러싸인 삶은 늘 애를 써야하고 노력해야 한다. 아버지 세대가 그렇게 살아왔고 나 또한 그 길을 밟고 있지만 4차산업 혁명을 맞이하는 요즘 시대에 이르러서는 생산성이 전부였던 시대의 사고가 도통 먹히질 않는 모양새다.

 

현실을 사랑하는 25가지 방법이라는 소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이상을 버리고 현실에 널려있는 행복을 만끽하기 위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고전을 읽는다거나 자연을 즐기고 일기를 써보자라는 제안들은 전적으로 동의 하는 방법들이다. 반면 버리기 위한 정리정돈은 하지 않는다’, ‘점점 고개를 숙이자’, ‘강한 의견은 갖지 않는다같은 방법들은 좀 허를 찌르는 구석이 있다. 다들 비우자고 외치는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인 이때 버리기 위한 정리 정돈은 결국 소유의 이상을 불러일으킨다는 저자의 의견에 이마를 탁 쳤다. 소비와 폐기의 반복이 아니라 가진 물건의 가치를 재발견 하는 쪽이 훨씬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삶을 통찰하는 저자만의 방식이 흥미롭다.

 

사실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다소 장황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전하려고 하는 행복한 삶에 대한 메시지는 명확하다. 꿈이, 이상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진 못한다는 극명한 사실을 상기하며 이상에 대한 지나친 외경심을 경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욜로(Yolo) 같은 단어들에 마음이 움직인다면 이 책을 한번쯤 읽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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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물건을 기억하라! 와이즈만 호기심 그림책 7
캐서린 비치 지음, 더컨 비디 그림, 김난령 옮김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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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전날 무수히 많은 벼락치기를 경험해오면서 외웠다가 금방 잊어버리는 단기 기억 능력이 발달했다. 급박할 수록 잘 외워지고 그만큼 빠른 속도로 머리 속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그나마도 아이를 둘이나 낳고 나니 방금 눈 앞에 놓였던 물건도 똥인지 된장인지 헛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요즘 치매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는 기사 한 귀퉁이가 등줄기를 오싹하게 만든다.

‘10가지 물건을 기억하라는 아이를 위한 선택이긴 하였으나 은연중에 스스로를 테스트 해보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10개쯤은 외울 수 있겠지 하는 의기양양함과 10개도 못 외우면 어쩌나 싶은 불안감이 교차했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모험가인 털보 아저씨를 좇아 세계 여러 곳을 탐험 하면서 잃어버린 물건들을 기억해 찾아야 하는 내용이다. 첫 페이지를 열면서 스쳐가는 아이의 한마디가 뼈아프다.

엄마랑 똑같네. 엄마도 핸드폰 맨날 잃어버리잖아..”   

그래, 누굴 위한 책인지 알아보자.  

전체적으로 일러스트가 재미있고 색감도 좋았다. 중간 중간 깨알 같은 그림들이 물건을 찾는 일도 잊고 아이를 깔깔거리게 했다. 한번 모험을 떠날 때마다 알로웨이 박사님이 제안한 암기비법을 알려주는데 생각보다 상상력, 창의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단순한 암기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기억력도 높이는 12조의 방법이랄까.

우리 아이에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암기팁은 그림으로 연상하기와 짝을 지어 색깔로 기억하는 법이었다. 잃어버리는 물건이 늘어날수록 난이도가 높아 졌지만 대부분 잘 기억해냈고 무엇보다도 기억해내는 과정을 즐거워했다. 어려워하는 물건은 조금씩 힌트를 주면서 책 한권을 맘껏 즐겼다.

마지막 장엔 암기 박사 퀴즈라고 그동안 거쳐왔던 여행지에서의 사소한 내용들이 문제로 나온다. 물건을 찾느라 급급했던 나와 달리 페이지 마다 나온 그림을 열심히 보던 아이는 척척 문제를 잘도 맞췄다. 나와 아이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고 해서 그게 꼭 틀린 일은 아니라는 걸 뜬금없이 깨닫는다. 오늘은 여러모로 나의 완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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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읽는 시간 - 최고의 강연을 내 것으로 만드는 확실한 방법
신디 지음 / 지식너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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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TED의 좋은 강연들을 모아 놨다 길래 강연을 있는 그대로 텍스트화 한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만약 그런 책이었다면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가치는 현저히 떨어졌을 것이다. 이 책은 TED의 유명한 강연들을 저자 신디의 필터로 필터링 하여 5가지 주제로 구분한 뒤 소개하고 있다. 또 단순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내용을 해석하여 도식화 하고 해설해 놓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강연만 볼 때는 완전히 다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도 강연자의 다른 저서나 강의 내용 등을 덧붙여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마치 시험 전날 전교 1등의 일목요연한 1급 비밀 노트를 빌려 보는 기분이랄까


 
먼저, 구성이 상당히 입체적이라고 느껴졌다. 먼저 사례를 들고 이럴 땐 이런 강연이 좋다고 추천하고, 그 강연의 내용을 요약한 다음, 부가 설명을 덧붙인다. 실제 강연을 바로 들어 볼 수 있도록 QR코드도 붙어 있다. 나처럼 어떤 강의를 들어야 좋을까 수 백 개의 네모 칸 앞에서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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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주제는 행복, 일과 시간, 관계, 돈과 불안, 나 자신 이다. 누구나 겪어 봤을 법한 마음의 동요, 갈등, 고민들을 사례로 제시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는 강연을 쉽게 선택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어떻게 원하는 일을 찾을까성공하는 사람들의 시간 활용법이라는 주제였다. 아이들은 커가고 나도 이제 내 일을 다시 시작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터라 연관된 주제가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두번째 직업만은 돈 때문에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닌 정말로 사랑하는 일을 만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는데 강연자 스콧 딘스모어는 나만의 강점을 찾고, 가치의 우선순위를 매긴 다음, 삶에 적용하고 싶은 경험을 스스로에게 묻고 실행해 보라고 조언해 주었다. 실제로 내가 그것들을 실행할 수 있도록 강점 찾기 툴이나 가치 우선 순위를 위한 질문 들도 실려 있어 지금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독려한다.

 

사실 영어 강연은 해석이 붙어있더라도 언어라는 벽 때문에 한번에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일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알기 쉽게 설명해주면 보다 가슴 깊은 곳에 가 닿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행동으로 이어 질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좋은 강연도 나에게 감명을 주고 움직이게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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