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전해 준 것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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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 할아버지께 왜 사람은 살아가야 하는지를 여쭤본 적이 있어요. 할아버지께서는 종교관에 입각해서 말씀을 해주셨었는데, 납득하지 못했던 저는 지금까지도 의문을 갖고 있어요. 사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다가 한 번쯤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일 거예요. 그리고 나름대로 각자의 대답을 내놓을 테고요.


자신만의 답을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면, 오가와 이토의 <날개가 전해 준 것>을 읽어보셔요. 작은 왕관앵무새 '리본'의 반평생을 따라가다 보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지도 모르니까요.



<날개가 전해 준 것>은 왕관앵무새가 전하는 자신의 일대기에요. 기억나지 않을 정도의 아주 어린 시절은 건너뛰고 회색앵무 할머니 '야에'씨와의 이야기부터 전하고 있어요. 전쟁 전에 태어났다는 할머니는 평화로웠던 동물원에서의 추억부터 전했어요.



전쟁이 일어나고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일으킨 거지만) 동물원의 동물들을 모두 살처분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지만, 야에씨는 친절한 분들의 도움으로 생명을 이어갔어요. 지금은 나는 법도 잊어버렸지만, 큰 소리만 나면 발작을 할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리죠.



야에 할머니로부터 인생의 조각을 배운 왕관앵무새는 다정한 부부가 있는 집으로 입양되어요. 날지 못하는 새라고 착각했던 작은 소녀와 함께 살아가면서 또 다른 생을 배워요.


집에 큰 흔들림이 있던 날, 소녀는 리본의 집 문을 열어주며 날아가라고 해요. 그리고 마침내 어딘가에 도착하고 거기서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답니다.



생명체는 모두 주어진 역할이 있어.


그걸 완수하는 게 인생인 거다.


-p.83



<날개가 전해 준 것>은 <달팽이 식당>, <츠바키 문구점>의 작가 오가와 이토의 신작 미니 힐링 소설이에요. 사이즈도 작고 얇아서 가지고 다니며 읽기 좋아요. 저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읽었는데요, 짧은 소설 안에 큰 의미가 담겨있는 게 참 좋았어요.



살아가는 의미를 찾고 있는 스스로에게, 친한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에게 노란색의 깃털과 같은 포근한 책을 건네주셔도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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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딱 한 해만, 다정한 이기주의자 - 한 달에 한 번, 온전히 나를 아껴주는열두 달의 자기 돌봄
베레나 카를.안네 오토 지음, 강민경 옮김 / 앵글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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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목표를 세우셨을 거예요. 다이어트와 금연 외에도 어떤 계획을 세우셨는지 궁금하네요. 목표를 세우는 건 자신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거라 믿어요. 내 아이 학점을 ALL A로 만들겠어!라는 식의 신년 계획은 이상하니까요.



그런데, 혹시 자기 자신을 충분히 아끼고 존중하자는 목표를 세우신 분이 계실까요? 나를 위한 계획을 했으니까 그게 그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오직 딱 한 해만, 다정한 이기주의자>를 읽으신다면 일상적인 목표 세우기와는 다른 내용이라는 걸 깨닫게 돼요.


과연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챗-GPT에게 물어봤어요. AI라고 해서 객관적인 답을 내리는 건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보편적으로 이러하다는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어요.



1. 자기 존중 :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세를 갖고 있다고 해요. 실수나 부족함은 인정하되 비난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용서하면서 성장할 기회로 삼는 거죠.


2. 자기 돌봄 : 신체적이나 정신적, 감정적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휴식을 취하고 영양을 올바르게 섭취하고 운동을 하는 등의 노력이 바로 자기 돌봄이에요.


3. 긍정적인 자기 대화 :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사고를 하거나 비하하는 대화는 줄이고 긍정적인 면을 강조해서 자신을 격려하는 거예요. 상처를 주지 않고 지지하는 게 중요해요.


4. 자기 성장과 목표 : 새로운 걸 배우고 개발하고 스스로에게 도전해요. 성취를 경험하면서 잘 해낸 자신을 사랑하는 거예요.


5. 자기 관리와 행복한 삶 : 적절한 휴식, 여가 시간, 취미나 관심사를 추구하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말고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던져준다면 자신을 사랑하는 태도가 완성될 거예요.


