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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평점 :
김만수는 가난한 산골에서 3남 3녀의 둘째로, 태어날 때 부터 머리가 크고 가느다란 몸통에 팔다리가 길어 할머니가 사람구실이나 할까 하는 말을 듣고 자랐다. 아버지를 닮아 똑똑한 장남 백수는 공부도 잘해 수석으로 중고등학교를 나오고 서울에 있는 일류대까지 진학하지만, 어려운 살림에 등록금 마련하기 힘들어 휴학하고 공사판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모으다, 베트남에 파병되어 고엽제 피해자로 죽게된다. 큰형이 죽은 후 가족들은 서울 변두리로 이사오지만, 어느 날 명희와 옥희가 연탄 가스를 마셔 명희의 지능 4살로 되는 바람에 엄마,아빠 할아버지,할머니는 명희를 데리고 다시 시골로 내려가고, 만수는 동생들을 생활과 학비를 위해 신문배달, 세차장알바를 하며 이끌어간다. 전문대를 들어간 만수는 정경에 지원하고 교통과 보조로 군복무를 하면서 삥당친 돈을 모아 동생들 학비를 주고 월세에서 전세로 옮긴다. 제대 후 학교를 마시고 자동차 부품회사에 취직하면서 주말에는 세차알바를 하면 열심히 동생들 대학 뒷바라지를 한다. 석수는 대학을 졸업할 쯤 군대가기 싫어 공활을 하고 운동권에 있는 여자와 몸을 섞어 운동권으로 오해 받고 국가정보부로 끌려간다. 둘 사이에 나은 아이 태석은 여자가 유학을 가면서 만수에게 맡긴다. 막내 옥희는 학생 운동을 함께 하던 선배로 부터 강간 당한 후 그와 결혼하고 만수의 도움으로 기사식당을 차려 번창한다. 만수가 다니던 회사가 폐쇄하고 만수와 남은 7명이 저항하지만, 채권자들로 부터 불법 점거라며 손배배상소송으로 수억의 빚을 지게 된다. 만수는 자폐증의 태석과 바보가 된 명희를 데리고 다시 아내와 함께 변두리 쪽방에서 하루 20시간을 일하며 은행빚을 갚아간다. 어느정도 빚을 갚아갈 때 아내가 신장이 좋치 않아 투석해야 했다. 태석은 학교에서 심한 괴롭힘을 당해 학교 옥상에 올라가 자살을 하고 죽기 전에 자신을 길러준 엄마에게 주고 싶다면 투명인간이 된다.
성석제의 투명인간에서 나오는 '김만수'는 평범하다 못해 모자란 어느 시대에서 있을 법한 인물이다. 다른 사람보다 못하기에 더 열심히 살고 순박하며 좋은게 좋은거라 누구에게 싫은 소리 하지 못하고 부탁하면 거절 못하는 좀 바보스럽고 미련한 사람이다. 왜 이렇게 희생하며 살았을까~ 누구 하나 알아 주지도 고맙단 말한마디 안하는데, 너무 착하다 못해 소위 말해 병신이라고 취급만 당하고 사는데 말이다. 어떨 땐 답답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한쪽으론 안쓰럽고..... 왜 그러고 살까? 책임감!!! 내 가족은 무슨 일을 해서라도 지켜야겠다는 그런 책임감이 그토록 오랜 세월 만수를 옭마매고 있었나보다.
부모로 부터 버림 받고 가난한 삼촌집에서 산 태석이 사실 자신을 길러준 만석에게 고마움도 느끼지 않고 버릇없이 구는 걸 난 사실 이해하지 못했는데, 친구들로 부터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엄마가 계모라는 이유로 집단 괴롭힘을 당한 걸 유서를 통해 안 뒤로 정말 감당하기 힘들었겠구나 하며 마음이 무척 아팠다. 아마도 탈출구가 없어 자살을 선택했을 것이다.
성석제의 투명인간을 읽으면서 작가가 디테일하게 그 시절의 상황들을 이야기해줘서 그 시대 그 시절로 돌아가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면서 내 어릴 적 70~ 80년대 추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매년 채변봉투를 학교에 가져간 것, 불주사 맞기 위해 줄서던 기억, 떡볶이 50원, 토큰/회수권,약장수, 냉장고가 없어 여름에 수퍼에서 어름 사가지고 왔던 것, 아빠가 사우디에서 3년간 일하시고 오시면서 칼라 텔레비젼과 샤프가 사오신 거, 아빠가 벌어오신 돈으로 엄마가 집장만 하신거등등 우리집 역사도 함께 기억이 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주변의 사람들이 투명인간이 되지 않게, 이 사회에 소외당하는 투명인간이 없도록 관심가지고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