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될 시간 - 고립과 단절, 분노와 애정 사이 '엄마 됨'을 기록하며
임희정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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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엄마일까요?

20년도 넘게 이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과연 나는 잘 하고 있는 걸까?"

"지금의 인생에서 엄마로서의 나를 빼면 '존재'하기는 할까?"

"정말 ''라는 '존재'가 있기는 한 걸까?"

하는 질문을 종종 던지곤 합니다.

그러니 초보 엄마였을 때는 얼마나 더 많은 물음표를 달았을까요?

'살아 있다.' ,'살고 있다.'라는 감각까지 희미해지고, 심지어

"'인간'이기는 한 걸까?"

"앞으로 나는 ''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었어요.

지금은 여기에 '존재'하고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만, 새로운 의문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어요.

"정말 나는 아이를 잘 키워낸 걸까?"

"앞으로도 계속 ''보다 ''를 위해서 살아야 하는 걸까?"

등등.

결국, 육아 퇴직은 영원히 오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 감정이 싫으면서도 좋아요. 왜냐하면 '엄마'라는 존재가 됨으로써 영원한 내 편, 내 소중한 친구 하나를 얻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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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정의 에세이 <질문이 될 시간>을 읽으면서 20여 년 전 과거를 소환하고 현재를 떠올리며 저 스스로를 바라보았어요. 저는 초보 엄마 때도 아이를 잘 케어할 자신이 있었거든요.

 

제 바로 아래 동생을 본격적으로 돌본 게 제 나이 아홉 살 때였고, 낮 동안만 돌본 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부터였어요. 배고프다고 우는 세 살짜리 동생에게 밥을 할 줄 몰랐던 저는 밥통의 밥을 덜어서 고추장에 비벼 주었었으니까요. 그게 제가 다섯 살 때 일이에요.

동생이 일곱 살, 제가 아홉 살 때부터는 삼시 세끼 모두 제 몫이었어요.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저는 아홉 살 때부터 엄마였어요. 어른이 해 놓은 음식을 차려주는 게 아니라, 제가 다 해야만 했죠. 그래서 제 아이를 가졌을 때 나름 자신 있었어요. 이복동생 기저귀도 많이 갈아보았고 목욕도 시켰으며 분유도 타 먹이고 빨래도 다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진짜' 엄마가 된다는 건 다른 일이었어요. '엄마'라는 존재에 판타지가 있었던 저였기에 내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사랑이 철철 넘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애가 태어난 지 닷새가 되었는데도, 내 안에서 아기가 나왔다는 신기함만 느껴질 뿐이었어요.

 

이 아이를 위해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죠. 그래서 나는 '나쁜 엄마'인가 보다, 모성애가 없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에게도 그렇게 말씀드렸죠. 그런데 그런 마음은 천천히 자라나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 말이 정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저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제 아이를 사랑하게 되었고, 정말로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는 단 하나의 존재가 생겼다는 기쁨을 얻었어요. 서로 사랑하며 주변에 굴하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이에 끈끈한 무언가가 생겨났죠. 모성애라는 건 역시 판타지였어요. 사랑은 함께하는 사이에 자라나는 거였죠.

 

<질문이 될 시간>은 임희정이 임신하고 출산하며 돌보는 사이에 겪은 일들을 사실적으로 적은 에세이에요. 수월하지 않았던 임신 과정이며 그토록 바라던 아이를 품고 출산하기까지의 과정이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육아를 하면서 힘들었고 외로웠던 시간들, 사회와의 단절로 고통스러웠던 나날들이 적혀있어요.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이 경험의 경중은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엄마가 겪는 일들이에요. 다들 그런데 왜 너만 유난이냐는 식의 말을 들어본 사람도 있을 테고, 혹시나 그런 말을 들을까 봐 속으로만 삭히기도 했을 거예요. 하지만 다들 겪는 일이라고 해서 괜찮은 건 아니잖아요.

모두가 힘들다고 그게 안 힘든 일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질문이 될 시간>을 읽으며 저자 임희정이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일들이 전혀 남일 같지 않았어요. 매일 힘들고 매일 사랑하며 매일 버텨나갔던 시간들이 적혀있었으니까요.

