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 - 셜록 홈즈부터 히가시노 게이고까지, 추리소설의 정수를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26
무경 외 지음 / 센시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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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었기에 추리소설을 처음 읽었던 게 몇 살 때였는지 기억은 잘 안 나요. 그렇지만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을 열 살 무렵에 읽었던 게 떠오르는 걸 보면, 그때가 처음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당시에는 에드가 앨런 포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도 몰랐고, 추리소설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전혀 몰랐었지만. 게다가 '반전'이라는 말조차 몰랐던 아이였음에도 '진실'이 밝혀졌을 때의 충격과 기쁨은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서점에서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 같은 책이 또 없을까 기웃거리다가 사장님께 여쭤보니 한 코너를 가리키며 여기서 찾아보라고 하셨어요. 그런 게 저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코난 도일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이미 열 살 남짓해서 독서 취향을 결정하게 된 셈이었죠.

그 후로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등 요즘 표현으로는 장르 소설에 빠지게 된 거 같아요. 가끔은 미스터리 마니아라고 하는 주제에 별로 안 읽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책 욕심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아무튼 예전에는 작은 동네 서점이 많아서 한참 책을 들여다보다가 사장님께 궁금한 걸 여쭤보기도 하고 추천도 받았었는데, 요새는 그런 맛이 사라져버렸어요. 게다가 누군가에게 여쭤보자니 폐를 끼치는 거 같기도 해서 스스로도 위축되어 버러 웬만해서는 질문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쭉 책을 읽어온 저도 그런데 지금부터 추리소설을 읽어볼까 하는 사람들은 어떻겠어요? 블로그를 검색하거나 인터넷에서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더라도 주관적인 이야기만 접하게 되니 판단도 잘 안 설 테고요.

고전이 취향인 사람도 있고 아니면 최근의 스타일을 즐기는 분도 있으니 어느 쪽이 내게 맞는지는 스스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요. 셜록 홈스나 엘큘 포와로가 유명하니까 한 번 읽어볼까 했다가 실망하는 분들도 분명 계시거든요. 잡식성인 저는 그들 모두를 사랑하지만, 요즘과는 상당히 다른 스타일에 답답하실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이제 막 추리물에 발을 들이려는 사람은 뭘 참고하면 좋을까요? <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를 만나보시면 시원하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은 걸작이라고 칭송받는 소설 중에서 엄선하고 또 엄선하여 선정한 도서에요. 물론 책을 꾸린 작가들의 주관적인 판단하에 고른 거긴 하지만,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함으로써 주관적인 견해를 많이 줄였다고 생각해요.

작가와 소설을 소개하고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나, 결이 비슷한 소설을 추천하기에 실제로는 50가지도 넘는 추리소설 리스트가 담겨있다고 보시면 될 거예요.

책 서두에 작품 선정 기준을 소개하는데요,

1) 세월이 흘러도 읽을만한 가치가 높은 고전. 단, 어렵지 않을 것.

2) 추리소설 역사에서 의미 있는 작품.

3) 현재 구하기 (대체로) 쉬운 책.

하지만 워낙 고전이라서 구하기 힘든 책도 등장하기는 해요. 우리나라 추리소설 역사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작품이지만 현재 출판본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소개하고 있어요.


셜록 홈스 시리즈처럼 같은 작가와 주인공의 작품이 여럿이라면 추리소설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작품을 대표로 올렸어요. 그리고 연대순으로 정리해서 소개하니까 목차나 추리소설 계보도를 보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쉽게 살펴볼 수 있답니다.

의미 있는 작품의 제목 - 작가 소개 - 소설에 대한 이야기 - 작품 추천

: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방식이라 시간 없는 분들은 50개의 리스트를 한 번에 한 꼭지씩 살펴보아도 좋을 거 같아요. 구성도 좋고 흥미진진한 데다가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다는 점까지 꽤 괜찮거든요.

정리가 참 잘 된 도서니까 지금 막 추리소설에 입문하려는 분은 <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을 참고하셔도 좋을 거 같아요. 흥미로운 소설부터 읽고 영역을 넓혀가는 데에도 좋은 길잡이가 될만한 도서니까요.


그런가 하면 오랫동안 추리소설을 읽어왔던 분들도 좋아하실 거 같아요. 저만하더라도 <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을 읽으면서 과거로의 여행을 할 수 있었거든요. 50가지의 소설 중에서 읽었던 것들을 만나면 어찌나 기쁜지, 맞아맞아 이거 읽었었지 하며 슬며시 웃게 되더라고요.

