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vs 권력 - 중국 역사를 통해 본 돈과 권력의 관계
스털링 시그레이브 지음, 원경주 옮김 / 바룸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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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국'하면 떠오르는 두 단어가 바로 '돈'과 '권력'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2006년에 중국에서 미디어 영역에서 신규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베이징에 장기 파견을 나갔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당시는 지금보다는 훨씬 경직된 분위기에서 철저하게 콘텐츠의 제작/배급/유통을 통제하던 시기였는데, 이 때 중국의 공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에 버금가도록 중요한 파워는 바로 '돈', 즉, '자본'이었다. 이 둘간의 세력이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지금의 거대한 정치력과 경제력을 갖춘 나라, 중국을 만들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프롤로그에서 조조가 굶주리고 있는 군대의 군기를 잡기 위해서 군량관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워 참수한 사례는 이 책의 전반에 걸쳐서 흥미진진함을 유도하기에 충분했다. 중국의 통치자들은 권력을 통해서 언제든지 상인들의 돈을 착취할 수 있었으며 상인들의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언제든지 이율배반적인 행위를 일삼으며 이들을 추방했다. 이렇게 멸시와 버림을 당한 상인들은 정치와 권력의 요지인 중국의 북부를 벗어나 남부 해안지역에서 터전을 마련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 중국 남부쪽에는 해외와 밀접하게 국제무역을 하는 상하이, 광저우, 홍콩, 마카오 등 남부 연안도시들을 중심으로 한 경제중심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전 세계에 엄청난 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화교들이 퍼져있는 이유도 이러한 돈과 권력의 역학관계에서 산출된 것이다.

 

1937년에 시작된 중일전쟁 초기에 일본이 중국에게 연일 승리의 함성을 울렸지만 결국은 중국이 승리한 것에 대해서 일본의 시게루 외상은 "대부분의 나라들은 오직 하나의 심장을 갖고 있지만 중국은 여러 개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 심장이 하나인 국가는 그 심장만 공략하면 간단하게 국가 전체가 마비상태에 빠질 수 있으나, 여러 개의 심장을 갖고 있는 중국은 심장 한두 개를 없애도 맥박은 여전히 뛸 것이다. 일격으로 중국을 쓰러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로 말했다. 이처럼 중국은 어느 누구의 손에도 쉽게 잡히지 않는 강인한 생존력과 적응력을 지닌 나라이다. 특히 최근에 자본주의를 일부 받아들이면서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을 보면서 공룡처럼 큰 덩치를 가졌으나 실제는 날쌘 적응력을 가진 작은 공룡들의 집합체로서 전 세계에서 가장 변신에 빠른 나라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또 재미있었던 부분은 덩샤오핑이 싱가포르를 모범으로 삼아서 경제발전을 위해 유교적 독재정권과 개화된 전체주의 체제를 대륙에 심었다는 내용이다. 이때부터 중국의 공산주의는 자유와 번영이 없는 "평등한 사회"에서 변모하여, 평등과 자유가 없는 "번영의 사회"로 진입했다. 즉, 충분한 재력을 가진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이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평등을 바라지 않으며 일반인들에게는 없는 자유를 이들은 언제든지 돈으로 쉽게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돈은 만가지 결함을 덮어 준다."는 중국 속담이 바로 이러한 사회의 변화를 설명해 주고 있다. 

각 장별로 주제를 정리해 놓아서 소설을 읽듯이 쉽게 읽히는 것이 이 책의 특성이다. 그러나 각 장을 읽고 나면 중국을 움직이는 두개의 힘인 '돈'과 '권력'이 어떻게 결탁하고 상생하여 왔는지 큰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책 뒤에 있는 명카피가 상인과 관료들의 투쟁의 역사를 설명해 주고 있다. "상인들은 권력을 얻기 위해 재물을 추구하고, 관료들은 재물을 얻기 위해 권력을 추구했다." 중국을 움직여왔고, 앞으로도 강력하게 드라이브할 핵심 동력인 '돈'과 '권력'의 역학관계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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