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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해요... 하지만 아저씨한테만 살짝 말해 줄게요! - 아트 링크레터의 하우스 파티쇼 어린이 인터뷰집
아트 링크레터 지음, 김병찬 옮김, 찰스 M. 슐츠 그림 / 아테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아이들에게 질문을 해 본적이 있다면, 그들의 기상천외한 대답에 웃기도하고, 놀라기도 하고 혹은 우리 애가 천재인가하는 생각을 했을거에요.
요새 애들은 영악해. 요새 애들은 창의적이야. 요새 애들은 대단한걸? 붕어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요.
착각이었네요. 요새 애들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1950년대 CBS TV의 하우스파티 쇼에서 아트 링크레터와 어린이들의 인터뷰를 본다면 지금도 깔깔 거리실걸요? 제가 그랬듯이요. 정확히 말하자면 인터뷰를 본 것이 아니라 인터뷰 모음집을 읽었지요.
월트 디즈니의 초판 서문(1952년)과 빌 코스비의 서문(2005년)이 달려있는, 게다가 스누피로 유명한 찰스 슐츠의 그림까지 함께 있는 보다가 뿜는 그런 책이었어요.
정말이지 이 책은 안 웃고는 못 배겨요. 예상하고 있던 것의 허를 찔렸을 때 폭소하게 되는데요. 시대는 달라졌지만 어쩌면 이렇게 허를 찌르는 이야기들을 하는지. 하지만 아이들의 희생자는 거의가 부모, 형제, 이웃이죠.
그런데, 사실 저는 그런거 안좋아해요. 몇년 전의 붕어빵을 보면서 아니 이건 그냥 가정사 폭로전이잖아?라는 생각도 했었고요. 요번엔 처음으로 맘마미아를 보고서 깜짝 놀랐어요. 도저히 시끄러워서 못봐주겠더라구요. 저게 뭐하는 짓인가.. 애들은 애들이라 할이야기와 아닌 이야기를 구별 못하니까 그렇구나 하며 몹쓸 피디를 욕하게 되지만, 다 큰 저 어른들. 딸과 엄마의 전쟁통. 저에게는 너무나 낯설었거든요.... 가족끼리 싸우고 저만 잘났다고 하는게.. 재미있다니. 저랑은 코드가 안맞던걸요
아무튼, 이책은 아이들이 의도했던 아니든, 혹은 아트 링크레터가 유도했든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거의 폭탄 수준의 이야기들이 저를 웃게했습니다. 아마 방청객들도 그랬을거에요. 단, 폭탄맞은 당사자는 아니었겠죠?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가 내 침대에 와서 선물이 가득 찬 양말을 거는 걸 봤어요."
"어떻게 생겼어요?"나는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파자마 윗도리를 입었고요, 맥주 병을 들고 있었어요."
p.65
- 엄마는 무슨 일 하세요?
- 일종의 가정주부에요.
- 일종이라면 어떤 종류요?
- 게으른 종류요.
p.94
- 아빠는 대학교 영문학 교수에요.
- 아빠는 학생들을 어떻게 생각해요?
- 글쎄요. 아빠는 자기 반에서 최고의 학생은 눈이 파랗고 금발에 몸에 꽉 끼는 스웨터를 입은 여학생이라고 했어요.
p.105
책을 읽을 때 약간 감안해야하는 것들이 있어요. 이 인터뷰는 1950년대 초반에 이루어 진 것들이라 전쟁이나 총, 이런 것들에 대해 아이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다소 있는 것 같더군요. 물론 마릴린 먼로가 멋지다라고 생각하는 점에는 저도 동의하지만요. 가끔은 동의 할 수 없는 내용들도 있기는 해요. 그렇지만, 아이들의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던걸요.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어요. 이렇게 기발하고, 유쾌하고, 영리하거나 말썽피우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지금 일흔살이 넘은 노인분들이 되었군요. 그 어릴때의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걸까요...? 그리고, 저도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약간 슬퍼졌어요.
하지만, 그 슬픔을 날리기 위해 다시 한번 책을 읽었죠.
역시 유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