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어때, 떠나도 괜찮아 - 이기적 워킹맘의 자아찾기 나홀로여행
티라미수 지음 / 더블유미디어(Wmedia)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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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이다. 그녀의 삶에 온전히 동의하지 못하겠다. 그런데 난 왜 계속 성취로 가득한 그녀의 지난 시간들을 흘끔거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의 오늘을 넋 놓고 바라보는가..


갑자기 아픈 아이를 어린이집에 남겨두고 퇴근시간까지 11초 애가 닳는 엄마도, 엄마가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며 치마폭에 매달리는 아이도,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집안이 폭탄 맞은 것처럼 어질러져 있고 냉장고엔 썩어 가는 양파뿐일때의 깊은 절망이 이 책에는 없다. 대신 밀라노 노천까페에서 마시는 한잔의 에스프레소, 썬글라스와 머플러를 두르고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타던 우둘투둘한 밀라노의 돌길, 고흐를 찾아 무작정 떠나는 파리의 여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위한 토스카나의 아그리투리스모 같은 이국의 풍경이 가득하다.


언뜻 보면 그저 팔자 좋은 여자의 여행기 같지만 아니다. 이 책은 그 이상의 것들을 생각하게 해 준다. 저자는 MD, 편집샵 매니저, 브랜드 매니저 등 많은 직업을 가진다. 그 많은 직업들이 시사하는 바는 저자가 얼마나 자신의 삶을 위해 고군분투 했는가이다. 그리고 열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자신을 마음 속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자기가 가야 할 길의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틈틈이 여행을 간다. 저자에게 있어 여행이란 그야말로 자아 찾기인 셈이다.


P.173 행여 누군가, 결혼한 애 엄마 혼자 여행을 간다고 괜한 걱정을 해준다면, 책임과 자유에는 여러 차원의 형태가 있다고 말하겠다. 책임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책임을 물리적 족쇄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사랑하는 이들에게 책임을 다하는 일은 상상하는 것처럼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진 것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의외로 책임은 서로를 이해해가는 즐거움을 동반하기도 하니까  

결혼을 하고 2년 남짓 워킹맘이던 시절이 있었다. 짧은 시간 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둘째의 임신이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일과 육아를 양립하기에 내 능력이 너무 모자란 탓이었다. 결국 직업적 성취를 얻지도 육아에 대한 책임감을 덜어내지도 못한 채 회사를 도망치듯 떠나왔다. 그 이후로 육아에 전념한 몇 년 동안 자존감은 거의 바닥까지 떨어져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회사를 떠나오던 그때 나도 어딘가로 나만을 위해 결연히 떠날 용기가 있었다면 지금쯤 내 삶은 조금 더 빛나고 있었을까. 엄마로서의 내가 아닌, 원래의 나를 찾을 수 있었을까.


심지어 글까지 잘 쓰는 저자의 이야기에 흠뻑 빠진 채 책장을 넘기며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밤이다. 내 삶의 방향키, 지금 내가 쥐고 있는 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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