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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 - 2014 제3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ㅣ 공간 3부작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14년 10월
평점 :
돈이 많고 좀 까탈스러운 노인은 20년 가까이 함께 온 가족같은 가정부 덕이와 살고 있다. 어느 날 옆집인 수녀원內 보육원에서 살고 있는 미혼모 진를 본 순간 노인은 진을 사랑하게 되었고, 진도 그런 노인이 싫지 않은 듯 노인을 상대 한다. 노인은 젊은 사람 못지 않게 인테리어에도 신경 쓰고 철봉을 하면서 근력도 키우고, 요리하는 것도 좋아한다. 노인이 진을 좋아하면서 이상한 꿈들을 많이 꾸고, 덕은 노인과 진의 사이를 질투하기도 한다. 진은 하룻밤 노인의 집에서 자고 아이의 아빠는 그 다음날 진을 찾으러 온다. 유부남인 아이의 아빠는 이혼을 하고 진과 살려 하고, 덕은 치매인 엄마가 돌아가셔서 상을 치룬 후 노인이 마련해 준 모나코행 비행기를 타고 딸과 손녀와 함께 2개월간 여행을 가게 된다. 노인이 죽은 지 한 달하고 이틀이 지난 날 노인의 집에 새벽 늦게 찾아온 도둑들이 이었다. 그들은 노인의 집에 눈을 치워주기도 하고 잡일도 도와주던 인부들이였다. 물건을 훔치려다 이상한 냄새에 노인이 죽은 걸 안 도둑들은 생전에 노인이 했던 말들을 기억하고 나중에 시신이 발견되었을 때 자신들의 의심을 받을 수 있어 노인의 집을 그냥 빠져 나온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신문 보급소하던 남자가 와서 초인종을 누르지만, 대답이 없자 초인종을 고장내고 대문 차며 소란을 피운다. 진과 아이아빠는 보육원에 인사하러 왔다가 이 모습을 보고 노인에게 전화하지만 연락이 안된다. 그다음 주 토요일 사내아이 둘이 시가를 훔치기 위해 노인의 집을 몰래 들어갔다가 노인이 죽은 걸 알고 놀라 울며 나간다. 노인의 시체 두 달 만에 발견되고 시신이 화장되던 날 여행 갔던 덕이 돌아왔다.
모나코의 기대 수명은 90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작년에 태어난 아이 기준으로 기대 수명이 81.8년으로 초고령화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많은 노인들이 특별한 일이 없이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다. 남아도는 시간들과 아픈 몸, 돈이 있으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돈이 없는 빈곤한 '실버푸어'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가끔씩 독거노인이 죽은 지 몇달 후 발견되었다는 뉴스도 나오기도 한다. 젊은 사람들은 먹고 사느라 치매나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들을 요양원에 보내거나 홀로 사시도록 방치하고 나이든 부모는 홀로 외로이 살다 죽어간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도 몇십년 후면 그런 시기가 온다. 사실 장수가 복이 아닌 듯 싶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김기창의 <모나코>에 나오는 노인은 동네에선 그닥 평판이 좋은 노인은 아니다. 아마 할 말 다하는 약간은 독설가적인 면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고약한 노인은 또 아니다. 가정부인 덕이에게도 인간적이고 자상한 구석도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노인에게도 사랑이 찾아온다. 사람들이 보면 손가락질 할 일이지만, 노인이라고 사랑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노인은 그걸 발악이라고 하지만,노인의 사랑은 노골적이지 않았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진에게 약간의 심술을 부렸지만, 그건 투정 같은거다. 귀여운 노인이다. 매번 내일이면 죽을거라는 노인은 정말 죽을 날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아님 스스로 죽음을 준비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고독사를 선택을 했다면 좀 슬프다. 죽을 때 누구나 철저하게 혼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더 나은 죽음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나 싶다. 나는 노년시절이 쓸쓸하지 않길 바란다. 주위에 친구들도 없고 자녀들도 나몰라하며 관심도 가져 주지 않는 노인은 되고 싶지 않다. 병들어 맨날 아파 병원에 가고 싶지도 않고, 수많은 양약들을 먹어가며 오래 살고 싶지도 않다. 보다 아름답고 활기차게 남들과 더불어 살고 싶다. 죽을 땐 사랑하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을 후회없이 마무리하고 가고 싶다. 누구나 그러길 바라겠지만, 얼마나 많은 노인들이 자신이 바라는 죽음을 맞이하고 생을 마감하는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