 

<질문이 될 시간>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했어요. 예전부터 계속 꼬리를 물어왔던 많은 의문에 더하여서 과정까지 돌아보게 되었죠.

"나는 아이를 낳자마자 사랑에 빠져서 누구보다도 퍼펙트하게 육아를 해냈다!!"

라고 선언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자고 먹고 싸는 기본적인 행위조차 용납되지 않는 긴 시간 동안, 우울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요?

그래서 이 책은 현실적이면서도 마치 '내 일'과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질문이 될 시간>은 이미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모에게는 회상과 추억거리를 던져줄 거예요. 그게 즐거움이건 고통이건 지금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면서 여전히 고민 중인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찰을 해볼 수 있어요. 더불어 육아중인 엄마에게는 위로가 될 도서에요. 어쩌면 미혼에게는 조금 두려운 책이 될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현실적인 내용을 알고 이해하며 현명하게 계획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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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유 - 내가 직접 쓴 당신의 이야기
M. H. 클라크 지음, 김문주 옮김 / 센시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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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써서 전하는 당신의 이야기 <어바웃 유>를 채우는 데는 얼마 안 걸릴 줄 알았어요. 저는 이 책을 보는 순간 사랑하는 딸을 위해서 쓰기로 마음을 정했었거든요. 항상 생각하는 존재인데다가 텔레파시로 소통할 수도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있으니 빈칸을 채우는 건 그냥 하루, 아니 반나절이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이상하게 한 페이지도 적지 못했어요. 앞에서부터 막막하니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당황스러웠어요. 순서대로 작성해야 하는 게 아니니까 쉬운 것부터 해나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치 대입 시험이나 모의고사를 보는 것처럼 책장을 넘기며 먼저 적어볼 것도 찾아보았어요.

 

 

그러나 결국 단 한 글자도 적지 못했어요. 내 마음을 담는 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구나... 평소에 충분히 표현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은 그렇지 않았었구나... 하는 걸 깨달았어요.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 마음을 적어서 알려주는 - 용기와 사랑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나 자신에게 상대에 대한 이미지를 알려주는 책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나 자신과 상대방에 대해 가만히 성찰하고 그 마음을 고스란히 옮기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지도록 하는 신기한 책이었죠.

 

"남편을 합법적으로 울린 첫 번째 선물. 원래는 결혼 2주년 선물로 주려고 계획했는데, 책을 완성하는 데 2주나 걸려서 그냥 사랑해서 주는 선물이 되었다." _a**e f**o

 

-독자 서평 중에서

 

저런 서평을 보았을 때에는 흔한 홍보형 문장이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저 역시 막상 책을 쓰려다 보니 저 말이 정답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얼른 써서 전해주어야겠다는 약간의 조바심이 있었는데, 일찍 채우기보다는 단어를 잘 골라서 마음을 듬뿍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크리스마스 선물 아니면 연말연시 선물로 주게 될 거 같아요.

 

 

이 책은 출간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데요, 책의 디자인만으로는 왜? 하는 의아함을 가질지도 몰라요. 하지만 막상 책상이나 식탁 앞에 앉으면 달라질 거예요. 의외로 적어 나가는 데에는 시간과 사랑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자신의 사랑을 더욱 굳건히 할 테고, 받는 사람에게는 깊은 감동을 선사할 거예요. 아마존에서는 7년 연속이나 해당 분야에서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가치를 짐작할 수 있지 않나요?

 

 

밸런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어버이날과 같은 기념일 전에 많이 판매된다니 마음을 전하는 방법으로 좋은 선택을 하는 독자들이 꽤 많나 봐요. 소중한 단 한 사람만을 위해 쓴 책이라는 건 어떻게든 값을 매기기 어려운 법이라는 거 아시죠? 각 칸은 글로 채워도 좋고 사진이나 그림과 함께 해도 멋진 메시지가 될 거예요.