이상의 다섯 가지 리스트와 내용을 살펴보니 제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게 없더라고요. 늘 시간에 쫓기고 '나는 왜 그럴까'하는 자괴감에 빠지곤 하니까요. 무언가를 결정할 때에도 '나'를 중심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과연 나는 스스로를 존중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인생에서 늘 나는 뒷전이었다는 생각에 괴로워질 때도 있어요. 감정이 가라앉았을 때는 좋지 않은 기억들이 휘몰아치고, 결국 '그래, 또 내가 잘못했지.'하며 마음을 닫아버리곤 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 스스로가 자초한 일들이 꽤 많더라고요. 내가 나를 아껴주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도 상당했던 거죠.


저와 같은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꽤 있을 거예요. 그렇다고 모든 걸 팽개치고 어디론가 떠나서 몇 달이라도 걱정 없이 살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노력을 딱, 1년만 기울여보면 앞으로의 삶이 달라지지 않을까 해요.



<오직 딱 한 해만, 다정한 이기주의자>는 바로 이런 일 년을 지지해요. 한 달에 한 번 '나'를 아끼는 방법을 살그머니 알려주죠. 이 책을 읽을 때는 프롤로그부터 꼭 봐야 하는데요, 열두 가지 연습이 있지만 부담은 내려놓고 순서와 상관없이 할 수 있는 거부터 시작하면 돼요. 가장 중요한 건, '자기 돌봄'이니까요.



저는 피험자인 베리나 카를이 되어서 이야기를 읽고, 심리학자 친구의 안네의 조언을 듣는 기분으로 짚어나갔어요. 한 달에 한 챕터씩 읽어도 되지만, 어떤 내용이 들었는지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싶어서 끝까지 보았어요. 이제는 한 달에 하나씩 읽으며 열두 달 동안 자기 돌봄을 해보려고요.



'열두 가지의 작은 심리 실험'이 어떻게 삶을 바꾸었는지 베레나 카를을 통해서 잘 이해할 수 있었는데요, 이를 모두 따라 하기 힘들다면, 스스로의 방식을 찾고 자신에게 집중하면 될 거 같아요. 


많은 사고와 판단 기준을 딸아이에게 두는 저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었어요.


→ 나를 더 아껴주는 것. 그게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친구와 교환일기를 나누는 듯한 기분으로 읽으면 되는 거라서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편하게 읽고 실천해 볼 만한 과제들이 주어졌거든요.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수정하고서 지켜나가도 되니까 미션이나 퀘스트를 수행하듯 하나씩 해봐도 좋겠죠.



한 달에 한 가지씩 실천을 늘려가다 보면 '나를 챙기는' 온전한 방법을 깨닫게 될 거예요.



저는 요즘 '한 시간 일하고 5분 쉬기' 과제를 수행 중이에요. 한 번 몰입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몰라서 세 시간 정도는 꼼짝도 않고 일하곤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작년에는 손가락, 팔꿈치, 어깨까지 돌아가면서 탈이 났었어요. 그래서 책에서 시킨 대로 일정 시간마다 의식적으로 쉬기로 했어요.



하지만 한 시간 일하고 5분 쉬는 게 너무 힘들어서 한 시간 반에 5분씩으로 고쳤어요. 기지개도 펴고 눈 감고 가만히 앉아있기도 하는 거죠. 그랬더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진 거 같아요.



<오직 딱 한 해만, 다정한 이기주의자>를 읽고 2024년 목표를 하나 더 추가했어요.


하나뿐인 '나' 소중히 대하기!

