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카카오프렌즈 한국사 1 - 큰★별쌤 최태성과 떠나는 초등한국사 대탐험 구해줘 카카오프렌즈 한국사 1
최태성.조윤호 지음, 도니패밀리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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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와 역사책 읽기와 박물관 나들이를 계획했었다. 이 문장이 과거형인 이유는 코로나 19 때문에 후자의 계획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책은 읽히기 위해 그나마 쉬워 보이는 역사책을 들였다. 내가 보기엔 삽화도 적절하고 역사적 사건에도 충실한 잘 만들어진 역사책이었지만 왜인지 아이의 반응은 시들했다. 결국 초반의 야심찬 계획은 간데 없고 책은 책장에 꽂혀 있는 채로 방학의 3/2가 지나가고 말았다.  




<구해줘 카카오프렌즈_한국사1>, 카카오프렌즈 과학에 이어 두번째로 우리집에 온 카카오 시리즈 책이다. 볼때마다 유쾌해지는 카카오 친구들은 이번에 국민 국사쌤 최태성 선생님과 함께 등장했다. 그냥 거실 바닥에 놓아두었을 뿐인데도 아이가 무릎 위에 놓고 읽기 시작한다. 학습만화 보여주는 것에 회의적인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뭐라도 읽어주면 감사할 지경이다. 뭐가 웃긴지 깔깔대며 책장을 넘기는 아이를 보며 나도 내용이 궁금해진다.

 

 

 

역사가 어려운 이유는 사회경제정치문화에 걸친 다양한 사건들이 유기적이면서도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시대별로 이어지는 사건들을 긴 호흡으로 읽어내는 일은 어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그러니 아이들은 오죽할까? <구해줘 카카오프렌즈_한국사1>가 다른 역사책들과 다른 부분은 한 시대에 몇 가지 사건만 다루는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는 점이다구석기면 뗀석기만신석기면 빗살무늬 토기만 중점적으로 다룬다중요한 사료는 반드시 사진으로 보여주고 꼭 알고 넘어가야 하는 세부적인 사항들도 역사노트’,’단톡방’ 같은 여러가지 패턴으로 강조해준다많은 양을 주입하기보다는 꼭 알아야 할 사건들만 족집게처럼 짚어주는 셈이다막간에 펼쳐지는 카카오 친구들의 개그코드는 더할나위 없는 양념이다. (다만최태성 쌤의 캐릭터가 약간 국적불명의 애매한 외양을 가진 점은 좀 아쉽다.)

 

 읽어본 바로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게 부담없이 어필할 수 있는 역사학습만화다학습만화치고는 정보량도 적지 않아 엄마도 아이도 만족할 만한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지금 구입하면 덕력 부채질하는 카카오 상태 메시지 카드도 받을 수 있다.

 

 

https://youtu.be/IZK6GoBhxr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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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미야가와 사토시 지음, 장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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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기 전에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누가 봐도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제목인데 표지는 정직한 초록색, 영정을 들고 있는 남자의 그림은 한없이 가벼워보인다. 우리 엄마가 보시면 기함을 할 만한 제목에다가, 내용은 만화의 형식인 이 난해한 조합이 참 생소하다는게 이 책의 첫 소감이다. 그만큼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지 예측을 못하는 상황은 반대로 책의 내용을 무척이나 궁금하게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영화로도 만들어 졌을 만큼 많은 호응을 얻은 미야가와 사토시의 만화 에세이다. 엄마의 시시한 말장난으로 시작하는 이 책의 첫 장면은 위암 말기를 선고 받는 엄마의 표정과 오버랩 되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선고한다. 아들의 병간호를 할 때는 나을거라는 믿음으로 기세등등하던 엄마가 자신의 병마 앞에서는 어린 아이처럼 작아졌을 때 아들 역시 똑같은 믿음으로 그 곁을 지킬 수 밖에 없는 모습이 애잔하게 펼쳐진다. 마치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듯 담담하게 써나가다가도 저자가 불현듯 허물어지는 순간엔 나 또한 여지없이 허물어졌다. 코 푼 휴지가 산처럼 쌓여간다.

