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귀 후지코의 충동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제가 어릴때 부터 좋아하던 샹송이 있습니다.  

한밤중에 자다가 깨어서 보게 된 유러피안 송 콘테스트. 본방송이었는지.. 재방송이었는지.. 게다가 한밤중에 TV라니.. 그때는 지금과 달리 방송 시간 규제가 있었을 땐데요... 어쨌거나 꿈결처럼 들려오던 귀여운 샹송. 가수도 인형처럼 예뻤는데..저는 그 뒤 그 노래의 악보를 구해서 연습해서 제법 잘 부르게 되었었답니다. 그 노래의 제목은 ' Poupee De Cire, Poupee De Son ' 우리나라 제목으로는 '꿈꾸는 샹송인형'입니다. 아..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어요. 사실 이 노래가 유러피안 송 콘테스트에 나왔을때는.. 전.. 태어나기도 전이었는데.. 어떻게 전 이노래를 한밤중에 들은 걸까요? 어쨌거나 귀엽고 예쁜 노래라서 열심히 불렀는데, 가사가 참.. 악의가 잔뜩 담겨있다는 건 몰랐어요. 하긴 모를 수 밖에요. 그땐 영어도 모르던 나이였는데, 프랑스어는 어떻게 알겠어요.

 

 

<살인귀 후지코의 충동>에 나오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는 저보다 똘똘한가봅니다. 괴로울때마다 이 노래를 머리속에서 중얼거리며 자신을 밀랍인형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이 아이 덕분인지 소설을 읽는 내내 BGM으로 머리속에 ' Poupee De Cire, Poupee De Son'과 'La Vie en Rose '가 빙빙 돌았습니다. ...후지코의 영향일까요? 감미롭거나 귀여운 음악과 함께 서걱서걱. 뚝. 하고 시신을 토막내는 소리가 마치 음악 속에 원래 있던 소리인것처럼 들렸습니다.

 

닭을  살 때 토막을 내달라고 하면 커다란 칼로 호쾌하게 내리쳐서 토막내 주시지요. 하지만, 그렇게 잘라온 닭을가지고 요리하면 아무래도 뼈가 부서져 있는 부분이있어서 거슬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토막내지 않은 닭을 사서 집에서 직접 해체합니다. 관절사이에 칼을 넣고, 그러니까.. 살만 베어내면 관절은 뽑는다는 표현이 맞을꺼에요. 억지로 칼로 뼈를 잘라내는 것은 가슴뼈에 한합니다.

그렇게 해체하면 뼈의 단면이 입술을 자극해 불쾌해질 일이 없으니까요.

 

후지코도 그런 원리를 잘 알고 있나봅니다.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관절사이를 절단하고 뼈에서 살을 발라내거든요. 바보처럼 화장실 변기에 내려보내려고도 하지만, 사람의 기름기로 비누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인데, 변기가 막히지 않을리 없지요. 그래서 쓰레기 봉투를 이용합니다.

 

그렇다면, 후지코는 어째서 살인을 하고 증거를 없앨까요?

참는데도 한이 있는 법이야. 라고 말하고 싶네요. 살다보면 아우 저걸 그냥 확. 지기뿌까. 싶은 인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죽였지요. 물론 우리는 피하거나 참거나하지 죽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후지코는 실행하고 말지요.

 

 

그런데, 원해 처음 한두번이 어렵다잖아요.

후지코도 처음엔 충동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네. 아주 손쉽게 저질러 버립니다.

아.. 증거를 없애는거요? 시체를 토막내서 버리는거요...?시체가 없다면 살인자체가 성립하지 않는거잖아요. 시효가 끝나면 죄도 사라지는 거잖아요. 적어도 후지코에게는 그랬거든요.

 

자신을 학대했던 엄마를 닮고 싶지않아서, 결국 그러다가 일가족이 살해되는 형태로 생을 마감한 엄마를 닮고싶지 않아서 몸부림 친 것 뿐인데.. 자신도 어쩌다보니 엄마와 같은 길을 걷고 있더라구요. 그건 또 어떤 형태의 절망이었을까요.

 

 

하지만, 이 책은 끝까지 읽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변태적이고, 잔인하고, 인간의 내면의 악함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참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읽으면 ....

 

계속 불쾌해집니다. 그게. 이 책의 매력이지요.

 

추리를 해야하는 부분이 좀 있긴 하지만, 추리소설은 아닙니다.

중간중간 엄청나게 많이 깔려있는 복선이, 책을 반도 읽기 전에.. 아.. 이야기는 누구의 이야기로구나하는 것을 깨닿게 되고, 후지코 일가족 몰살의 비밀이 누구와 얽혀있는지.. 그런 것쯤은 금새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마.. 하면서 읽게 되는것이고... 왜 그런거 있잖아요. 일단 시작한 공포 영화를 끝까지 보지 않으면 내내 뒤끝이 안좋은것. 이 책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뭐.. 다 읽어도 불쾌하네요.  그래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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