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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 - 셜록 홈즈부터 히가시노 게이고까지, 추리소설의 정수를 한 권에 ㅣ 필독서 시리즈 26
무경 외 지음 / 센시오 / 2025년 1월
평점 :
워낙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었기에 추리소설을 처음 읽었던 게 몇 살 때였는지 기억은 잘 안 나요. 그렇지만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을 열 살 무렵에 읽었던 게 떠오르는 걸 보면, 그때가 처음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당시에는 에드가 앨런 포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도 몰랐고, 추리소설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전혀 몰랐었지만. 게다가 '반전'이라는 말조차 몰랐던 아이였음에도 '진실'이 밝혀졌을 때의 충격과 기쁨은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서점에서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 같은 책이 또 없을까 기웃거리다가 사장님께 여쭤보니 한 코너를 가리키며 여기서 찾아보라고 하셨어요. 그런 게 저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코난 도일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이미 열 살 남짓해서 독서 취향을 결정하게 된 셈이었죠.
그 후로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등 요즘 표현으로는 장르 소설에 빠지게 된 거 같아요. 가끔은 미스터리 마니아라고 하는 주제에 별로 안 읽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책 욕심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아무튼 예전에는 작은 동네 서점이 많아서 한참 책을 들여다보다가 사장님께 궁금한 걸 여쭤보기도 하고 추천도 받았었는데, 요새는 그런 맛이 사라져버렸어요. 게다가 누군가에게 여쭤보자니 폐를 끼치는 거 같기도 해서 스스로도 위축되어 버러 웬만해서는 질문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쭉 책을 읽어온 저도 그런데 지금부터 추리소설을 읽어볼까 하는 사람들은 어떻겠어요? 블로그를 검색하거나 인터넷에서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더라도 주관적인 이야기만 접하게 되니 판단도 잘 안 설 테고요.
고전이 취향인 사람도 있고 아니면 최근의 스타일을 즐기는 분도 있으니 어느 쪽이 내게 맞는지는 스스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요. 셜록 홈스나 엘큘 포와로가 유명하니까 한 번 읽어볼까 했다가 실망하는 분들도 분명 계시거든요. 잡식성인 저는 그들 모두를 사랑하지만, 요즘과는 상당히 다른 스타일에 답답하실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이제 막 추리물에 발을 들이려는 사람은 뭘 참고하면 좋을까요? <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를 만나보시면 시원하게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은 걸작이라고 칭송받는 소설 중에서 엄선하고 또 엄선하여 선정한 도서에요. 물론 책을 꾸린 작가들의 주관적인 판단하에 고른 거긴 하지만,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함으로써 주관적인 견해를 많이 줄였다고 생각해요.
작가와 소설을 소개하고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나, 결이 비슷한 소설을 추천하기에 실제로는 50가지도 넘는 추리소설 리스트가 담겨있다고 보시면 될 거예요.
책 서두에 작품 선정 기준을 소개하는데요,
1) 세월이 흘러도 읽을만한 가치가 높은 고전. 단, 어렵지 않을 것.
2) 추리소설 역사에서 의미 있는 작품.
3) 현재 구하기 (대체로) 쉬운 책.
하지만 워낙 고전이라서 구하기 힘든 책도 등장하기는 해요. 우리나라 추리소설 역사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작품이지만 현재 출판본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소개하고 있어요.
셜록 홈스 시리즈처럼 같은 작가와 주인공의 작품이 여럿이라면 추리소설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작품을 대표로 올렸어요. 그리고 연대순으로 정리해서 소개하니까 목차나 추리소설 계보도를 보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쉽게 살펴볼 수 있답니다.
의미 있는 작품의 제목 - 작가 소개 - 소설에 대한 이야기 - 작품 추천
: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방식이라 시간 없는 분들은 50개의 리스트를 한 번에 한 꼭지씩 살펴보아도 좋을 거 같아요. 구성도 좋고 흥미진진한 데다가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다는 점까지 꽤 괜찮거든요.
정리가 참 잘 된 도서니까 지금 막 추리소설에 입문하려는 분은 <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을 참고하셔도 좋을 거 같아요. 흥미로운 소설부터 읽고 영역을 넓혀가는 데에도 좋은 길잡이가 될만한 도서니까요.
그런가 하면 오랫동안 추리소설을 읽어왔던 분들도 좋아하실 거 같아요. 저만하더라도 <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을 읽으면서 과거로의 여행을 할 수 있었거든요. 50가지의 소설 중에서 읽었던 것들을 만나면 어찌나 기쁜지, 맞아맞아 이거 읽었었지 하며 슬며시 웃게 되더라고요.
저는 이 중에서 31권을 읽었어요.
그런데 세상에.... 끝까지 기억나는 게 몇 편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리스트를 훑으면서 시간 나는 대로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특히 올해는 추리소설, 미스터리, 스릴러 같은 쪽으로 집중하기로 결심했거든요. 올해의 계획을 수행하는 데 기둥이 되어줄 책 <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