저는 이 중에서 31권을 읽었어요.

그런데 세상에.... 끝까지 기억나는 게 몇 편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리스트를 훑으면서 시간 나는 대로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특히 올해는 추리소설, 미스터리, 스릴러 같은 쪽으로 집중하기로 결심했거든요. 올해의 계획을 수행하는 데 기둥이 되어줄 책 <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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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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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유괴 범죄가 제법 많았습니다. 특히 1970년대에서 1980년 사이에는 공개수사로 전환된 사건도 있을 정도로 심각했었죠. 당시 유괴는 주로 금전을 목적으로 하거나 개인 원한으로 발생하였는데요, 골든 타임 내에 구하지 못하면 사망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분초를 다루는 사안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범인들은 주로 공중전화를 이용하여 몸값 전달 장소를 고지하곤 했는데요, 보호자들은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금전을 끌어모아 아이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도하였습니다. 김윤석, 유해진 주연의 극비수사라는 영화를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공개 수사냐 극비수사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고 합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기에 한 가정과 사회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가까스로 돌아온 아이도 신체적 피해와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안기 때문에 법적으로 중범죄로 간주됩니다. 강력하게 처벌해야만 유괴와 같은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오타 다케시의 <존재의 모든 것을>은 유괴 사건 그 이후를 다룬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1991년 한 지역에서 두 명의 아동이 순차적으로 유괴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경찰들은 두 군데로 인력이 분산되었음에도 아이의 무사 귀환을 위해 노력합니다. 첫 번째 아이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발견되어서 한시름 놓았지만, 두 번째 아이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아이의 외할아버지는 비가 오는 날 무거운 돈 가방을 들고 범인이 유도하는 대로 온 힘을 다해 노력하였지만 결국 손주를 되찾지 못했습니다. 그때 느꼈을 좌절감과 절망감이 제게도 파고드는 듯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도서의 뒷면에서 3년 만에 아이가 돌아왔다는 문구가 있으니 희망을 갖고 지켜보았습니다.

시오타 다케시는 신문 기자 출신으로 마치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소설을 풀어나갔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든 장면이 실재감 있게 다가왔고 그래서 다른 책에 비해서 속도가 더뎠던 거 같습니다. 이렇게 모든 장면을 꼬닥꼬닥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라니!


유괴되었던 네 살 난 소년은 3년 뒤 일곱 살이 되어 외할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치 누군가에게 소중히 길러지기라도 한 듯, 빠진 날짜까지 기록된 유치 박스까지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게다가 예의 바른 태도와 예절까지 갖춘 걸 보면 함께 살았던 사람이 나쁜 이는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아이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며 경찰과 언론 모두에 더 이상 협조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비교적 재력이 있는 집안이었기에 아이는 조부모와 평화롭게 생활하며 어른이 되었고, 유명한 사실화 화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는 유괴 당시의 트라우마를 극복했을까요? 아니면 애초에 그런 거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걸까요.


1991년 신참이었던 한 기자는 당시에 유괴 사건 추적을 이끌었던 한 형사의 죽음 이후, 소년의 현재 모습을 통해서 과거의 사건을 추적하기로 했습니다. 그 형사와는 유괴 사건 그리고 건담이라는 공통점 밖에는 없었지만, 자신이 은퇴하기 전에 꼭 찾아야 할 과제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작가는 마치 이 기자와 같이 동시 유괴가 벌어졌던 공간 배경을 추적하며 자료를 모으고 경찰 관계자에게 수사 방법 등을 인터뷰하며 소설을 준비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의 배경과 현재를 잇는 과정을 직접 진행하였기에 소설의 주인공인 몬덴의 발자취를 저 역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돌아온 소년 료의 현재부터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은 잔잔하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료를 찾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그를 좋아했던 리호의 여정도 좋았습니다.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료를 사랑하고, 료의 그림도 사랑했습니다. 부드럽게 흘러가는 이들의 발자취와 사랑이 좋았기에 내가 정말 유괴와 관련된 소설을 읽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공백의 3년'의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시간을 따라 제 가슴도 짜르르 울렸습니다. 미스터리인 관계로 자세히 서술할 수는 없지만, 소년은 그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인생이 달라질만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존재의 모든 것을>을 관통하는 음악이 있습니다. 바로 조지 윈스턴의 Longing/Love입니다.

저는 마지막에 모든 이들이 모이는 장면에서 이 곡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습니다.

이 소설은 바로 이 곡과 함께 흘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함께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와닿았습니다.

