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기원 - 우리의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내는가
칼 다이서로스 지음, 최가영 옮김 / 북라이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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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층을 경계로 외부와 구분되는 '나'를 지키기 위해 작동하는 뇌의 신비로움(신비라는 단어가 자칫 과학과 배치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과학적 사실이 가져다주는 경외감을 표현하고자 했다)을 책을 읽는 내내 체험했다.

나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는, 나와 물질을 교류하는 외부세계를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포함된다.

생애 전반부에 잘못 설정된 초기값 때문에 뇌가 설명을 위해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경우도 한다(p.198/자해 행동은 어린 시절 경험한 일방적이고 이해할 수 없던 느낌에 자신이 조절할 수 있고 납득되는 날카로운 통증을 새로 덮어씌움으로써 이 부정성을 재측정하는 것일지 모른다.).

또는 몸 내부의 오작동으로 인한 고통의 원인을 외부에 전가하기도 한다(p.214/얼마 전 그녀가 임신을 했는데, 자식 없이 혼자 사는 위니를 조롱하려고 그런 게 분명했다).

때로는 세상을 오독하여 생명 유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음식 섭취가 교란되는 경우도 있다(p.278/거식증과 폭식증은 그 어느 정신과 질환보다도 의학과 과학의 손이 닿지 않는 먼 영역에 자리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환자와 병 사이에 일종의 파트너십이 뿌리 내린다는 것이다).

이 모든 고통들을 극복하는 것은 고통으로 이어지도록 조직화된 세포나 신경회로를 각종 치료를 통해 새것으로 교체하는 일로써 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미스테리는 고작 며칠 지켜보는 것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p.205)." 치료와 치유는 시간을 들이고 마음을 써야 하는 지난한 과정일 수 있다. 반복되어 터져나오는 짜증이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든, 스스로의 회복을 꿈꾼다면 먼저 시간을 내어 이 책 '감정의 기원'을 읽어보기를. 제목만 보고 '고작 감정 따위'라고 생각하기보다 나의 마음과 인격을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살피는 독서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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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 - 우리 삶에 사랑과 연결 그리고 관계가 필요한 뇌과학적 이유
벤 라인 지음, 고현석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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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나 사랑하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은,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뿐이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은 우리의 뇌와 몸을 바꾼다. 사회적 연결이 운동, 수면, 영양만큼이나 건강에 중요하다고 믿는 저자는, 이 메커니즘을 논리적으로, 그리고 흥미 넘치게 설명한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대목을 몇 공유하자면 -
"외로운 뇌에서는 염증 반응 외에도 많은 일이 일어난다. 우리가 외로울 때 뇌는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적 정보를 처리하기 시작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상호작용의 부정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남성이 여성을 때리는 영상 같은 부정적인 사회적 이미지를 볼 떄, 외로운 사람들의 시각피질 반응은 외롭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강렬하게 일어난다."
"휴대전화나 컴퓨터와 달리 뇌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지 않는다. 현재 우리 뇌는 아토사 여왕의 뇌와 별로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현대인의 뇌는 먼 옛날 지금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처음 만들어진 장치와 똑같은 장치일 쁜이다. 현재 소셜 미디어들 속에 놓인 우리 뇌는 아우토반 위의 마차와 비슷하다. 새롭게 등장한 빠르고 압도적인 가상 세계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현대 세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식 장치인 셈이다."
"공감은 생존에 필수적이지만, 놀랍게도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 길러지는 능력이다. 그 학습은 유야기부터 시작된다. ... 부모가 자녀의 감정을 잘 감지하고 적절히 반응해주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그 경험을 통해 공감의 가치를 배운다. ... 공감 능력은 성인이 돼서도 계속해서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연구는 공감 능력을 키우는 특정 훈련이 뇌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는 "가족은 자연이 만든 걸작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부모와 자여, 배우자가 뇌를 특별한 방식으로 활성화해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하고 뇌 간 동기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이 말은 전혀 다른 뜻으로, 즉 가격은 몸 전체의 건강을 좋게 해주고 사회적 협력의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뜻으로 이해될 것이다."
이런저런 인간관계에 진절머리가 난 사람이더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에필로그의 제목이기도 한,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라는 이 책의 메시지에 마음이 따스해질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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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는 뇌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힌 평생 또렷한 정신으로 사는 방법
데일 브레드슨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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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늙지 않는 뇌'를 읽었습니다. 방금 읽은 문장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행복이란 마음먹기에만 달린 게 아니라 뇌의 상태에 상당 부분 의존하기 때문에, 뇌를 잘 관리해야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거든요. 뇌를 늙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이 책은, 바로 이런 사람에게 딱 알맞은 책입니다:

"이웃과 동료, 친구, 가족과 정서적으로나 지적으로 아무 문제없이 즐겁게 어울려 지내는 삶을 바라는 마음이 이 책을 여기까지 읽은 원동력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지금 당장 그렇게 살고 싶고, 80대, 90대, 백 세 혹은 그 이상 그렇게 지내고 싶은 소망은 이제 실현가능한 일이 됐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큰 몫은 우리 각자의 손에 달려 있다.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된다."

뇌를 돌보는 원칙을 예산 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뇌, 그러니까 신경망이 작동하는 데 필요한 자원 예산을 잘 관리하는 것이 곧 뇌를 잘 돌보는 것이에요. 들어오는 자원은 늘리고, 나가는 자원은 줄여야 부유해질 텐데, 들어오는 자원은 1. 에너지, 2. 영양(세포의 영양소, 호르몬, 신경영양인자), 3. 신경전달물질이 있고요, 자원이 줄줄 새게 되는 요인은 1. 염증, 2. 독소, 3. 스트레스에요. 만일 지출은 어마어마한데 수입이 없는 예산위기에 봉착하면 뇌는 '신경 연결 모드'(새로운 신경망이 발달하고 기억과 이해가 빠른, 뇌가 팽팽 잘 돌아가는 모드)에서 '보호 모드'에 들어가 버리고, 장기적으로는 신경퇴행도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 예산관리의 대원칙 하에서(걱정 마세요, 모든 걸 알기 쉽게 설명해주거든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불치병이라고 여겨지곤 하는 알츠하이머로부터 회복될 수 있는 방법, 나이들면 왜 새로운 것에 거부감이나 두려움을 갖는지에 대한 설명(교회가 십일조 헌금을 디지털 시스템을 통해서 받기 시작하자 화가 난 사람 이야기),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이 곧잘 뇌 건강을 잃는 이유에 대한 설명, 뇌 건강에 무엇보다 중요한 식단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폭넓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뇌 건강이라는 주제 아래 유기적으로 엮여 있습니다. 건강한 뇌로 오래 살기 위해서 꾸준히 읽고 또 읽을 책, '늙지 않는 뇌'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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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의 빛을 따라 암실문고
나탈리 레제 지음, 황은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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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읽은 동화부터 자라서 본 영화와 소설까지 많은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은 가지각색의 이유로 죽었습니다. 때로 뻔한 스토리라인을 차용하는 컨텐츠에서는 누가 죽게 될 지 빤히 보이기도 하고, 특정 유형의 행동은 '사망 플래그'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하고요. 아 쟤는 죽겠네, 역시 죽었네, 하고 심드렁하게 인물들의 죽음을 넘겨 버리고 곧 잊은 적도 수십 번입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이야기 밖에서 죽음을 보았을 때, 특히 그 죽음을 맞은 이가 저와 가까운 이였을 때, 그 죽음이 불러일으킨 감정은 그 어떤 이야기 속 주인공의 죽음보다도 강렬했습니다. 그리워, 보고 싶어, 괴로워, 같은 닳고닳은 가느다란 말들로는 감쌀 수 없는 거대한 감정에 오래간 짓눌려 있었어요. 죽음이 슬펐고, 그 슬픔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을 갖지 못해 또 슬펐습니다. 남편을 잃은 나탈리 레제도 이렇게 씁니다:
"...누군가 이미 했던 몸짓을 하고 있는 내가, 무대 위 비탄의 장면을 모방하고 있는 내가 부끄러웠고, 통곡의 계보 속에서 닳고 닳은 몸짓을 한 번 더 반복할 뿐인 내가 부끄러웠고, 감정도 말도 새롭게 발명해 내지 못하는 내가, 너를 구할 단 한마디 말도 발명하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죽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직접 헤쳐나갈 수 있는 미래란 없습니다. 그들의 시간은 멈추고,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요. 하지만 저는 왜인지 죽은 이와 저 사이에 시간적 단절은 없다고, 그냥 제가 볼 수 없는 어떤 먼 곳에 머무를 뿐이라는 이상한 믿음을 키워오게 되었고, 이런 생각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저뿐만이 아님을 종종 알게 됩니다. 죽은 이들의 시간이 영영 끝났음을 견딜 수 없다는 마음에서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도 생겨난 것이겠지요? 레제도 그녀를 떠나간 남편이 단지 다른 공간에(그렇지만 불가능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단지 다른' 이상이기도 한) 있을 뿐이라고 이렇게 씁니다:
"네가 머무는 공간은 닿을 수 없는 곳이 되었고, 이제 너는 없다." ... "나와 떨어져 멀리 낯선 곳에라도 '있는' 편이 낫다고. 살아만 있다면, 아아, 살아 있기만 하다면."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알아요, 내 마음 속에 지어둔, 그들이 머무르는 어떤 공간은 그저 나만의 바람일 뿐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절절히 알고 있습니다. 애도는 끊임없이 실패하는 소망과 반복되는 부정의 과정인 것 같아요. 레제 역시 다른 '공간'으로 떠나간 남편을 말할 때 그와 남편 사이에 칼같이 시간의 선을 긋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너를 말할 때 세심하게도 과거형을 쓴다. 모든 걸 헝클어트려선 안 되니까. 나는 너를 배신한다. 모든 걸 헝클어트려선 안 되니까. 내게는 네가 여전히 현전하지만, 나는 끊임없이 네가 부재한다는 신호를 보내야만 한다."
사실 이 책을 읽는 건 살을 에는 겨울바람에 맨몸을 드러내고 서 있는 것처럼 고통스러웠어요. 그러면서도,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끌려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되더라구요. 상실의 고통에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고통과 위로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진짜 치유는 고통을 수반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합니다) '창공의 빛을 따라'를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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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중심으로 사는 법 - 이론물리학자가 말하는 마음껏 실패할 자유
김현철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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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중심으로 사는 법'은 한국 사회에서 누구보다 학벌을 따질(!) 교수 집단에 소속된 저자가 물리학을 공부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낀 바를 담은 책입니다. '이론물리학자가 말하는 마음껏 실패할 자유'라는 부제처럼, 학벌을 비롯해 각양각색의 줄세우기에 지친 이들에게 담백한 위로가 되어요.

