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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의 비밀 - 초등4~중3 학부모와 교사를 위한 '요즘 사춘기' 설명서
김현수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커가는 아이를 보면 대견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다던 아이는 저도 모르는 새에 만화 캐릭터를 남편이라고 부르며 나는 남자친구가 서른 명이 넘는다며 일일이 이름을 말해주지만, 이제 그만.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습니다. 아, 진짜 괴롭다.... 그런 저에게 딸이 한마디 합니다.
"엄마, 내가 진짜로 인간 남자친구가 서른 명 있는 거보다는 낫지 않아?"
맞는 말이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힘으로 아이를 대하고 있습니다. 방학이라고 낮 12시가 되어야 일어나 조금 내키면 공부하고, 빈틈만 주면 하루 종일 애니메이션을 보는 딸에게 무어라고 이야기할라치면, "셋쇼마루사마가 너무 멋있어."라고동의할 수밖에 없는 사실을 이야기하는데요. 제가 컴퓨터를 하는 동안 책을 꺼내서 읽다가,
"엄마, 공정무역이란 반드시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우리 같이 없이 사는 사람들이 공정무역 제품만 선택해서 구매하려다간 우리가 죽겠어."라며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로 성장한 우리 딸에 대해 조금은 걱정이 되던 차,이 녀석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그 비밀을 알려주는 책, <중2병의 비밀>을 발견했습니다.
중2병이라 불리는 현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시각은 10대의 외로움과 40대의 외로움이 부딪치면서 생겨난 갈등. 즉 외로움과 이별의 문제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60
저 말이 어찌나 와닫는지. 외로웠던 아이들이 외롭지 않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 과거의, 내가 생각했던 내 아이의 모습과 다르기에 부모는 당황스럽고, 힘듭니다. 그러니 아이 보고 바뀌라고 합니다.
어느 날, 제가 투정 부리듯이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딸, 언제는 엄마만 좋다더니. 흥."
그랬더니 아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생각해봐. 내가 중학생이나 되어서 아직까지 엄마, 엄마 하면서 맨날 엉겨 있으면 좋겠어?"
그건 그것대로 큰 문제인 것 같았습니다. 내가 느끼는 상실감은 상실감대로 인정하고 아이의 성장은 아이의 성장대로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과거의 말 잘 듣던 아이를 생각하며 그 틀에 아이를 끼워 넣으려고 하지요. 이제는 부모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버린 아이에게요. 게다가 스스로도 무얼 잘 할 수 있는지, 무얼 잘 못하는지 판단할 능력이 생기는 나이입니다. 부모는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말이지요. 그러니 이런저런 포기도 생기고 장래 희망도 서서히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범위로 정해져 가는 것입니다. 초등학생 때는 서울대 갈 거라고 외치던 아이들이 점점 대학은 갈 수 있으려나 고민하는 시기가 된 것이지요. 그러니 어떤 부분을 포기한다면, 아이들은 포기하는 부분에 대해서 큰 상실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아픈 마음에 부모가 한번 더 상처를 줍니다. 아이들은 마음을 닫고 입을 닫아버립니다.
아이들을 이해하고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무한 긍정의 격려는 오히려 아이에게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오냐오냐하는 태도는 강압적 부모보다 더 안 좋죠.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하는 부모라면 안 되는 건 안된다고 말을 했을 때 아이가 오히려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아니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적당한 선에서 결정할 수도 있겠지요.
저는 이 책을 읽고서 우리 아이가 앓고 있는 중2병의 증상은 대체로 가벼운 것이로구나 하며 안심했습니다. 물론 녀석이 5학년 때 시작된 사춘기는 저를 힘들게 했지만, 그것도 이야기를 통해 원만히 잘 넘어갔습니다. 출산할 때 내가 힘든 것보다 사실은 아기가 더 힘든 것처럼, 사춘기 때 엄마인 내가 힘든 것보다 제 2의 분리 개별화를 이루게 되는 아이가 더 아프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사랑하는 아이에게 무얼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겁니다.
방학이라고 낮 12시가 되도록 안 일어나는 제 딸은 멜라토닌의 분비의 불규칙 때문이니 그것도 이해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