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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의 위험한 폭로 -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은 국가와 언론을 고발한다
루크 하딩 지음, 이은경 옮김 / 프롬북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제발 이 내용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냥 책을 덮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미국 911 테러 이후에 흥미진진한 첩보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에 대한 정보 도청이 공공연하게 진행되어 왔다는 사실을 알고 두려움에 소름이 끼쳐왔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National Security Agency)의 내부 고발자 스노든은 NSA에서 전 세계의 모든 정보협력기관의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마스터 계정을 갖고 있던 직원이다. 그는 전 세계의 중요한 정보가 어떻게 도청되고 관리되는지 그의 직업을 통해서 철저하게 알게 된 이후에 '이건 아니다!' 싶어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 모든 것을 폭로하기로 결심한다.
지상 최고의 특종을 잡게 된 <가디언> 기자에게 스노든은 자신이 NSA 직원임을 증명하기 위해 몇차리 미끼 자료를 보내면서 신뢰를 얻는다. 그 후에 홍콩에서 비밀리에 정보를 전달해 주는 숨막히는 접선과정을 통해 그가 얼마나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지 독자는 비로소 실감할 수 있다. NSA가 테러로 의심되는 정보를 수집한다는 명목하에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정보들은 미국인 뿐만 아니라 미국인과 소통하고 있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자행되어 왔다.
더 경악할만한 사실은 우리가 모든 것을 믿고 속 얘기를 나누고 있는 통신회사와 인터넷 회사들의 열렬한 협조를 받으면서 자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911 테러 이후에 미국인들이 빠질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비하려는 '대의 명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미국 정부가 전세계를 자신의 손아귀 안에 넣으려고 하는 '구실'을 911 테러가 만들어 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위치추적기가 부착된 스마트 폰, 24시간 풀 가동되는 소셜미디어, 언제 어디에서든 나를 찍어대고 있는 CCTV,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 안의 카메라 등 내 일상의 그림자까지도 집어 삼키고 있는 빅 데이터는 이미 우리 손을 떠난 지 오래다. 기업들은 '타켓 마케팅'이라는 용어로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상업적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이러한 대대적인 정보도청작업을 '국가 보안'이라는 명분하에 주도면밀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직면하자 처절한 무기력함을 느끼게 된다.
나의 선택은 둘 중 하나였다. 스마트 폰과 PC를 집어 던져버리고 세상과 모든 관계를 끊거나, 아니면 낱낱이 까발려질 수 밖에 없는 개인으로서 나는 이미 <트루먼 쇼>의 짐캐리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발가벗겨진 느낌을 감수하며 지금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책장을 덮은 후에는 한동안 황망함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용감하게 파헤친 에드워드 스노든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지, 그를 도와준 사람들은 어떤 보복을 받게 되는 것인지도 걱정스럽다.
삶에 대한 자유도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한 개인으로서 엄청난 무력감과 씁쓸함이 가슴에서 울렁인다. 이 책 표지에 마치 감옥의 창살 안에 갇힌 듯 착시 효과를 보이는 스노든의 얼굴을 보면서 정작 철장 속에 갇힌 것은 '나'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