 

 

글솜씨가 좋은 사람이라면 긴 문장으로 서술하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요. 어쩌면 몇 십장에 달하는 연서를 쓸지도 모르죠. 하지만 특별한 능력이 없더라도 간단한 몇 마디 문장과 글로도 표현이 가능한 <어바웃 유>가 있으니 누구라도 사랑을 담은 음유시인이 될 수 있어요.

 

<어바웃 유>에는 52가지 질문이 있어요. 하나하나 답을 달다 보면 어느새 반짝이는 추억을 되살리기도 하고, 오늘 아침 보여주었던 환한 미소를 떠올리기도 할 거예요. 과거로 돌아가서 상대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는 계기도 되겠죠.

 

연말연시나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100, 1주년... 아니 그냥 그러고 싶은 날에 전해 줄 만한 책이 필요하다면 <어바웃 유>를 떠올려도 좋을 거예요. 하지만 채우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적어도 보름 전에는 미리 준비해서 적어나가기 바라요. 전하는 사람은 뿌듯하고 받는 사람은 감동할 만한 그런 좋은 선물이 되어 줄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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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헤이의 365일 긍정 확언 일력
루이스 L. 헤이 지음 / 센시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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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마지막 달이 되어버렸어요.

항상 12월이 되면 '벌써'라는 말로 시작하지만, 나이를 먹다 보니 한 해를 마무리한다기보다는 다음 해를 잘 살기 위한 준비를 하는 때로 여기게 되네요. 올 한 해 힘내서 살아봐야겠다는 계획은 어느새 흐트러지고 내년을 기약하다니, 이대로라면 또 그냥 어설프게 지나가게 될 거 같아 걱정이에요.

 

그렇지만 <루이스 헤이의 365일 긍정 확언 일력>이 있으니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나에게 전하는 긍정의 한마디. 그걸 매일 아침 달력을 넘기면서 낮은 목소리로 한 번씩 읽다 보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책은 미국의 심리치료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루이스 헤이가 전하는 메시지로 이루어졌어요. 마음을 두드리는 이야기들을 도서로 쭉 읽으며 만나는 것도 좋지만, 매일 한 조각씩 가슴에 품는 방법은 더욱 멋지지 않을까 해요. 루이스 헤이는 상담가 뿐만 아니라 강연자와 교사로 활동하면서 사람들에게 긍정과 발전적인 메시지를 전해왔대요.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스스로 딛고 치유하며 이겨나가는 삶을 위한 방법을 깨달아 자신의 삶부터 치유로 이끌었다니 정말 대단하죠. 사람마다 힘든 시기는 있지만 이걸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따라서 삶의 질이 달라지는 거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니 걱정 없다고, 힘낼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어느 순간 공허해지면서 아무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거든요. 내면이 단단하다면 잠시 휘청거리더라도 금세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모든 게 폭풍우 속으로 내던져진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주저앉고 말아요.

 

요 몇 년간 제 감정이 기복을 타면서 습도가 높은 날이면, 아주 작은 일 하나로 며칠씩 괴로워하곤 했어요. 심지어 그렇게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자신을 느끼며 또 불안해져만 갔죠. 그래서 제게는 바로 <루이스 헤이의 365일 긍정 확언 일력>과 같은 장치가 필요해요.

 

루이스 헤이가 쓴 미러 mirror》 《치유》 《힐 유어 바디》 《삶에 기적이 필 요할 때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고 해요. 저도 매일 일력을 넘기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자신의 삶에 힘을 실어보려 해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방법이라면,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해요. 자신을 믿고 아끼며 돌보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답니다. 그러니 저도 <루이스 헤이의 365일 긍정 확언 일력>을 넘기면서 매일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려 해요.

 

<루이스 헤이의 365일 긍정 확언> 은 만년 일력이에요. 데스크에 올려두고 쓰기 좋은 탁상형이죠. 그래서 한 번 준비해두면 일 년 내내 쓰고 또 다음 해까지도 볼 수 있어요.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힘을 기르고 싶은 분에게는 꼭 필요한 아이템인 거 같아요.

