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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는 뇌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힌 평생 또렷한 정신으로 사는 방법
데일 브레드슨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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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늙지 않는 뇌'를 읽었습니다. 방금 읽은 문장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행복이란 마음먹기에만 달린 게 아니라 뇌의 상태에 상당 부분 의존하기 때문에, 뇌를 잘 관리해야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거든요. 뇌를 늙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이 책은, 바로 이런 사람에게 딱 알맞은 책입니다:

"이웃과 동료, 친구, 가족과 정서적으로나 지적으로 아무 문제없이 즐겁게 어울려 지내는 삶을 바라는 마음이 이 책을 여기까지 읽은 원동력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지금 당장 그렇게 살고 싶고, 80대, 90대, 백 세 혹은 그 이상 그렇게 지내고 싶은 소망은 이제 실현가능한 일이 됐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큰 몫은 우리 각자의 손에 달려 있다.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된다."

뇌를 돌보는 원칙을 예산 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뇌, 그러니까 신경망이 작동하는 데 필요한 자원 예산을 잘 관리하는 것이 곧 뇌를 잘 돌보는 것이에요. 들어오는 자원은 늘리고, 나가는 자원은 줄여야 부유해질 텐데, 들어오는 자원은 1. 에너지, 2. 영양(세포의 영양소, 호르몬, 신경영양인자), 3. 신경전달물질이 있고요, 자원이 줄줄 새게 되는 요인은 1. 염증, 2. 독소, 3. 스트레스에요. 만일 지출은 어마어마한데 수입이 없는 예산위기에 봉착하면 뇌는 '신경 연결 모드'(새로운 신경망이 발달하고 기억과 이해가 빠른, 뇌가 팽팽 잘 돌아가는 모드)에서 '보호 모드'에 들어가 버리고, 장기적으로는 신경퇴행도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 예산관리의 대원칙 하에서(걱정 마세요, 모든 걸 알기 쉽게 설명해주거든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불치병이라고 여겨지곤 하는 알츠하이머로부터 회복될 수 있는 방법, 나이들면 왜 새로운 것에 거부감이나 두려움을 갖는지에 대한 설명(교회가 십일조 헌금을 디지털 시스템을 통해서 받기 시작하자 화가 난 사람 이야기),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이 곧잘 뇌 건강을 잃는 이유에 대한 설명, 뇌 건강에 무엇보다 중요한 식단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폭넓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뇌 건강이라는 주제 아래 유기적으로 엮여 있습니다. 건강한 뇌로 오래 살기 위해서 꾸준히 읽고 또 읽을 책, '늙지 않는 뇌'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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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의 빛을 따라 암실문고
나탈리 레제 지음, 황은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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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읽은 동화부터 자라서 본 영화와 소설까지 많은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은 가지각색의 이유로 죽었습니다. 때로 뻔한 스토리라인을 차용하는 컨텐츠에서는 누가 죽게 될 지 빤히 보이기도 하고, 특정 유형의 행동은 '사망 플래그'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하고요. 아 쟤는 죽겠네, 역시 죽었네, 하고 심드렁하게 인물들의 죽음을 넘겨 버리고 곧 잊은 적도 수십 번입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이야기 밖에서 죽음을 보았을 때, 특히 그 죽음을 맞은 이가 저와 가까운 이였을 때, 그 죽음이 불러일으킨 감정은 그 어떤 이야기 속 주인공의 죽음보다도 강렬했습니다. 그리워, 보고 싶어, 괴로워, 같은 닳고닳은 가느다란 말들로는 감쌀 수 없는 거대한 감정에 오래간 짓눌려 있었어요. 죽음이 슬펐고, 그 슬픔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을 갖지 못해 또 슬펐습니다. 남편을 잃은 나탈리 레제도 이렇게 씁니다:
"...누군가 이미 했던 몸짓을 하고 있는 내가, 무대 위 비탄의 장면을 모방하고 있는 내가 부끄러웠고, 통곡의 계보 속에서 닳고 닳은 몸짓을 한 번 더 반복할 뿐인 내가 부끄러웠고, 감정도 말도 새롭게 발명해 내지 못하는 내가, 너를 구할 단 한마디 말도 발명하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죽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직접 헤쳐나갈 수 있는 미래란 없습니다. 그들의 시간은 멈추고,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요. 하지만 저는 왜인지 죽은 이와 저 사이에 시간적 단절은 없다고, 그냥 제가 볼 수 없는 어떤 먼 곳에 머무를 뿐이라는 이상한 믿음을 키워오게 되었고, 이런 생각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저뿐만이 아님을 종종 알게 됩니다. 죽은 이들의 시간이 영영 끝났음을 견딜 수 없다는 마음에서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도 생겨난 것이겠지요? 레제도 그녀를 떠나간 남편이 단지 다른 공간에(그렇지만 불가능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단지 다른' 이상이기도 한) 있을 뿐이라고 이렇게 씁니다:
"네가 머무는 공간은 닿을 수 없는 곳이 되었고, 이제 너는 없다." ... "나와 떨어져 멀리 낯선 곳에라도 '있는' 편이 낫다고. 살아만 있다면, 아아, 살아 있기만 하다면."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알아요, 내 마음 속에 지어둔, 그들이 머무르는 어떤 공간은 그저 나만의 바람일 뿐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절절히 알고 있습니다. 애도는 끊임없이 실패하는 소망과 반복되는 부정의 과정인 것 같아요. 레제 역시 다른 '공간'으로 떠나간 남편을 말할 때 그와 남편 사이에 칼같이 시간의 선을 긋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너를 말할 때 세심하게도 과거형을 쓴다. 모든 걸 헝클어트려선 안 되니까. 나는 너를 배신한다. 모든 걸 헝클어트려선 안 되니까. 내게는 네가 여전히 현전하지만, 나는 끊임없이 네가 부재한다는 신호를 보내야만 한다."
사실 이 책을 읽는 건 살을 에는 겨울바람에 맨몸을 드러내고 서 있는 것처럼 고통스러웠어요. 그러면서도,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끌려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되더라구요. 상실의 고통에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고통과 위로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진짜 치유는 고통을 수반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합니다) '창공의 빛을 따라'를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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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중심으로 사는 법 - 이론물리학자가 말하는 마음껏 실패할 자유
김현철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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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중심으로 사는 법'은 한국 사회에서 누구보다 학벌을 따질(!) 교수 집단에 소속된 저자가 물리학을 공부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낀 바를 담은 책입니다. '이론물리학자가 말하는 마음껏 실패할 자유'라는 부제처럼, 학벌을 비롯해 각양각색의 줄세우기에 지친 이들에게 담백한 위로가 되어요.

