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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 KBS 사이언스 대기획 인간탐구
김윤환.기억 제작팀 지음 / 예담 / 2011년 10월
평점 :
지난 2011년 4월 방송되었던 KBS 사이언스 대 기획 인간탐구 3부작, <기억>. 저는 늘 좋은 방송은 때를 놓치고 뒤늦게 책이나 아이를 통해서 알게 되어 접하게 됩니다.
이번의 <기억>이라는 책도 제목에 혹하여 읽게 된 책인데요. 제 기억력에 대한 여러가지 의문 때문에 읽게 된 책이었습니다.
사실 제 기억력은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반드시 기억을 해야한다고 생각한 것은 무척 오래 기억을 합니다. 책의 내용 가운데 이런 것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도 함께 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북, 코, 농부, 달, 정원, 오리, 부모, 커피, 색깔, 모자, 강, 종, 학교, 커튼, 집
위의 15개의 단어를 암기합니다. 시간제한은 없었지만, 저의 경우 스스로에게 1분이라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1분동안 다른 일을 합니다. 혹은 아래로 스크롤 하면서 나머지 글을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메모지에 아까 암기한 열다섯개의 단어를 적어보세요. 몇 개를 기억하고 계시나요?
보통은 7개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15개 모두를 적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지금 만 하루가 지났는데요. 저 단어들을 모두 외워서 적었습니다. 잘난 척 하려는게 아닙니다. ... 어디가서 저걸 써먹나요...?
다만, 다독을 하다보니 활자를 영상화 하는 능력이 좋은 모양입니다. 저 열다섯개의 단어는 제 머리속에서 한장의 그림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코큰 농부가 달이 뜬 정원에서 북을 치고 있는데 그 옆에 오리 한마리가 있습니다.
그 뒤에서 부모님은 색깔있는 모자를 쓰고 커피를 마시며 강 건너 학교의 종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인데, 집의 커튼이 펄럭입니다.
그래서 화면을 떠올리기만 하면 저 열다섯개의 단어가 머리속에 다 떠오르는 식이지요. .
편리한 기능이죠?
하지만, 저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어린시절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단편적인 몇몇의 기억은 있지만, 유명인의 책을 읽다보면 어린시절의 일들을 세세히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기억하는 걸까.. 궁금합니다.
저는 그냥 단순히 기억나지 않는게 아니라, 초,중, 고, 시절 친구의 이름은 10명 남짓 기억이 나고, 선생님 성함도 ...초등학교 6학년 때 선생님 (엄청 싫어했지요)을 비롯해서 몇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대충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 정도에 그치는데, 학창시절의 일 뿐만이 아니라, 1990년대의 일들도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다만, 인간 쥬크박스처럼 노래는 술술 나옵니다. 제가 기억 못하는 것은 인간관계인 것 같습니다. 이름, 관계, 추억, 그리고 숫자....
그래서 기억이란 어떤것이지...하는 기분에 읽었습니다. 책에서는 다양한 기억에 관한 이야기들을 합니다. 저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있었구요. 책도 훌륭했지만, 다큐멘터리를 다시 본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기억이 생존을 위한 뇌의 기능이라면 망각은 행복을 위한 인간의 반란이다.'
그렇군요. 저는 생존을 위해 활자를 그림으로 기억하는 법을 깨우쳤고, 행복하기 위해 저의 과거를 스스로 삭제했던 것입니다.
다만, 저는 이제까지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은 압축화일처럼 꼭꼭 눌러서 내 기억의 어딘가에 저장해 두었으며, 이건 나중에 호문클루가 되어 다른 나의 모습으로 나타나버리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요. 실제로는 홀로노믹이라고 하여 반투명하게, 촛점이 맞지 않는 영상으로 나의 뇌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다가 어떤 계기나 단서에 의해 조각난 파일들이 합쳐져서 재생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홀로노믹 이론)
만일, 자신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거나,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주저없이 방송을 보시거나, 책을 읽어보세요. 큰 힘이 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