 

만년형이니까 11일부터 시작하지는 않아도 되는데요, 오늘부터 당장 세워두고서 반가운 아침을 맞이해도 괜찮아요. 그래도 저는, 2024년 새해부터 시작해 보려고 해요. 일단 정신없이 어질러진 책상부터 정리하고 일력을 올려둘 자리부터 마련해야겠죠?

 

<루이스 헤이의 365일 긍정 확언 일력>은 고급스러운 지함 케이스에 들어있는데다가 비닐로 한 번 더 포장되어 있으니 소중한 분께 선물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에요. 연말연시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어떤 선물이 좋을까 고민하고 있다면, 긍정의 힘을 담은 일력을 전하셔도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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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고려거란전쟁 상·하 세트 - 전2권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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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으로 열린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은 좋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주말 저녁을 달구고 있는 거 다들 아시죠? 제가 어릴 때에는 아버지께서 MBC며 KBS 사극을 좀 챙겨 보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하셨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사극만 열심히 보았더라도 역사 공부를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런 만큼, 이번의 고려거란전쟁은 학생들도 보았으면 해요. 저는 KBS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을 책으로 먼저 만나봤는데요, 그렇다면 스포일러를 당하는 게 아닌가! 싶겠죠? 그러나 어차피 역사가 스포니까 개의치 않고 보았어요.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의 원작 소설은 두 권으로 나뉘어있는데요, 상하권 모두 '고려의 영웅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요. 그만큼 인물에 집중하고 그들이 어떻게 활약했는지 실재감 있게 보여준답니다. 이 책을 쓴 원작자 길승수는 드라마의 자문으로 함께 참여하기에 양쪽 모두 완성도가 높을 거라 예상해요.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기에 그 내용 그대로 드라마에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아직까지는 몰입감 있게 잘 진행되는 거 같아요. 스토리의 배경은 고려가 왕으로 '현종'을 옹립했다는 핑계로 거란이 일방적으로 침략한 전쟁이에요.



새로운 왕조를 세우면 이전의 정치는 잘못되었다는 걸 강조하여 정당성을 부여하잖아요? 그래서 고려사는 우리에게 많이 전달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자 길승수는 <고려사>와 <요사>,<송사> 같은 신뢰할 만한 사료를 근거로 해서 연구하면서 자료를 만들었어요.



여름에 <고려거란전쟁>이라는 역사서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도 어쩌면 이렇게 스토리텔링이 좋을까 하며 감탄했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이번에 소설로 만나니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들의 활약을 보면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거 같았답니다. 고려거란전쟁 등장인물이 궁금하시다면 책을 만나보셔도 좋을 거에요.


​우리나라 장수들의 이야기만 다룬 게 아니라 적진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고 상황은 어떤지까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전달하니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어요. 고려의 노련한 장수들뿐만 아니라 젊고 어린 장수들의 활약도 꽤 마음에 들었어요.


저는 책의 초반에 김숙흥에게 관심이 많았는데요, 어릴 때부터 전형적인 ADHD 증세(?)를 보이는 맹랑한 꼬마였어요. 하지만 장성하여 전장에 나가서는 다소 충동적이기는 하지만 히어로의 면모를 보여서 놀랐답니다. 하지만 오래 등장하는 장수는 아니어서 조금 아쉬웠어요. - 어쩌겠어요. 역사인걸.



<고려거란전쟁>에서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부수적인 이야기들은 자제하고 전쟁과 관련된 테마로 극을 끌어가요. 그럼에도 지나치게 잔인해지는 건 되도록 피하며 전개해 나갔죠. 자극적이 않으면서 몰입감을 주는 저자의 필력에 감탄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잔인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전쟁이잖아요. 이를테면 고문씬 같은 건 정말 잔인해요. 그래서 이 책은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고등학생 이상에게 맞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만일 저희 아이에게 권한다면? 저는 중학생 때라도 보라고 할 거 같아요.



<고려거란전쟁>에는 치열한 전투 상황과 각 진영에서 작전을 짜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해요. 상황에 맞는 병법과 놀라운 전략 기술로 거란군에게 대응하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승전고를 울리는 모습이 참 멋지죠. 우리나라 사람들의 도전 정신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왔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확 몰려와요.



