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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작년에 역사해설가인 친구와 통영과 진주성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 심야버스를 타고 새벽 5시에 통영에 도착한 우리는 한산도로 가는 배를 먼저 예약하고, 시간이 남은 관계로 1인분에 4천원 하는 충무김밥을 먹고, 동피랑마을을 구경하고 한산도를 향하는 배에 올라 탔다. 그 때는 그 바다가 그저 평화롭고 청명하다는 느낌만 받았다. 420여년전의 한산도는 이순신이 있었고, 왜구가 있었고, 피비내와 시체가 썩고, 역병이 돌고, 굶주린 백성이 있었다. 칼의 노래에 나오는 이순신은 참 외로운 장군이고,강직한 분인 듯 하다.
이순신은 적에 의해 죽길 원했고, 죽을 자리를 찾는 것 같았다. 전투에 앞서 그는 필사즉생 필생즉사라는 글을 썼다. 항상 죽을 각오를 하고 임한 듯하다. 잠을 못 이룬 날도 많았다.인간의로서의 이순신은 백의종군하는 가운데 어머니를 잃고, 얼마 안 있다가 셋째 아들 면이도 잃는다.그 슬픔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삭혀야 했고, 전투에서 입은 상처보다, 임금의 명도 자신의 소신 때문에 따르지 않아받은 고문의 상처보다 더 아팠을거이다. 칼의 노래에 나오는 이순신은 자신보다는 죽어가고 굶주린 백성과 부하를 더 사랑하고, 자신에게 비겁하지 않는 그래서 절대 적 앞에서 도망가지 않는 무인이고 장군이다.
다음에 나에게 통영, 거제도를 다시 여행할 기회가 되면, 420여년전의 이순신을 다시 돌이켜보고, 그의 숭고한 정신에 고개를 숙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