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가지 물건을 기억하라! 와이즈만 호기심 그림책 7
캐서린 비치 지음, 더컨 비디 그림, 김난령 옮김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시험 전날 무수히 많은 벼락치기를 경험해오면서 외웠다가 금방 잊어버리는 단기 기억 능력이 발달했다. 급박할 수록 잘 외워지고 그만큼 빠른 속도로 머리 속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그나마도 아이를 둘이나 낳고 나니 방금 눈 앞에 놓였던 물건도 똥인지 된장인지 헛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요즘 치매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는 기사 한 귀퉁이가 등줄기를 오싹하게 만든다.

‘10가지 물건을 기억하라는 아이를 위한 선택이긴 하였으나 은연중에 스스로를 테스트 해보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10개쯤은 외울 수 있겠지 하는 의기양양함과 10개도 못 외우면 어쩌나 싶은 불안감이 교차했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모험가인 털보 아저씨를 좇아 세계 여러 곳을 탐험 하면서 잃어버린 물건들을 기억해 찾아야 하는 내용이다. 첫 페이지를 열면서 스쳐가는 아이의 한마디가 뼈아프다.

엄마랑 똑같네. 엄마도 핸드폰 맨날 잃어버리잖아..”   

그래, 누굴 위한 책인지 알아보자.  

전체적으로 일러스트가 재미있고 색감도 좋았다. 중간 중간 깨알 같은 그림들이 물건을 찾는 일도 잊고 아이를 깔깔거리게 했다. 한번 모험을 떠날 때마다 알로웨이 박사님이 제안한 암기비법을 알려주는데 생각보다 상상력, 창의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단순한 암기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기억력도 높이는 12조의 방법이랄까.

우리 아이에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암기팁은 그림으로 연상하기와 짝을 지어 색깔로 기억하는 법이었다. 잃어버리는 물건이 늘어날수록 난이도가 높아 졌지만 대부분 잘 기억해냈고 무엇보다도 기억해내는 과정을 즐거워했다. 어려워하는 물건은 조금씩 힌트를 주면서 책 한권을 맘껏 즐겼다.

마지막 장엔 암기 박사 퀴즈라고 그동안 거쳐왔던 여행지에서의 사소한 내용들이 문제로 나온다. 물건을 찾느라 급급했던 나와 달리 페이지 마다 나온 그림을 열심히 보던 아이는 척척 문제를 잘도 맞췄다. 나와 아이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고 해서 그게 꼭 틀린 일은 아니라는 걸 뜬금없이 깨닫는다. 오늘은 여러모로 나의 완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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