- (책 중에서) "조자이 교수 말마따나 고등학교 때 성적으로 결정되는 학벌만으로 한 사람을 대하는 건 몹시 해롭다. 조자이는 성적이 주는 1차원적 순위는 그보다 훨씬 높은 차원에서 묘사하는 한 사람의 다양한 능력을 1차원으로 투영한 결과일 뿐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학벌은 그 사람의 많은 능력을 1차원으로 투영해 얻은 빈약한 결과일 뿐이다. 한 사람을 단순히 학벌만으로 1차원의 고정된 틀에 꿰맞추는 것은 마치 3차원에서 훨훨 날며 살아야 할 새를 1차원 속으로 구겨 넣어 날개를 꺾어버리는 것과 같다."

우리는 정해진 인생의 궤적을 누가 가장 착실히 따라가나 경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쟁 사회란 늘 마음속으로 줄세우기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다는 뜻 아닐까요. 내가 남보다 뒤처질까 늘 전전긍긍하는 데에 나의 마음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면 매일이 얼마나 피곤하고 불행한가요. 행복하기 위해 쏟기에도 부족한 짧은 생을 남을 누르고 올라가는 데에 소진해 버린다면 그거야말로 삶의 낭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타인보다 나에게 집중하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성취가 목적이 아닌 결과인 삶을 살고 싶어요.

- (책 중에서) "열등감이란 무엇일까? 열등감은 교만과 한 쌍이다. 나보다 뛰어난 이에게서 열등감을 느낀다면, 나보다 못한 이를 대할 때는 교만해지기 쉽다. 열등감은 학벌과도 깊이 관련 있다. 나보다 더 나은 학교를 나온 사람에게서 열등감을 느낀다면 나보다 못한 대학 출신 앞에서는 교만해진다. 한 발 떨어져 곰곰이 따져보자. 어떤 이들은 적당한 열등감이 있으면 열심히 하려는 동기를 부여하므로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굳이 내 속을 갉아먹는 열등감에 휘둘릴 필요가 있을까."

