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습격사건 - 엽기발랄 오쿠다 히데오 포복절도 야구장 견문록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동아일보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제가 어떤 타입이냐하면, 스포츠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그러니까 뉴스를 보다가도 스포츠뉴스가 나오면 하일라이트도 안보는 그런 사람인데다가 우리동네 예체능은 왜 재미있는걸까.. 하며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정도의 인간입니다.  제가 알 정도의 스포츠 선수라면 무척 유명한 사람이라는 뜻이 되는거죠. 그러니까.. 김연아, 손연재, 류현진.. 그런 사람요. 하지만 월드컵때는 빨간 옷을 입고 응원을 합니다. 비록 치맥은 안챙겨도요.  너무 사람 많은 곳은 곤란하고, 지난 월드컵때는 영남대에서 응원을 했었습니다.

 

이런 제가 야구장 습격사건이라니요. 서점에서 책을 들고 소설인가 싶어서 앞쪽을 조금 읽다보니 웬걸! 오쿠다 히데오가 정말 야구장에 다녀온 이야기잖아요. 초반부터 선수이름들이 블라블라 나오는데(아니 ごちゃごちゃ 라고 해야할까요. ) 황급히 책을 닫았습니다. 이 책. 내 책이 아니야.

 

 

아, 이거 뭐야. 내가 아는 야구라는 것은 9회까지 있고.. 그러니까 축구처럼 딱 정해진 시간이 있는게 아니라 3진될때까지 하는거니까.. 언제 끝날 줄 모르고, 내가 기다리던 정규방송 잘라먹는. 그런 스포츠인데. 어째서 내가 오쿠다 히데오의 이름만으로 이 책을 읽어야하는거지.

 

그런데, 이웃이신 또비님께서 괜찮다며, 이 책은 야구를 몰라도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용기를 주신 덕에 큰 맘 먹고 읽었습니다. 오호~~ 정말이네. 야구를 몰라도 재미있군.

 

오쿠다 히데오가 야구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오키나와를 시작으로 몇개월 마다 며칠씩 지방의 경기를 관람하러 가는 이야기들이었는데, 타이완까지도 가네요. 게다가 야구 경기 부분에서 살짝 졸기만 하면, 그냥 그의 여행기를 읽는 것 같은 기분. - 우리나라 선수들이랑 팀도 모르는데, 일본의 팀들 알게 뭡니까.

 

이 책을 통해서 오쿠다 히데오라는 사람을 재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상상하던 오쿠다 히데오 그대로 엉뚱하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하고, 닥터 이라부의 슬림버전 같은 그런 사람이기도 하면서, 의외로 소심하고 하고, 남의 눈을 의식하기도 하는 소극적인 모습도 살짝 보여줬습니다. 관광온 티 안내려고 같은 가게를 두번 들어가지 못한다거나, 야구보러 왔다고 솔직히 말하기 민망한지 출장 온 김에 보는 거라고 변명하는 점 같은거요. 게다가 입이 까다로와요. 그러면 장가 못가는데...(야구장습격사건을 쓸때 까지는 독신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런가요?)

 

각 지방에서 벌어지는 야구를 보러 다니는 그의 행적을 따라서 일본의 각지방과 타이완의 사람들의 모습이나 생활을 살짝 엿 볼수 있었습니다. 아주 웃겨요.

 

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 나서는 어쩐지 뜨거운 쌀밥에 창란젓이나 낙지젓을 올려 오돌오돌 짭짤 꼬득꼬득 매콤 고소함을 느끼고 싶어졌습니다. 날씨 때문일까요? 아니면 명태알과 흰쌀밥을 이야기한 오쿠다 히데오 때문일까요.

 

저녁에 먹은 카레가 비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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