료에게 있어서 유괴의 시간은 하마터면 끝까지 경험하지 못할 뻔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시오타 다케시가 스토리를 풀어가는 과정은 상당히 섬세하고 리얼해서 소설 속의 두 화가가 세밀화를 그리며 하나가 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긴 여정을 통해 진한 감동을 느끼고자 하는 분이라면 <존재의 모든 것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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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페어링 슬기로운 방구석 와인 생활 2
임승수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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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의 와인 사랑을 책으로 만난 건 벌써 두 번째에요. 전작인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도 즐겁게 읽었었는데 <와인과 페어링>은 좀 더 생활 밀착형인데다가 템포가 가벼워서 편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답니다. 와인 애호가가 읽는다면 적합한 페어링은 멀리 있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을 테고, 저와 같이 술을 마시지 못하는 독자라면 맛도락을 즐기는 이의 에세이를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요.

 

 

잔에 담긴 소비뇽 블랑의 향기를 맡고 있는데 번뜩 떠오르는 음식이 있었다. 바로 하와이 전통 음식인 포케다. 맞아, 이거야! 푸릇푸릇 개성이 강한 소비뇽 블랑에는 사군자 그림같이 차분하고 담백한 스시보다 조선 민화처럼 날것의 생명력과 신선함이 넘쳐흐르는 포케가 잘 어울리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p.19

 

 

<와인과 페어링>은 비싸고 접근이 어려운 고급 와인을 다루기보다는 마트나 주류 백화점에서 편하게 만날 수 있는 타입을 소개해요. 아니, 생계형 작가의 와인 사랑이 담긴 에세이니까 소개한다기보다는 즐기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해야 좋을 거 같아요.

 

 

와인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음식과의 조화를 이야기하며 상호 보완 관계인 사이를 풀어나가거든요. 하지만 교과서처럼 딱 떨어지는 게 아니라 먹어보았던 경험과 상상을 바탕으로 와인에 맞는 메뉴 메뉴에 맞는 와인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줘요.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저 조차도 페어링에 따라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묘사가 좋답니다. 작가는 글을 향기롭고 맛깔나게 쓰는 재주가 있어요. 묘사력이 좋아서 마치 음식이 내 입안으로 들어온 거 같아요. 요새 진미를 먹어도 맛이 있는지 없는지 만족감을 잘 못 느끼는데, 임승수의 글을 먹으며 식욕이 돌았어요. 내 입안에 있는 거보다 글이 더 맛있다는 느낌이었죠.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제 혀와 코 끝에 와인의 풍미가 감도는 게 느껴졌어요. 가능하다면 추천해 준 대로 와인과 페어링을 해보고 싶을 정도였죠. 부담스러운 고급 안주가 아니어도 오봉집의 낙지볶음이면 족하니까요.

 

 

낙지볶음은 배달 앱으로 '오봉집'에서 주문했다. 배달이 가능한 인근 음식점 중에서도 맛이 괜찮아 종종 주문하는 곳이다. 일부러 신경 써서 리슬링과 낙지볶음의 조합을 준비했는데, 어머니가 드시더니 너무 맛있다며 활짝 웃으신다. 역시 한국인의 입맛에 최적화된 '꿀조합'이다

-p.121 : 슐로스 요하니스베르그 브론즈락 리슬링 트로켄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량을 높여서 클래식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며 책을 읽었는데, 음악과 책의 페어링이 참 좋았어요. 특히 스카를라티의 Keyboard Sonatain B Minor, KK27과 정말 잘 맞았어요. 저자가 피아노 연주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듯해요. <와인과 페어링>을 읽을 때 곁에 와인이 없다면 피아노곡을 준비해 보셔요. 더욱 맛있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예술로 인정받느냐와는 별개로 수많은 사람이 와인과 음식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미각적 성과물에 매료된다, 마치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에 매료되듯이. 물론 그 성과율이란 것이 느닷없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건 아니다. 그 옛적 단선율 음악이 진화하여 화성 음악이 되고 어느덧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발전하듯이,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 또한 나름의 진화 과정을 거치며 복잡하고 정교해졌다.

-p.40

 

작가는 책에서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해요. 예전에는 와인을 중심으로 해서 어울리는 메뉴를 찾았었다면, 이제는 반대로 메뉴가 중심이 되기도 하는 거죠. 그래서 대중적으로 가까이할만한 품목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던 거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육류 요리에는 레드, 해산물 요리에는 화이트라는 공식이 있었잖아요? 하지만 그런 기준을 삼기보다는 매칭을 중시하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해요. 실전 페어링 찾기라는 기분으로 에세이를 읽다 보면 다양한 음식 매칭을 상상할 수 있어요.