내가 '실패'한 것 같다고 느낄 때, 끝없는 경쟁에 지칠 때,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해왔고 '성공' 했지만 뭔가 놓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이 책을 권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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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리듬 - 질병과 피로의 근원, 내 몸속 미세 시차를 바로잡는
아넬루스 오퍼르하위젠.마레이케 호르데인 지음, 정신재 옮김 / 푸른숲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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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유용한 책. 교대근무자, 월요병으로 고통받는 사람, 또는, 피곤한데 릴스 보느라 일찍 못 자는 사람, 그리고 하루를 더 효율적으로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찾았습니다.

바로 '하루 리듬'📖, 부제는 "질병과 피로의 근원, 내 몸속 미세 시차를 바로잡는"입니다.

이 책은 잠을 잘 못 자는 게 왜 문제인지를 차근히 알려주고('잠은 무덤에서 잔다'는 말이 싫은 저에게는 참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잘 자는 법을 주제별로 쪼개어 설명해 줍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우리 몸 속의 시계에 대한 설명이었는데요, 장기별로 시간이 다르게 맞춰진 채로 작동되고 있다면 몸 속의 부분마다 시차가 생겨 버려서 건강이 점차 삐그덕거린다고 합니다. 이 책은 장기별로 생체시계를 잘 맞추는 법(예를 들어 간의 시계는 그 리듬이 식사 시간에 맞춰진다고 해요)을 알려주고, 구체적으로는 교대근무를 한다거나 일요일 밤마다 잠들기가 어려운 사람 또는 장거리 여행에서 시차적응을 빠르게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실질적인 조언을 줍니다.

잠과 몸에 대한 설명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요즘 건강분야의 핫한 키워드로 떠오른 혈당 스파이크나 인슐린 저항성이 신체 내부의 시계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더 세세하게는 장내미생물의 시계나 호르몬 시계는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도 접할 수 있습니다. 매일의 하루를 건강하게 꾸리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책 중에서) ... 그 결과 몸 속 다양한 장기들이 서로 다른 리듬을 가지게 되는데, 이를 비동기화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장기들 사이의 원활한 협력이 어려워진다. 협력의 관점에서 보자. 간이 한밤중에 당을 만들어 내면 근육은 피를 통해 이를 흡수해야 한다. 하지만 근육은 근육의 생체시계 리듬에 따라 지금 '수면'을 취하는 중이다. 그렇게 되면 혈당은 높아진 채로 남아 있고, 당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인슐린이 더 많이 필요하다. 혈당과 인슐린이 오르면 제 2형 당뇨로 이어지기 쉽고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 그러므로 생체시계들 사이의 비동기화는 건강에 문제를 발생시킨다.

(책 중에서) 거칠게 말하자면 우리 몸의 과정들은 대사 과정, 심혈관계, 수면, 방어기제, 세포의 성장과 발전, 정신적 과정, 호르몬계 등 여러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모든 영역은 비동기화된 생체시계의 영향을 받으며, 그 결과 장기적으로는 해당 영역에 병이 발생하게 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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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안을 감염시키고 있는가 - 다미주 세계로 연결된 우리는, 서로의 세계가 된다
스티븐 W. 포지스.세스 포지스 지음, 서주희 옮김 / 하나의학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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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치료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전염되지 않는 나만의 병도 아니라는 의미에서 그러합니다. 그러니까 홀로 고통을 삼키는 것도, 혼자 힘으로 이겨내려는 것도 해법이 아니겠지요. 트라우마는 뇌를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합니다. 이 변화는 뇌에 국한되지 않고 신경계를 통해 몸 전체로 확장되고요. 그래서 트라우마는 심리적 현상일 뿐 아니라 생리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다미주 이론은 트라우마가 사람의 몸에 어떻게 스며들어 무엇을 변화시키는지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이 설명의 중심에는 미주신경이 있습니다. 트라우마는 미주신경에 마치 기저질환처럼 작용한대요. 그 결과는 청각장애나 소화장애가 될 수도 있고, 학대당한 개처럼 주변 모든 것을 위험으로 감지하는 태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이론은 왜 우리의 몸이 안전과 유대를 필요로 하는지의 이야기, 즉 사회에 대한 이해로도 확장될 수 있습니다. 팬데믹, 회사생활, 학교생활과 같은 공동의 사건들에 대한 이 책의 설명은 흥미로워 술술 읽힙니다. 다미주 이론은 또한 연애, 육아, 건강 관리, 게임 중독, 친구관계와 같이 개인의 삶과 밀접한 주제들과 맞닿아있는 이론이기도 하고요. 내 감정과 마음에 대해 어떤 고민이라도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 '우리는 불안을 감염시키고 있는가' 입니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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