 

 

 

 

 

집으로 돌아 온 저자는 선풍기에 붙은 엄마의 손글씨 메모를 보고 엄마의 부재를 실감했다. 지갑에 모아둔 영수증 다발이 그랬고, 시들어 가는 정원과 시들어가는 아버지를 보며 그랬다. 나라면 아마도 냉장고를 열때마다 엄마가 보고 싶어질지 모르겠다. 냉동실에 있는 고춧가루나 깨, 김치 냉장고에 있는 김치나 무말랭이 같은 반찬들을 볼때마다 얼마간 무릎이 푹푹 꺽일테다. ‘엄마라는 단어에는 흐느껴 우는게 아니라 가슴을 치며 울음을 토해내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슬픔이 고여있다. 그래서 더욱 함부로 말을 꺼내기 어려운 게 엄마에 대한 이야기다. 그건 아마도 자식은 도저히 갚을 도리가 없는 희생이라는 빚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 빚이 저자의 집에도, 우리집에도 그득히 채워져 있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제목의 의미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근원으로의 회귀? 엄마의 자궁으로 돌아가고 싶은 유아기적 모성에의 갈망? 같은 것은 아닐까 짐짓 추측을 해보지만... 이건 결국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이해해야 하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의아했던 제목이 지금은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 엄마와 언제까지나 계속 함께이고 싶었다정도로 읽혀진다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소재지만 이야기는 생각보다 담백하게 펼쳐진다. 전체적으로 죽음을 미화하지 않고 현실적인 시점을 견지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죽음 그리고 그 후로도 이어지는 삶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고자 하는 저자의 그림들이 슬픔에 치우치지 않으려 애를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진심이 전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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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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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하면 둘둘 말린 양피지 종이에 깃털 펜촉으로 무언가를 써내려가는 로마 귀족이 떠오른다. 이 때 글씨는 반드시 필기체여야 하고 그는 흔들거리는 불빛 아래서 황급히 전할 메시지를 쓰는 중이다. 어쩌면 영화 속의 한 장면이었는지도 모를 이 장면이 비록 영어였지만 한때 필기체를 열심히 연습하던 학창시절의 기억과도 맞물린다. 지금까지 그런 고상하고 품위 있는 감각만 남고 실체는 한번도 접해 보지 못한 라틴어. 고대 로마와 역사를 함께한 라틴어는 수많은 언어의 뿌리로만 남아있을 뿐, 로마의 영광처럼 이제는 사라진 언어다.   


<라틴어 수업>은 무려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이자, 신학, 법학, 철학, 언어를 두루 공부한 학자이자, 대학교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한동일 교수가 서강대학교에서 했던 라틴어 강의를 정리하여 펴낸 책이다. 제목만 들어보면 노잼의 향기가 물씬 나는데도 2017년에 처음 출판되어 41번이나 인쇄기를 돌릴 정도로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는 없어진 언어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라틴어와 아름다운 삶은 무슨 관계가 있지? 온갖 의심과 의혹을 거두지 못한 채로 책을 펼졌는데아뿔사아무래도 진짜를 만난 것 같다.


  책장을 넘길 때 마다 예고없이 울컥거리는 감정들을 수시로 달래야 했다. 신을 믿지도 않는 주제에 고해성사를 하는 기분이 되었다. 머리 속에 수없이 많은 고뇌와 절망과 고통의 순간들이 필름처럼 지나가는 동안 마음은 이미 통제 불능에 빠져 버리기도 했다. 이 책이 주는 위로는 생각보다 묵직했고 깊은 곳을 건드렸다. 다행히 아이들은 잠들어 있었고 난 눈가를 훔칠 생각도 잊고 식탁등에 의지한 채 꾸역꾸역 그러나 또박또박 이 책을 읽어나갔다.

 



아지랑이라는 단어가 억겁의 시간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며 쉽게 포기하지 말고 시시때때로 그렇게 우리 마음을 보아야 합니다.

, 이제 봄날의 아지랑이를 보러 운동장으로 나가십시오. 공부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마음속의 아지랑이를 보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원래 의미하는 대로 보잘 것 없는 것’, ’허풍과 같은 마음의 현상도 들여다 보길 바랍니다.

이것은 힘들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p.35

 