- (책 중에서) "조자이 교수 말마따나 고등학교 때 성적으로 결정되는 학벌만으로 한 사람을 대하는 건 몹시 해롭다. 조자이는 성적이 주는 1차원적 순위는 그보다 훨씬 높은 차원에서 묘사하는 한 사람의 다양한 능력을 1차원으로 투영한 결과일 뿐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학벌은 그 사람의 많은 능력을 1차원으로 투영해 얻은 빈약한 결과일 뿐이다. 한 사람을 단순히 학벌만으로 1차원의 고정된 틀에 꿰맞추는 것은 마치 3차원에서 훨훨 날며 살아야 할 새를 1차원 속으로 구겨 넣어 날개를 꺾어버리는 것과 같다."

우리는 정해진 인생의 궤적을 누가 가장 착실히 따라가나 경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쟁 사회란 늘 마음속으로 줄세우기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다는 뜻 아닐까요. 내가 남보다 뒤처질까 늘 전전긍긍하는 데에 나의 마음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면 매일이 얼마나 피곤하고 불행한가요. 행복하기 위해 쏟기에도 부족한 짧은 생을 남을 누르고 올라가는 데에 소진해 버린다면 그거야말로 삶의 낭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타인보다 나에게 집중하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성취가 목적이 아닌 결과인 삶을 살고 싶어요.

- (책 중에서) "열등감이란 무엇일까? 열등감은 교만과 한 쌍이다. 나보다 뛰어난 이에게서 열등감을 느낀다면, 나보다 못한 이를 대할 때는 교만해지기 쉽다. 열등감은 학벌과도 깊이 관련 있다. 나보다 더 나은 학교를 나온 사람에게서 열등감을 느낀다면 나보다 못한 대학 출신 앞에서는 교만해진다. 한 발 떨어져 곰곰이 따져보자. 어떤 이들은 적당한 열등감이 있으면 열심히 하려는 동기를 부여하므로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굳이 내 속을 갉아먹는 열등감에 휘둘릴 필요가 있을까."

내가 '실패'한 것 같다고 느낄 때, 끝없는 경쟁에 지칠 때,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해왔고 '성공' 했지만 뭔가 놓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이 책을 권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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