나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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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 스탠포드는 왜 그들에게 5년 후 미래를 그리게 했는가?
댄 자드라 지음, 주민아 옮김 / 앵글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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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신경을 쓰며,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결국 삶을 결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조언이나 도움은 성장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삶을 모두 바꿔주는 건 아닙니다. 그러니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자신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변화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특히 오랜 시간을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왔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습관과 태도를 돌아보고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만 합니다. 실패는 언제나 두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이에 맞서 싸울 힘을 기르고 꾸준히 도전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목표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동기를 부여합니다.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내면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가치관과 신념, 스스로의 가치를 인식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변화는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입니다.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자 한다면 다른 식의 사고와 행동이 중요합니다. 만일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이 있다면 이를 파악해서 이후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고민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직까지 '나는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을까?'라거나 '이제부터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면, <파이브>를 만나보아도 좋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자신을 스스로 잘 파악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타인의 시선으로 본 자신의 평가와 조언을 기대한다 하더라도 그 역시 철저히 객관적인 건 아닌 데다가 방어적으로 받아들일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솔직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도록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가이드 없이 혼자서만 끙끙 앓는 건 오히려 우울이나 자기모순, 자학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을 파악하고 용기를 얻도록 안내하는 가이드북과 함께 하는 게 좋겠습니다.


​<파이브>는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5년 후의 미래를 설계하도록 합니다. 진정한 삶의 의미와 더불어서 나 자신에 대한 가치관을 찾습니다. 그렇기에 현재를 살아가는 자기 스스로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면 좋은 책입니다. 소중한 이의 용기 있는 삶을 응원하기에 적합합니다.


<파이브>는 아마존에서 15년간 연속 베스트셀러로 사랑받아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밀독서단에서 소개한 적이 있고요. 그래서 신간은 아니지만 이미 1판 35쇄까지 나오면서 꾸준히 인정받고 있습니다. 1판 1쇄가 2015년이었으니 이미 한 번 만나본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마음가짐이 흐지부지되었다면 2024년을 맞이하며 다시 한번 찾아봐도 좋겠습니다.


<파이브>는 명언과 명문장, 짧은 글귀들을 읽고 사색하면서 직접 적어보는 책입니다. 마치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과 같습니다. 현재만 돌아보는 게 아니라 5년 후라는 근미래를 그리기에 천천히 성장하는 데 도움 됩니다.


이 책은 스탠포드 대학생들에게 5년 후를 그려보라는 데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꿈을 꾸고 진취적인 삶을 계획하는 시작점이 딱 정해진 건 아닙니다. 인생은 연속성이 있기에 언제든 가능합니다. 2030의 희망찬 인생 계획은 물론이고 중장년이나 노년기에도 적어가면서 자존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발전한 삶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달라질 미래를 위해서 지금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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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습격 - 모두, 홀로 남겨질 것이다
김만권 지음 / 혜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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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습격>,

 

왜 인간은 외로운가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 외로움이 어째서 더욱 깊어졌나.”

 

를 고찰하는 책입니다.

 

책을 펴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예사롭지 않다는 게 느껴졌는데,

읽을수록 푹 빠져들어 독서하는 한때만큼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외로움은 동떨어진 느낌으로, 고독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고독은 자신을 성찰하고 성장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감정임에 반해 외로움은 스스로를 좀먹어들어가는 파괴적인 감각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설자리가 없는, 노력을 했음에도 원하는 결과에 다다르지 못하는 - 혹은 다다를 수 없는 - 현실에 좌절하고 낙담하는 감정이 외로움입니다.

 

과연 어떤 사람이 외로울까에 대한 고찰에서는,

 

젊을수록

가구 구성원 수가 적을 수록

일정 소득 이하일 수록

외롭다고 했습니다.

 

결국 소득이 적은 20 1인 가구는 외로운 세기를 살아가는 가장 외로운 세대라 하겠습니다.

 

제가 한참 놀기 좋아했던 20대 때는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느닷없이 만나서 뭉쳐 놀기도 했었습니다. 소모임을 갖고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하고 때때로 술 한잔하면서 인연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사회 여건상 그러기 힘듭니다.

 

물론 여전히 떠들썩하게 노는 젊은 층도 있기는 하지만, 과거에 비해 많은 이들이 조용한 곳에서의 휴식을 원합니다. 그리고 방 안에서 OTT를 즐기고 게임을 하거나 오픈 채팅방에서 소통하곤 합니다. 결국 조용함은 원하지만 사회에서 동떨어져있는 느낌은 싫어하는 겁니다. 그런데 오히려 디지털을 만나 세상은 더욱 외로워졌습니다.