실제 강의를 하듯 쓰여진 문체는 때때로 나를 어느 봄날의 강의실로 데려다 놓았다. 칠판에는 라틴어 문장이 씌여있고 고지식하게 생긴 교수님은 조근조근한 말투로 언어 보다는 종교를, 종교보다는 철학을, 철학보다는 본인의 삶을 들여다보라고 말씀하신다. 그 모든 학문들이 결국은 라는 한 우주를 가르키고 있다고, 나가서 운동장의 아지랑이를 보라고, 그 속에서 나를 찾으라고, 꼭 그렇게 하라고 첫 수업은 언제나 휴강인 <라틴어 수업>. 만약 내가 어렸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스승을 만났더라면, 어학점수에 연연해 있는 우리를 향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고 있느냐고 물어주는 어른이 있었더라면 내 인생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책장 사이사이 빼곡하게 붙인 메모를 주르륵 훓어 읽어보면 누군가는 했던 이야기고 인문학 서적을 통해 흔히 마주칠 수 있는 그런 문장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라틴어 수업> 이 책의 울림이 남다른 이유는 언어에 담겨 있는 시간의 무게 때문은 아닐까 싶다. 오랜 시간을 지나는 동안 정제되고 추려진 삶의 정수들이 저자만의 통찰과 선한 영향력을 거쳐 지금 시대의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하나의 문장이 대중에게 위로와 감동으로 다가 오기까지 그가 기울였을 학문적 노력은 순수한 욕망 그 이상의 것이었으리라. 말로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생각보다 내 마음 상태가 나빴고 이 책은 생각 이상으로 위로가 되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타인의 객관적인 평가가 숨마 쿰 라우데(최우등)라고 하지 않아도 우리는 숨마 쿰 라우데라는 존재감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스스로 낮추지 않아도 세상은 여러 모로 우리를 위축되게 하고 보잘 것 없게 만드니까요. 그런 가운데 우리 자신마저 스스로를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대한다면 어느 누가 나를 존중해주겠습니까?

우리는 이미 스스로에, 또 무언가에 숨마 쿰 라우데입니다.

p.74

 


새해부터 좋은 책과 인연이 닿는다는 것은 좋은 징조다. 그렇게 오늘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야말로 카르페디엠에 담긴 진정한 삶의 자세 아닐까. 늘 곁에 두고 아껴가며 읽고 싶은 책이다.   

 


 

여러분은 자기 자신의 길을 잃지 않고 잘 가고 있습니까?

그 길을 걸으며 무엇을 생각합니까?

그 길 위에서 지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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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카카오프렌즈 과학 2 - 초등과학 교과서를 통째로 넣은 교과 연계 만화 구해줘 카카오프렌즈 과학 2
박영희 외 지음, 도니패밀리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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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초등학생 덕분에 학습만화를 여럿 접해봤지만 카카오 프렌즈 시리즈는 처음이다. <구해줘 카카오 프렌즈 - 과학2>의 가장 특징적인 점이라면 캐릭터가 워낙 익숙한 탓에 책 내용 속에서 자주쓰던 이모티콘 표정이라도 만나면 너무 친근하고 재미있다는 점이랄까? 원래는 어피치를 가장 좋아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왠지 제이지가 너무 좋아진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감초 같은 역할로 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실험도 킥킥거리며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실험실에서 일어난 사고로 작아진 사이다쌤. 사이다쌤을 원래대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신비의 물약이 필요한데 물약을 얻으려면 카카오 친구들이 힘을 합쳐 18개의 켜져라 전구를 밝혀야만 한다. 켜져라 전구를 얻을 수 있는 장소는 4곳인데, ‘화학과 물질’, ‘다양한 생물’, ‘물리와 에너지’, ‘지구와 우주로 나누어져 있다. 초반에 실린 과학 교과 연계표를 보면 실제 5~6학년들의 교과서 공부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 같다.

 

 

 

과학 교과서를 통째로 넣은 교과 연계 만화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이 책은 교과내용에 매우 충실히 만들어졌다는 느낌이다. 용어 설명이라던지, 실험 과정에 대한 설명, 풍부한 실험 자료 등 교과서에서 다루는 핵심 개념들을 빼놓지 않고 다루려는 노력이 곳곳에 잘 발휘되어 있다. (아마 수십년 전에 배웠던 것으로 기억되는 실험이 똑같이 나와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만화 스토리에 필요한 배경은 초반과 후반에 최소한으로 다루고 그 후로는 쭈욱 교과 내용만 설명하는 방식으로 스토리와 학습내용을 확실히 구분해 놓은 점도 이 책이 얼마나 학습적인 부분에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아이는 생물 분야에 가장 흥미를 보였는데, 당장 꽃을 구해 세로로 잘라보자고 졸라대는 통에 난감하기도 했다. 한번도 직접 경험한 적이 없는 실험도구(삼각 플라스크나, 비커, 스포이드 등)들도 무척 흥미로워 했고, 카카오 친구들이 내는 퀴즈의 정답을 맞추기 위해 한참을 끙끙대기도 했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어려운 내용들이지만 카카오 친구들과 함께 하니 그럭저럭 읽어 낼만 했다는 것이 솔직한 소감이다. 고학년 친구들이라면 아마 교과서 보다도 훨씬 재미있게 읽어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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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미트 - 인간과 동물 모두를 구할 대담한 식량 혁명
폴 샤피로 지음, 이진구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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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분야의 책들은 가뜩이나 불안도가 높은 나를 동요시킨다. 이건 이래서 문제, 저건 저래서 문제,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문체로 조목조목 따지고 드니 당장이라도 하늘이 무너질 것만 같은 불안함이 엄습한다. 그러면 세상은 온통 문제 투성이인 것 같고 난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부당해서 못견디겠는 거다. 굳이 나의 편독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그렇다. 그런 내가 <클린 미트>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다. 생소한데다 매우 비문학적이기까지한 이 단어의 조합을 이해하기 위해 다소간의 모험심이 발휘된다.