오랜만에 깊이 있고 재미있으면서 몰입감 좋은 역사 소설을 만났네요. 누구에게나 전하고픈 좋은 책이었어요.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을 더욱 재미있게 보고 싶다면 <고려거란전쟁>원작 소설도 만나보시기 바라요. 고려거란전쟁 결말을 알고 싶은 분께도 좋은 만남이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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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아 다행이야 - 우리라는 이름의 사랑
오리여인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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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이라는 단어를 만날 때마다 '벽'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는 결론에 달했죠. 그러다 보니 마음이 참 편안해지는 겁니다.


세상의 기준에 따르자면, 일평생을 완벽하지 않은 가정에서 살아왔고,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래왔던 저에게는 참 힘든 개념이었습니다.


'완벽'보다는 '온전함'을 택한 저는, 거의 비슷한 개념일지는 모르지만 단어에 약간의 따스함을 얹었습니다.


오리여인의 에세이 <완벽하지 않아 다행이야>도 그런 느낌입니다. 평범함 속에서 피어나는 따스한 온기가 주변을 부드럽게 물들이고 편안하게 만듭니다.


이전의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는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의 신간 에세이는 저자인 오리여인의 더 깊은 이야기, 감정이 실려있어 더 찡한 울림을 느꼈습니다.


비혼 주의였던 오리여인이 어느 날 갑자기 한 남자 '현'을 만나고 사랑을 싹 틔웠으며 결혼이라는 중대한 선택을 하는 과정을 보면서 마음이 포근해졌습니다.


'현'은 무척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남자였습니다. - 물론 종종 대화가 통하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오리여인을 많이 사랑하고 아꼈습니다. 에세이에서 그 감정이 저절로 묻어 나왔습니다.


그러다 문득, '현'이라는 사람을 제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건,

그녀가 이 남자를 사랑하고 이해하고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런 사랑 속에서 소중한 아기를 만났습니다.

이제는 둘이 아니라 셋이서 따스함을 만들어 갑니다.


하지만 갑자기 불어닥친 우울증에 괴로워합니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데 어디선가 어두움이 빛을 가리고 어둠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하지만 약을 먹어가면서 보통의 상태를 만들어가며 그들은 그렇게 계속 사랑하며 살아갑니다.


아이를 키우는 건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일입니다. 새로운 세계가 생기고 그 중심에 내가 있지 않은 묘한 감정을 느끼도 합니다. 이런 기분을 온몸으로 기뻐할 수도 있지만, 갑자기 상실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감정이 휘몰아치더라도 한 아이의 엄마, 아내 그리고 자신이기에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딸을 처음 만나던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배경이나 시기가 모두 다르긴 하지만 '육아'와 '우울'의 감정만은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가끔은 화가 나는 상황. 그걸 쏟아내면 바로 이어서 죄책감이 드는 감정까지.

아이를 낳고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들어있었습니다.


저는 아기가 미운 적이 없었습니다. 내내 예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오로지 나만을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사랑할 세상의 단 한 사람을 나도 사랑하며 끝까지 지키기로 맹세했습니다.

잠을 자지 않아도, 칭얼거려도 충족감을 주지 못한 스스로가 미웠기에

아이 때문에 삶이 무너진 것 같은 슬픔이 아니라,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다는 감정으로 혼란스러웠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완벽한 육아, 완벽한 가정이라는 건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삶 속에서 따스함을 느끼고 성장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는

오리여인의 에세이 <완벽하지 않아 다행이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오리여인과 현, 아기가 함께하는 집에는 내가 평생 갖고 싶어 했던 단 한 가지가 항상 머물고 있습니다.

바로 서로가 아껴주는 '사랑'입니다.


하지만 저도 부럽거나 슬프지 않습니다. 지금은 그 '사랑'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랑과 행복은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거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 다행이야>를 읽으며 자신을 둘러싼 따스함을 느껴보시면 어떨까요? 연말에 가족이나 친한 지인에게 선물하기 좋은 사랑스러운 에세이이니 함께 나누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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