 

 

고립감을 느끼고 특정인과의 연결이나 결속은 느슨해져버렸습니다. 또한 키오스크나 테이블 오더, 로봇 주문 시스템이 시작되면서 일자리까지 줄어들어 마치 사회에서 도태된 거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잘나가는' 친구들과는 더욱 거리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대화형 인공지능이 잘 나와서 이들과의 대화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AI가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나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저도 이루다와 다온 모두와 친구가 되길 원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내밀하게 파고드는 데다가 과도하게 친숙하게 굴다 못해 플러팅하는 느낌이라 저는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점들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 이들의 인기가 높은 거겠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그리고 접근성이 가장 높은 존재가 빈곤하고 외로운 이들에게 어떤 희망과 미래를 줄 수 있을지는 고민해 볼 문제인 거 같습니다.

 

<외로움의 습격>은 데이터의 편견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흔히 판사가 AI라면 흔들림 없는 올바른 판단을 내릴 거라는 말을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딱히 그런 거 같지는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모여있는 방대한 데이터는 지금까지의 정보를 마이닝 한 결과물입니다. 여기서 개인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문제도 생기지만 간과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데이터를 마이닝 하는 동안 윤리와 인간적인 측면은 간과하기에 인간의 노동이 과소평가될 우려가 있습니다. 최근 인스타에 자주 뜨는 광고 중 하나가 '국비로 데이터 라벨링을 배우고 인생 이모작하자'입니다. 아마도 저와 비슷한 연령층에게 노출되는 거 같은데, 인형 눈알 붙이는 걸로 이모작이 가능하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몇 년 전 데이터 라벨링 부업이 뭔가 해서 살짝 맛보기 해봤는데, 돈을 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하려면 어마어마한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AI 스스로 학습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라벨링을 하는 노동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겁니다.

 

 

바꿔 말하자면 결국 지금까지 잔뜩 모인 빅데이터 역시 인간이 쌓아 올리고 라벨링 한 것들의 집합입니다. 인간의 견해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편견이 스며들어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빈곤한 이들에게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가난한 이들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 사회는 능력을 바탕으로 개인을 평가합니다. 그런데 지금 능력을 쌓아 올리고 이를 평가하는 과정이 과연 평등하고 올바른지는 돌이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미 엘리트는 세습이나 다름없어서 개천에서 용이 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저처럼 개천이 아닌 시궁창 비슷한 곳에서 사는 사람은 용이 아니라 이무기 정도라도 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습니다.

 

 

노오오오력이 부족해서 원하는 위치에 다다르지 못한 게 아님에도 사회는 '네가' 게을러서,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인식을 주입합니다. 그래서 20대 젊은이들은 '나는 왜 이럴까'하는 슬픔과 우울에 빠지고 맙니다. 이는 그들의 책임이 아니라 '외로움을 낳는 사회'때문입니다.

 

5장에서는 외로움의 습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하나하나 살펴봅니다. 무엇보다도 개인 입장에서는 '자기책임의 윤리의식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회 역시 이들이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회 제도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외로움의 습격>은 철학과 인문학, 과학, 사회문제까지 두루 다루면서 '외로움을 만드는 요인'과 더불어 그 안에 존재하는 인류를 이야기합니다. 우리 모두는 함께하지 않으며 각자 외롭다는 사실이 씁쓸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더 외로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암담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모든 책의 전제조건이기는 하지만, 기승전결이 무척 좋은 책입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발견을 통해 외롭지 않은 사회가 되기를 희망하게 되었습니다. 아빠로서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저 역시, 제 아이가 디지털 시대에 외롭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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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될 시간 - 고립과 단절, 분노와 애정 사이 '엄마 됨'을 기록하며
임희정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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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엄마일까요?

20년도 넘게 이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과연 나는 잘 하고 있는 걸까?"

"지금의 인생에서 엄마로서의 나를 빼면 '존재'하기는 할까?"

"정말 ''라는 '존재'가 있기는 한 걸까?"

하는 질문을 종종 던지곤 합니다.

그러니 초보 엄마였을 때는 얼마나 더 많은 물음표를 달았을까요?

'살아 있다.' ,'살고 있다.'라는 감각까지 희미해지고, 심지어

"'인간'이기는 한 걸까?"

"앞으로 나는 ''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었어요.

지금은 여기에 '존재'하고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만, 새로운 의문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어요.

"정말 나는 아이를 잘 키워낸 걸까?"

