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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10살 모모는 68세의 육중한 몸을 가진 유태인 로자 아줌마와 엘리베이트가 없는 아파트 7층에서 산다. 로자아줌마는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초를 당하고 30년동안 창녀로 살다 매력이 떨어져 50세가 되면서 창녀들의 아이들을 맡아 벌어먹고 산다. 모모 주위에는 양탄자 행상으로 평생 떠돌아 다니다 이젠 늙어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하밀할아버지와 전직 권투선수였던 여장 남자로 창녀인 옆집 아줌마 롤라, 의료보험이 안되는 어려운 사람들을 진료해 주는 의사 선생님 카츠, 나이지리아 출신의 뚜쟁이 은다씨, 녹음실에서 목소리를 불어넣어주는 나딘 아줌마가 있다.
로자아줌마는 뇌경화증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몸 여기저기 다 좋지 않아 외출하기도 힘들어진다. 다른 아이들은 입양을 갔거나, 창녀인 엄마가 데려가고 로자아줌마 곁에는 모모만 남게 된다. 모모는 처음엔 아픈 로자아줌마가 보기 싫어 거리를 다니며 방황하다 늦게 들어가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물건을 일부러 훔치거나 차에 뛰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로자아줌마 걱정에 집에 들어가 그녀를 돌봐주고 그녀가 암이 아니라고 안심시킨다. 어느 날, 모모의 친아버지가 찾아왔지만, 로자아줌마는 모세가 모하메드라고 거짓으로 말하자 모하메드가 회교도가 아닌 유태인의 교육을 받았다는데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로 죽는다. 모모는 엄마가 창녀이며 창녀인 엄마를 죽인 죄로 정신병원에 10년동안 갇혀있다 최근에 풀려난 아버지 등장에 자신이 10살이 아닌 14살이였고 그래서 나이가 맞지 않아 학교에서 서류가 퇴짜 맞은 걸 알게 된다. 로자아줌마의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그녀를 생명연장을 위해 병원에 입원시키려는 카츠선생님한테 모모는 로자아줌마의 친척이 그녀를 데릴러 이스라엘에서 내일 올 것이고 자신도 나중에 로자아줌마가 불러 데러갈거라 거짓말을 한다. 건물 주인도 와서 월세가 밀려 로자아줌마를 병원에 보내려 하자 내일 떠난다고 말하고 그날 밤 로자아줌마와 모모는 건물 지하실로 내려온다. 로자아줌마는 거기서 생을 마감한다. 3주가 지났을 때 악취에 사람들이 지하실로 오게되고 죽은 로자아줌마 곁에 있는 모모를 병원으로 데려간다.
로자아줌마는 모모를 자신의 아이처럼 키웠던 것 같다. 그녀의 生은 그닥 평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모모가 있어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자신을 버린(?) 부모보다 자신을 키워준 로자아줌마 나중엔 늙어 뇌경화증을 앓아 돌보아 했지만, 그녀가 자신을 사랑해주었다는 걸 알기에 마지막까지 죽은 그녀곁을 지켜준다.
"그녀는 이제 숨을 쉬지 않았지만 그런 건 상관 없었다. 숨을 쉬지 않아도 그녀를 사랑했으니까."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넌 아직 어려. 어릴 때는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게 더 나은 일들이 많이 있는 법이란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 모모와 하밀할아버지의 대사다. 책의 뒷부분에서 모모는 하밀할아버지에게 다시 한번 물어본다.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는지, 그때 하밀할아버지는 추억에 잠겨 나도 한때 사랑하던 사람이 있다 말한다. 우린 정말 사랑없이 살 수 있을까? 그렇치 않음을 모모를 통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