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층을 경계로 외부와 구분되는 '나'를 지키기 위해 작동하는 뇌의 신비로움(신비라는 단어가 자칫 과학과 배치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과학적 사실이 가져다주는 경외감을 표현하고자 했다)을 책을 읽는 내내 체험했다. 나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는, 나와 물질을 교류하는 외부세계를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포함된다.생애 전반부에 잘못 설정된 초기값 때문에 뇌가 설명을 위해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경우도 한다(p.198/자해 행동은 어린 시절 경험한 일방적이고 이해할 수 없던 느낌에 자신이 조절할 수 있고 납득되는 날카로운 통증을 새로 덮어씌움으로써 이 부정성을 재측정하는 것일지 모른다.).또는 몸 내부의 오작동으로 인한 고통의 원인을 외부에 전가하기도 한다(p.214/얼마 전 그녀가 임신을 했는데, 자식 없이 혼자 사는 위니를 조롱하려고 그런 게 분명했다).때로는 세상을 오독하여 생명 유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음식 섭취가 교란되는 경우도 있다(p.278/거식증과 폭식증은 그 어느 정신과 질환보다도 의학과 과학의 손이 닿지 않는 먼 영역에 자리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환자와 병 사이에 일종의 파트너십이 뿌리 내린다는 것이다).이 모든 고통들을 극복하는 것은 고통으로 이어지도록 조직화된 세포나 신경회로를 각종 치료를 통해 새것으로 교체하는 일로써 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미스테리는 고작 며칠 지켜보는 것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p.205)." 치료와 치유는 시간을 들이고 마음을 써야 하는 지난한 과정일 수 있다. 반복되어 터져나오는 짜증이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든, 스스로의 회복을 꿈꾼다면 먼저 시간을 내어 이 책 '감정의 기원'을 읽어보기를. 제목만 보고 '고작 감정 따위'라고 생각하기보다 나의 마음과 인격을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살피는 독서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