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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평점 :
한동안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가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르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선택해 읽었다. 워낙에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이고, 책에 흥미가 떨어진 내게 다시 책을 접할 수 있기에 충분한 책인 듯 싶다. 사실 제목이 너무 길어서 왜 이렇게 했나 표지는 또 왜 이리 촌스럽나 했더니, 책을 읽다 보니 납득이 갔다.
첫장은 쓰쿠루가 대학 2년 7월부터 다음 해 1월에 걸쳐 거의 죽음 만을 생각했다로 시작한다. 죽음을 생각할 만큼 쓰쿠루에게는 큰 충격적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은 고등학교 절친 4명(구로, 시로, 아오, 아카)로 부터 일방적으로 절교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5개월의 시간을 견딘 쓰쿠루는 외모가 변하고, 자신이 유일하게 관심이 있던 역을 만드는 사람이 된다. 그 일을 가슴에 담고 지내던 쓰쿠루는 16년이 지나 여자친구인 사라로 부터 이제 친구들을 만나 그 일에 관해 풀어야 되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고 친구 네 사람을 찾아 순례를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나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나는 좀 다를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 쓰쿠루는 자신이 색채가 없고 매력이 없는 사람으로 여기지만, 실상 친구들은 그를 잘 생기고 색채가 풍부하고 매력적인 친구로 기억한다. 쓰쿠루처럼 사람들은 자신을 과소평가 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좀 더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타인을 대할 필요가 있다. 책 안에서 쓰쿠루가 느끼는 감정들 중 역에 관해, 또 낯선 외국 식당에서 이방인 된 것이 무척 공감이 들었다. 올해 3월 말에 친구들과 일본에 간 적이 있었는데, 일정상 친구들이 먼저 일본에 가고 나는 나중에 일본 남바역에서 친구들과 합류한 적이 있었다. 그때 혼자 일본 전철을 타고 남바역에 내려 1시간 정도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역에서 내리는 일본인들을 관찰한 적이 있었다. 쓰쿠루가 그렇게 하듯.... 바빠 보이는 사람도 있고, 엄마와 예쁜 아이, 마스크를 한 사람도 있고, 양복 차림의 회사원도 있고~ 그들은 일본어로 얘기하면서 가는데, 난 알아들을 수 없고... 나름 재미있는 시간이였다. 여기서 나는 완전 이방인이고 그들에게 투명인간이나 다름이 없었다. 친구들과 만나면서 나의 고립은 끝났지만 색다른 경험의 시간이여서 좋았다.
때로는 우리에게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들이 생긴다. 그걸 당장 해결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좀 시간이 흐르면 진실은 그대로 남듯이, 문제는 해결이 되는 것 같다.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그걸 내가 얼마나 잘 견디고 기다려 주나이다. 물론 해결이 안될 수도 있을 수 있지만.... 쓰쿠루는 16년이 지나 친구들을 만나 진실을 알게 되고, 현재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무료하다 싶은 분들은 하루키의 신작<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르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시간을 내서 읽어 보심이 어떨지~~ 가만히 추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