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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왕과 가련한 왕비 - 유럽 5대 왕실에 숨겨진 피의 역사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이봄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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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의 예쁘고 귀여운 공주님을 아시나요?
[라스 메니나스]를 아시는 분이라면, 아.. 그 공주로구나.라고 말씀하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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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들과 광대, 강아지에게 둘러싸여 복숭아빛 뺨을 빛내며 초상화를 그리게하고 있는 예쁜 공주. 왕과 왕비님도 사랑스럽게 어린딸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이네요.
옛날 유럽의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과연 저 어린 공주는 정말 언제까지나 행복했을까... 혹은 다른 공주들처럼 정략결혼의 희생물이 되었을까.. 하고 궁금했었는데요.
<잔혹한 왕과 가련한 왕비>라는 책을 통해서 어린 공주, 마르가리타 테레사의 라스 메니나스 이후의 삶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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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오랜만에 합스부르크 가문에 관련된 뉴스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푸른 비텔스바흐'라고 불리는 커다란 블루 다이아몬드가 1640만 파운드에 낙찰을 받았던 것이죠. 한화 약 350억원에 해당한다고 해요. 이 보석은 지금으로부터 약 350년전 스페인- 합스부르크 가의 펠리페 4세가 사랑하는 딸 마르가리타에게 결혼 예물로 준 것이라고 하는데요. 당시에 다이아몬드 자체가 희귀한 보석이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딸을 아주 끔찍하게 사랑했음에 분명하네요.
원래 시집가기로 결정되었던 약혼자(사촌오빠)가 일찍 죽는 바람에 느닷없이 외삼촌인 펠리페 4세에게 시집오게 된 마리아나는 언제나 우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펠리페 4세는 그녀를 예뻐했죠. 그러다가 얻은 딸이 마르가리타였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고귀한 푸른피를 지키기 위해 근친혼을 했는데요, 좁은 범위에서 반복되는 근친혼은 그들의 피를 더욱 진하게 만들어, 결국 유전적으로 결함으로 단명하고, 유약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르가리타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마르가리타는 점점 우울한 얼굴이 되어갔고, 8세부터의 초상화는 인기가 없습니다. 하지만, 하얀피부, 푸른 눈, 아름다운 금발은 여전했죠. 그러다가 오스트리아의 레오폴트 1세에게 시집을 갑니다. 저 커다란 블루 다이아몬드를 지참하구서요.
남편은 미남자는 아니었지만, 뒷날 오스트리아 바로크 4황제로 불리게 되는 사람중 하나로, 음악에 재능이 있었고, 투르크를 격퇴했고 페스트를 퇴치했고, 문화예술을 아름답게 빛냈습니다. 마르가리타는 스페인에 있을때와는 아주 딴사람이 된 듯. 무척 즐거운 날들을 보냈습니다. 가슴과 허리를 옥죄는 이상한 의상으로부터도 해방이 되었구요. 그녀의 행복한 -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고 있을 지언정 - 모습을 보며 저역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잘 되었어. 행복해졌구나."
라고 생각한 것도 잠깐.
채 22세가 되기도 전에 네차례 임신하여 딸 하나를 남기고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벨라스케스가 그녀를 그린 초상화는 지금까지 남아있지만, 그녀의 삶은 무척 짧았지요. 사랑받았지만, 답답했던 스페인의 우울한 궁정생활에서 벗어나 오스트리아에서는 행복했을테지요...?
제가 마르가리타의 삶을 궁금해하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이 책은 마르가리타의 삶에 대한 이야기 책이 아닙니다. 유럽 5대왕실에 숨겨진, 혹은 알려진 피의 역사를 초상화와 회화를 통해 이야기 하는 책입니다.
나카노 교코가 원래 회화를 통한 이야기를 하잖아요. 이 책 역시 그러합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제가 접해봤던 나카노 교코의 책들은 회화를 소개하며 그 속에 숨은 이야기들을 풀어냈었는데, 이 책 < 잔혹한 왕과 가련한 왕비 >는 역사 이야기를 하면서 회화나 초상화를 끼워 넣으며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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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카노 교코의 이야기 전개방식은 언제 보아도 천재적이라고 생각되는데요. 회화를 모르는 사람도, 역사를 모르는 사람도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있습니다.
그러니 저같은 사람도 읽을 수 있는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