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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歷史)는 누가 쓰느냐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냐에 따라 다른 주관적 기록이라 할 수 있다.그렇기 때문에 나의 한국 현대사 (1959년 ~ 2014년, 55년의 기록)를 쓰기 전 유시민은 자신을 먼저 소개 하면서 "프티부르주아 계층의 대구.경북 출신 지식 엘리트로서 젊은 나이에 이름을 알리고 출세를 했지만 결국 정치에 실패한 후 문필업으로 돌아온 자유주의자"로 규정한다. 이 책에서는 당시의 정치적 배경, 경제적 상황, 북한과의 관계, 민주화를 열망하는 시민운동, 사회복지 보장제도등 다각면으로 다루고 있다. 55년 한국현대사를 한권의 책으로 다 쓸 수 없지만 저자 유시민의 눈으로 보고 겪고 살아온 역사를 해석해 담았다. 여기에 그 중 기억나는 몇가지는 적어본다.
국민경제를 비행기로 비유해서 보면, 4.19와 5.16으로 1960년대 초 한국 경제는 연료도 활주로도 없어 비행기가 시동을 걸지 못했다. '10월 유신'이 일어난 1972년 이후 비행기는 가속도가 붙어 활주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고, 10.26사건이 난 1979년에 이륙을 한다. 1980년에 저공 비행을 하다 민주화 이후 노태우, 김영삼 정부때 고도 비행을 하다 갑자기 1997년 IMF가 오면서 경제가 반토막이 된다. 1999년 반등하면서 김태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다가 이명박 정부 초기 2008년 ~ 2009년에 미국발 국제금융위기와 환율관리 실패로 하락하다 2010년도 다시 고도를 되찾지만, 예전 같은 상승세를 갖지 못한다.
1961년 5월 16일 제2군사령부 부사령관인 박정희 소장이 35000여 명의 무장병력을 앞서워 정부청사와 언론기관등 주요 시설을 점령하는 군사쿠데타를 일으킨다. 국가 자립경제를 재건하고 민생고 해결을 한 후 본연의 임무에 복귀한다는 박정희는 군부의 반대파들을 제거하고 민주공화당을 창당한 다음 헌법을 바꿔 의원내각제를 폐지하고 대통령중심제를 도입하여 1963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며 제5대 대통령이 된다. 1967년에 재선에 성공한후 헌법의 대통령 3선 금지 조항을 폐지 제8대와 제9대 대통령이 되어 18년 동안 장기 집권을 한다.
1979년 10월 26일 밤 서울 궁정동 안전가옥 만찬장에서 '각하'와 '자유민주주주의'가 양립 할 수 없다 생각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권총으로 사살하게 되고 바로 계엄령이 선포된다. 12월 12일 전두환은 군권을 장악하고, 신군부가 김대중을 체포한다. 1980년 5월 18일 전남대 앞에서 학생과 계엄군의 충돌이 시작되어 광주, 나주,화순, 장성, 영광, 담양등 곳곳에서 시민들이 일어났고 신군부는 2만이 넘는 병력을 광주에 투입 진압했다.
1970년대에는 출산 억제하기 위해 "생긴 대로 다 낳으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아들 따 구별말고 두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가 유행 했고, 학교에선 체육시간 말고 교련이라는 과목이 따로 있어 수업과 훈련을 했었다. 총까지는 아니여도 제식 훈련은 받았던 걸로 기억된다.
전태일 열사는 열일곱 살에 평화시장 옷 공장이 시다로 시작해 기술을 익혀 재단사가 되지만 어린 여성 노동자들의 혹사와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걸 외면할 수 없어 혼자 근로기준법을 공부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해 보려다 해고 당한다. 전태일은 노동청에 노동자들의 생활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보낸다. 보고서의 내용에는 노동자의 90%는 18세의 여성이고 그중 40%를 차지하는 시다는 평균 15세 어린이이며 100원도 되지 않는 일당을 받고 하루 16시간씩 일한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낸 탄원서에 하루 작업시간을 10 ~12시간으로 줄이고, 매주 일요일은 쉬게 하며, 건강진단을 재대로 하고, 시다의 급여를 50% 인상하라는 것이며 이것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요구'라고 했다. 전태일은 자신을 위해 투쟁한 것이 아닌 타인의 생명과 건강과 복지를 위한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분신했다.
* 1971년생인 나에게 지금 살아 가고 있는 하루 하루가 쌓여 역사가 된다. 지난 시대의 역사(현대사)를 보면 저자와 같은 시대를 공유하며 살아왔는데, 많이 모르고 살아온 것만 같다. 언론이나 매스컴에서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도 있고, 격동기인 70 ~ 80년대에는 나이가 어려 몰랐고, 90년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지금도 매스컴에서 나오는 국정 소식이나 남북 관계, 환율, 경제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어떤 것이 사실인지 뉴스도 믿을 만하지 않고, 진실을 숨긴 채 국가의 이익이 되는 것만 보도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 지 말도 안된다 여겼다.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을 지 모르지만, 그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정치인들과 재벌간의 유착이라든가 국가 기관의 이익을 위해 서민들을 울리는 일들이 모르게 당하고 알고도 당하는 억울한 것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민주국가에서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시점에서 점점 서민의 삶은 어려워지고 일부 소수의 사람만이 부를 축적하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나 혼자만이 아닌 함께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선 방관하는 자세보다는 적극적인 참여의식이 필요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