 

 

작가는 와인과 메뉴 그리고 피아노, 강연과 함께 하는 인생을 살고 있어요. 물론 그 외에도 육아라거나 가족 간의 대소사 등 많은 일이 있겠지만, <와인과 페어링>에서는 얼마나 와인에 진심인지 초점을 맞추어 풀어내고 있어요. 가족을 포함한 사람들과의 소통이나 교감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보니 맛을 즐기는 건 관계의 돈독함과 진한 관계가 있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어요.

 

<와인과 페어링>은 와인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저자가 음식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에세이에요. 진심이 담뿍 담긴 글에 실용적인 조언을 몇 스푼 끼얹었기에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와인 초심자부터 애호가까지 아니 저처럼 아예 문외한인 사람 모두 재미있게 읽을만한 글이었어요. 이 책을 통해서 와인과 페어링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해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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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사전 - 기획자가 평생 품어야 할 스물아홉 가지 단어
정은우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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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말이 전혀 낯설지 않은 시대에요.

 

퍼스널 브랜딩이란 개인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자신의 가치를 전달하는 걸 말해요. 간단히 말하자면 내가 누구인지, 또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죠. 예전에는 일상 기록 형식으로 블로그와 SNS를 운영했었지만 이제는 보다 전문적인 영역, 개성이 필요한 부문으로 바뀐 것과 무관하지 않아요. 특히 마케팅 분야에나 국한되었던 기획자라는 개념이 이제는 퍼스널 브랜딩으로 들어온 만큼 <기획자의 사전>이라는 책은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도서가 될 거예요.

 

 

퍼스널 브랜딩의 필요성

 

개인을 브랜드화하는 건 이젠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요.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 자신을 알리고 경력을 쌓는 게 왜 중요한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실 거예요. 자신이 가진 전문적인 영역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소통하는 시대니까요. SNS 활동이 활발해진 만큼 개인을 어떻게 표출하느냐 하는 게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퍼스널 브랜딩 구축 방법

 

퍼스널 브랜딩을 구축하려면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해요. 어떤 분야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뛰어난 점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해서 차별화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이런 점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대중에게 알리는 거예요. 저처럼 블로그 활동을 하거나 SNS, 유튜브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죠.

 

SNS와 퍼스널 브랜딩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유튜브와 같은 매체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좋은 도구에요. 사람들에게 일상과 작업 환경, 내용 등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무조건 많이 발행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주고 채널이 떡상하는 건 아니에요. 사실 비슷한 작전을 쓰고 있는 같은 카테고리의 유저가 많으니까요. 이들을 뛰어넘어 자신을 표현하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기획자의 사전

 

만일 그런 고민에 빠져있다면 <기획자의 사전>을 만나보세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업계에서 손꼽히는 기획자인 정은우가 전하는 이야기는 꽤 도움 되거든요. 기획자가 평생 품어야 할 스물아홉 가지 단어라는 타이틀을 품고 있지만, 기획자가 아니어도 알아두면 도움 될 내용이 가득하거든요.

 

 

특히 SNS 채널 운영, 퍼스널 브랜딩 등을 원한다면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트렌드, 케이스스터디, 문제 정의, 인사이트 등 29개의 단어를 주제로 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떠올리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글 솜씨가 어찌나 좋은지 고개를 주억거리며 순식간에 읽어버렸어요.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기획자 답게 책 역시 모든 단어에 대한 중요 포인트를 잡아내는 기법까지 보기 좋게 설명하고 있어요. 이 책에 대한 제안을 받았을 때만 하더라도 여기서 나는 몇 개의 단어를 수집할 것인가 하며 흥미로워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 나니 하나도 버릴 게 없는 거예요.

 

단어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내는 건 물론이고, 마음을 사로잡는 문구까지 담았으니 왜 안 그렇겠어요. 왜 나는 남들과 비슷한 글만 쓰는 걸까,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 고민이라면 꼭 한 번 만나보셔요. 블로그의 글쓰기 자체도 달라질 테니까요.

