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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어느날 남자에게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가 사라진다면 어떨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여자 없는 남자들>은 여러 사연들로 여자가 없는 남자들의 관한 7편의 단편이 실여 있다. 사랑하는 여자가 없는 남자는 왠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뭔지 모르겠다. 남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고 상대 여자가 없다는 건 전부가 없다는 거고 전부가 없다는 건 바로 내 자신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자가 없는 남자들은 떠난 여자는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생각한다. 나는 누굴일까? 그녀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을까?'를 고민한다.
- 드라이브 마이 카
가후쿠는 중견 성격 배우로 음주와 시력의 문제로 접촉 사고 내서 운전 면허가 정지된 상태여서 전속 운전기사 24살의 젊은 여자인 미사키를 고용한다. 그녀의 운전은 상당히 안정적이여서 편해진 가후쿠는 그동안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던 암으로 죽은 아내의 남자 친구인 다카쓰키와 친구가 된 사연을 이야기 한다.
"그건 병 같은 거예여. 가후쿠 씨. 생각한다고 어떻게 되는 게 아니죠. 아버지가 우리를 버리고 간것도, 엄마가 나를 죽어라 들볶았던 것도, 모두 병이 한 짓이에요. 혼자 이리저리 굴려보다 꿀꺽 삼키고 그냥 살아가는 수밖에요." "그리고 우리는 모두 연기를 한다." 가후쿠가 말했다. "그럴거예요. 많든 적든." 59쪽
- 예스터데이
도쿄출신이지만 완벽한 간사이 사투리를 구사하는 기타루와 와세다 대학 문학부 2학년인 나는 찻집 알바를 하면서 친해진다. 삼수생인 기타루에게 자신의 여자 친구를 사귀면 어떻겠냐는 희한한 제안을 받고 나는 한번 그녀(구리야 에리카)를 만나 영화를 보고 차를 마신 후 헤어진다. 그 후 이 주일쯤 지나 아무 말 없이 기타루는 찻집을 그만 두고 연락두절 된다. 16년이 지나 우연히 에리카를 만나 기타루 소식을 듣게 된다. 나는 운전 중 라디오에서 <예스터데이>가 흘러나올 때 기타루가 괴상한 가사로 부르던 기억들이, 외톨이고 고독했던 스무 살의 기억들이 생각나다.
"나는 자주 똑같은 꿈을 꿔. 나와 아키가 배에 타고 있어. 기나긴 항해를 하는 커다란 배야. 우리는 단둘이 작은 선실에 있고, 밤늦은 시간이라 둥근 창 밖으로 보름달이 보여. 그런데 그 달은 투명하고 깨끗한 얼음으로 만들어졌어. 아래 절반은 바다에 잠겨 있고. '저건 달처럼 보이지만 실은 얼음으로 되어 있고 두께는 한 이십 센티미터쯤이야.' 아키가 내게 알려줘. '그래서 아침이 와서 해가 뜨면 녹아버려. 이렇게 바라볼 수 있는 동안 잘 봐 두는 게 좋아.' (중략) 우리 단둘이고, 부드러운 파도 소리가 들려. 하지만 잠에서 깨면 항상 몹시 슬픈 기분이 들어. 얼음달은 이미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97쪽 (이 책 표지에 나오는 그림이 얼음달인듯)
- 독립기관
도카이는 쉰두 살의 유능한 성형외과의사이며 미혼으로 주로 안전한 상대인 유부녀와 불적절한 관계를 한다. 그런 그가 스쿼시 상대인 다니무라에게 처음으로 16살 연하의 결혼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이야기하면서, 그녀가 떠나는 걸 두렵다고 했다. 도카이가 스포츠센터를 나오지 않은 지 2달 후 비서로 부터 도카이가 자신을 떠난 그녀가 남편이 아닌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져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거식증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생각건대 그 여자가 (아마도) 독립적인기관을 사용해 거짓말을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물론 의미는 얼마간 다르겠지만, 도카이 의사 또한 독립적인 기관을 사용해 사랑을 했던 것이다. 그것은 본인의 의지로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타율적인 작용이었다. 169쪽
- 셰에라자드
하바라는 외부와 단절되어 '하우스' 살고 있고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주기적으로 셰에라자드가 방문하여 식료품과 필요한 물품을 받고 섹스를 한 후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하바라는 성행위보다는 그녀의 학창시절 짝사랑하던 이야기에 빠져 그녀를 기다리게 되면서 언젠가 그녀를 잃게 되리라는 사실에 슬퍼한다.
하바라에게 무엇보다 힘겨운 것은, 성해위 그 자체보다 호히려 그녀들과 친밀한 시간을 공유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인지도 모른다. 여자를 잃는단느 것은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현실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을 무효로만들어주는 특수한 시간 그것이 여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214쪽
- 기노
기노는 아내가 회사 동료와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을 목격한 후 회사를 그만 두고 이혼한 후 이모의 찻집을 인수하여 바로 개조하고 <기노>라는 가게를 오픈 한다. 카운터 제일 안쪽 자리에 앉는 가미타(귀신 신神에 밭 전田 )는 단골 손님으로 이곳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고 어느 날 거친 손님과의 시비도 해결해 준다. 가게에 고양이가 사라지고 뱀이 나타나서 이모에게 전화를 한다. 이모의 부탁을 받고 그동안 기노를 지켜주었던 가미타는 이곳 <기노>를 떠나라고 한다.
기노는 눈을 꼭 감은 채 그 살갗의 온기를 생각하고 부드럽고 도도록한 살집을 생각했다. 그것은 그가 오랬동안 잊고 있던 것이었다. 꽤 오랬동안 그에게서 멀어져 있던 것이었다. 그래, 나는 상처 받았다. 그것도 몹시 깊이.기노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 어둡고 조용한 방안에서. 271쪽
- 사랑하는 잠자
어느 날 전쟁으로 대피해 집에 혼자 남은 아무 기억도 없이 눈뜬 그레고르 잠자는 자물쇠 수리하러 온 꼽추 아가씨를 사랑하게 된다.
- 여자 없는 남자들
한밤중 그녀의 남편으로 부터 그녀가 자살했다는 전화를 받은 나는 그녀 엠을 처음 만난 14살로 돌아가 그녀와의 추억들을 회상한다.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한 여자를 깊이 사랑하고, 그후 그녀가 어딘가로 사라지면 되는 것이다. 330쪽
한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리고 때로 한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모든 여자를 잃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는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336쪽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단순히 먹고 자고 입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사람과의 교감인 것 같다. 지독한 외로움은 사람을 서서히 죽어가게 할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건 누군가에게 잊혀지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다. 그것은 잃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아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