"앞으로도 계속 ''보다 ''를 위해서 살아야 하는 걸까?"

등등.

결국, 육아 퇴직은 영원히 오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 감정이 싫으면서도 좋아요. 왜냐하면 '엄마'라는 존재가 됨으로써 영원한 내 편, 내 소중한 친구 하나를 얻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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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정의 에세이 <질문이 될 시간>을 읽으면서 20여 년 전 과거를 소환하고 현재를 떠올리며 저 스스로를 바라보았어요. 저는 초보 엄마 때도 아이를 잘 케어할 자신이 있었거든요.

 

제 바로 아래 동생을 본격적으로 돌본 게 제 나이 아홉 살 때였고, 낮 동안만 돌본 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부터였어요. 배고프다고 우는 세 살짜리 동생에게 밥을 할 줄 몰랐던 저는 밥통의 밥을 덜어서 고추장에 비벼 주었었으니까요. 그게 제가 다섯 살 때 일이에요.

동생이 일곱 살, 제가 아홉 살 때부터는 삼시 세끼 모두 제 몫이었어요.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저는 아홉 살 때부터 엄마였어요. 어른이 해 놓은 음식을 차려주는 게 아니라, 제가 다 해야만 했죠. 그래서 제 아이를 가졌을 때 나름 자신 있었어요. 이복동생 기저귀도 많이 갈아보았고 목욕도 시켰으며 분유도 타 먹이고 빨래도 다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진짜' 엄마가 된다는 건 다른 일이었어요. '엄마'라는 존재에 판타지가 있었던 저였기에 내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사랑이 철철 넘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애가 태어난 지 닷새가 되었는데도, 내 안에서 아기가 나왔다는 신기함만 느껴질 뿐이었어요.

 

이 아이를 위해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죠. 그래서 나는 '나쁜 엄마'인가 보다, 모성애가 없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에게도 그렇게 말씀드렸죠. 그런데 그런 마음은 천천히 자라나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 말이 정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저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제 아이를 사랑하게 되었고, 정말로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는 단 하나의 존재가 생겼다는 기쁨을 얻었어요. 서로 사랑하며 주변에 굴하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이에 끈끈한 무언가가 생겨났죠. 모성애라는 건 역시 판타지였어요. 사랑은 함께하는 사이에 자라나는 거였죠.

 

<질문이 될 시간>은 임희정이 임신하고 출산하며 돌보는 사이에 겪은 일들을 사실적으로 적은 에세이에요. 수월하지 않았던 임신 과정이며 그토록 바라던 아이를 품고 출산하기까지의 과정이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육아를 하면서 힘들었고 외로웠던 시간들, 사회와의 단절로 고통스러웠던 나날들이 적혀있어요.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이 경험의 경중은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엄마가 겪는 일들이에요. 다들 그런데 왜 너만 유난이냐는 식의 말을 들어본 사람도 있을 테고, 혹시나 그런 말을 들을까 봐 속으로만 삭히기도 했을 거예요. 하지만 다들 겪는 일이라고 해서 괜찮은 건 아니잖아요.

모두가 힘들다고 그게 안 힘든 일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질문이 될 시간>을 읽으며 저자 임희정이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일들이 전혀 남일 같지 않았어요. 매일 힘들고 매일 사랑하며 매일 버텨나갔던 시간들이 적혀있었으니까요.

 

<질문이 될 시간>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했어요. 예전부터 계속 꼬리를 물어왔던 많은 의문에 더하여서 과정까지 돌아보게 되었죠.

"나는 아이를 낳자마자 사랑에 빠져서 누구보다도 퍼펙트하게 육아를 해냈다!!"

라고 선언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자고 먹고 싸는 기본적인 행위조차 용납되지 않는 긴 시간 동안, 우울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요?

그래서 이 책은 현실적이면서도 마치 '내 일'과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질문이 될 시간>은 이미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모에게는 회상과 추억거리를 던져줄 거예요. 그게 즐거움이건 고통이건 지금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면서 여전히 고민 중인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찰을 해볼 수 있어요. 더불어 육아중인 엄마에게는 위로가 될 도서에요. 어쩌면 미혼에게는 조금 두려운 책이 될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현실적인 내용을 알고 이해하며 현명하게 계획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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