 

지속 가능한 퍼스널 브랜딩을 위해서

 

기획도 그렇지만 퍼스널 브랜딩 역시 한 번 구축하고 끝나는 게 아니에요. 끊임없이 관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니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죠. 내 브랜드에 맞는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하고 댓글도 관리하며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해요. 그래서 저는 <기획자의 사전>과 블로그 운영은 피할 수 없는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나의 가치와 신념,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미디어 관리, 나의 스토리를 세상에 알리는 것에는 아이디어가 필요해요. 제게 있어서 <기획자의 사전>은 어떤 터닝 포인트가 된 거 같아요. 지금껏 미루고 헤매고 방치했던 블로그를 다시 열심히 운영할 힘을 얻었거든요.

 

가는 해를 마무리하는 데에도 도움 될만한 책이니 <기획자의 사전> 한 번 만나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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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버리기 연습 - 학습당한 가짜 감정으로부터 내 삶을 되찾는 법
데번 프라이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디플롯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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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shame)이라는 단어는 '가리다, 숨기다'를 뜻하는 원시 인도 유럽어 어근 스켐(skem)에서 나왔다. 수치스러워하는 사람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외면하거나 숨거나 남들과 거리를 두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p.77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수치심이란 어떤 일을 행한 게 몹시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른다는 의미라고 생각해 왔어요. 하지만 그렇게 부끄러운 감정을 느끼려면 반드시 기준이 되는 개념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곳에 그 기준을 두어야 할까요?

 

때로는 세상에 당당하고 싶은 나이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올바른 기준'이라는 것에 갇혀서 고민하고 안으로 움츠러드는 건 아닐까요?

 

공과금도 내기 어려운 판이지만 도저히 요리할 기력이 없어서 저녁마다 배달 음식을 먹다 보면, 당신이 가난하고 배고픈 건 전부 스스로의 무책임 탓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려올 수도 있다. 당신이 겪는 어려움은 남들이 부딪힌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고립된 무력감이야말로 당신과 지구에 살아가는 거의 모든 사람을 묶어주는 공통분모다.

 

-p.31

 

 

 

사실 부끄러운 일이기는 하지만(역설적이게도) 이 책을 쓴 저자에 대해서 완전히 마음을 열지는 못했어요. 저자가 성적 소수자이기 때문은 아니고, 아직까지도 성적 지향을 외부에 대놓고 공개한다는 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는 나라는 사람의 성향 때문이니까, 이런 점은 접어두고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어요. 처음에는 후딱 읽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버릴 건 버리면 되는 책이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여행을 가면서도 들고 가야 할 정도로 소중하고 의미 있는 책이었죠.

 

 

저자는 수치심이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이야기하고 여기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세히 논하고 있어요. 물론 책을 읽다 보면 내 생각과 달라 부딛힐 때도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옳은 말씀'에 저도 모르고 다시 책을 열게 되었어요.

 

 

수치심은 혐오, 선입견, 차별과 깊은 관계가 있어요. 그렇기에 이미 어떠한 틀, 프레임을 갖고 있는 저로서는 - 내 기준으로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까지 수용해야 한다는 사실이 혼란스러웠어요.

 

 

그렇지만 분명 이런 종류의 시선으로 인해 누군가는 분명 힘들어할 거예요. 그리고 차별, 편견으로 점철되는 수치심으로 인해서 위축되고 괴로워할 테고요. 이제는 어느 정도 의연해졌지만, 저 역시 그런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었어요.

 

 

차별과 편견의 시선을 넘어서 불쾌한 경험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부끄럽다, 수치스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그렇다고 모두 이겨냈다고 하기에는 좀 부족한 면이 있어요. 왜냐하면 저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던지 말던 지하는 태도로 살아왔거든요.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본 건 오히려 피를 나눈 사람들이었고, 어린 나의 (강요당한) 희생으로 자신들이 살아왔으면서 오히려 저를 제 몫을 못하는 존재로 보았어요. 그렇기에 <수치심 버리기 연습>의 예시로서 나온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워했을지는 알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역시 누군가를 자신의 잣대로 재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아니 다른 방향에서 누군가의 수치심을 자극하는 시선을 보내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보았어요. 어쩌면 그전에는 아니 지금도 그러고 있을지도 몰라요.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기보다 '나 자신'을 수용하는 게 더욱 힘들 거예요. 혐오와 갈등이 만연한 지금은 더욱 그렇고요. 자신의 모습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당당하게 설 수 있어야 수치심을 버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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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한다는 기준이 잘못되었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나요?

 

여자라면 날씬해야 한다거나 이성애자만이 옳다거나 장애인은 웬만하면 집에 있어야 한다거나... 그런 거 말이에요.

 

 

성소수자인 저자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내용이 많아서 <수치심 버리기 연습>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나에게 있는 무언가를 찾고 스스로 서기 위해서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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