 

 

나는 고기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두번은 고기를 사야 마음이 편한 주부이자, 육즙 가득한 고기를 한입 베어무는 데서 오는 풍만감을 삶의 낙으로 삼는 소시민이다. 그런데 이 책을 펼치자마자 그런 삶의 원초적인 쾌락 앞에서 비인간적인 공장식 축사와, 항생제 범벅의 사료, 어마어마한 온실가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사실이 죄를 지은 것 마냥 뜨끔하다. 동물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더라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이 그런 현실에 대한 고발만으로 끝났다면 너무 암울해서 아마 끝까지 읽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클린 미트>는 공장에서 태어나 공장에서 죽는 동물 대신 고기를 키우자고 외치는 책이다. 온갖 비능률적이고 비윤리적인 사육을 중단하고 환경도, 동물도, 사람도 윈윈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아니 스테이크를 키운다니, 대체 어떻게?

 


공장식 사육은 투자자에게 큰 위험 요소다. 공장식 사육에는 인간의 건강, 기후변화, 식품 안보, 지구의 자원과 관련된 네가지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으며, 이는 [묵시록]에 등장하는 말을 탄 네 명의 기사에 버금간다. 공장식 사육은 신선한 물을 고갈시키고 항생제를 과잉 소비하게 하고, 삼림 파괴를 주도하며, 사람들을 먹이는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다. 가축에 들어가는 곡물은 인간의 수요를 뛰어넘으며 우리는 이 광기를 멈춰야 한다.

 

p.166

 

 

<클린 미트>의 저자 폴 샤피로는 미국 동물 보호협회의 대변인이자 부회장으로 여러해 활동해 온 사회운동가이다. 아울러, 단백질 배양 조직으로 키운 고기, ‘청정 고기(클린 미트)’를 세계 최초로 시식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전세계 인류가 직면한 환경오염과 식량 부족의 문제를 심각하게 직시하고 그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지속 가능한 식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시험관에서 배양하는 고기를 접하게 되었는데 주로 의료용으로 사용되던 생명공학 기술을 식품에 적용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청정 고기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맛도 고기에 가깝다는 평이다. 만약 청정 고기가 상용화 된다면 넓은 경작지와 공장식 축사가 사라질 것이고, 온실가스와 폐수 같은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 고기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자원 낭비, 전염병등의 문제도 해소될 것이다.     

 


 

물론 장미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상용화의 문제가 남았다. 두꺼운 육질의 고기를 만들 수 없는 기술적인 한계, 10배 이상 높은 생산 단가, 국가적인 윤리적 규제, GMO식품에서 한차례 겪었던 소비자의 거부감등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하지만 청정 고기가 중요한 사회문제에 대한 어떤 대안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 다행스러웠다. 해결이 어려운 문제일수록 대안은 많은 것이 좋지 않은가. 고래기름에서 등유, 석유, 전기로까지 혁신을 거듭해온 에너지의 발전 과정을 생각해 보면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인 하나의 방법으로써 어쩌면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닐 지도 모른다.

 

 


 

저는 고기의 대체재를 찾는 모든 노력이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환경적, 도덕적, 윤리적 이유로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소비를 줄여야 할테니까요.

p.40

 

 

이 책을 읽고 고기가 먹기 싫어지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고기는 여전히 맛있다. 저자는 식물성 고기로 절대 만족할 수 없는 현대인들의 욕구를 정확히 간파했다. 그래서 청정 고기를 지지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 소설 같은 다큐멘터리가 현실이 되었을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정말 더 나아져 있을까? 고기를 키우는 일로 인간과 동물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일이 가능하게 될까? 전혀 모르던 이과적 세상에서 던져진 화두가 자꾸 문과적 질문으로 변질되는 것을 보니 편독의 한계가 너무도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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