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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남자 ㅣ 밀리언셀러 클럽 76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한 남자가 방사능이 섞인 안개에 우연히 노출 된 후 매일 매일 3.75 센티미터씩 줄어듭니다. 키만 줄어들면 노화로 인한 키의 줄어듬이라고 할수 있겠지만 -그렇다고해도 너무 빠른 속도이지만요 - 게다가 키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줄어듭니다. x,y,z 축이 동일한 크기로 줄어드는 것이지요.
이야기의 시작은 이 남자, 스콧이 지하실에서 떨어진지 한참 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아니, 안개에 노출된 데부터 시작이지만....어쨌든 그는 아아.. 불쌍하게도 지하실에서의 그는 스콧이라고 불리우기 보다는 '그'라고 불리는 듯 합니다. 작가로부터요. 그는 거미와의 사투를 벌입니다. 자신이 180센티미터의 보통 남자였을 때는 그냥 무시했을 존재이지만, 지금은 목숨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존재입니다. 노인과 바다에서의 노인이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면서도 포기 하지 않았듯이 그 역시 거미와 싸우면서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 삶이 비록 절망적일지라도.

어쩌면 그는 무언가라도 했어야만 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키가 1센티미터 남짓하기에 이제 키가 0 센티미터 그러니까 제로의 상황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끝까지 생존해갑니다. 생존을 위한 세가지. 물, 식량, 그리고 거미퇴치. 이 세가지는 그를 계속해서 생존케합니다.
아직 살아있기는 하지만 그걸 삶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저 본능적인 생존이라고 불러야 할까? 그렇다. 먹을 것과 물을 위해 투쟁이야 하고 있지만 그건 계속해서 살기로 한 이상 불가피한 선택에 지나지 않았다. 알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가 의미 있는 인간이자 하나의 개인이 될 수 있느냐는 것. 그가 의미가 있을까? 그에게도 생존의 이유가 남아있는 것인가?
p.80

그는 지하실에 떨어져서 사투를 벌이기 전부터 - 줄어들기 시작한 이래로 세상의 모든 고통을 받습니다. 자신의 몸에 생긴 이상 때문에 지출된 병원비. 병원비를 위한 빚, 결국 알게 된 것은 불치의 병이고 자신은 이렇게 점점 줄어들다가 결국은 0 이 되어버릴 것이라는 것이었지요. 끔찍한 절망감이 닥쳐오고, 몸은 줄어들지만 욕망은 줄어들지 않아 더욱 큰 절망에 빠졌습니다. 서커스단에서 자신과 같은 사이즈인 엄지부인을 만나 잠시 행복했지만, 곧 그녀도 그에게는 거인이 되어버릴 거라는 생각에 슬펐습니다.
회사에서 일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수입은 없게되고, 그는 그 자신을 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죽을 만큼 싫었지만 어떻게든 살아야하니까, 각종 잡지나 신문, 방송에 자신을 팝니다. 그렇게해서 받은 얼마간의 돈으로 살아가고, 도 돈이 떨어지면 형에게 도움을 받거나 또 자신을 팔아야합니다. 하지만 엄지 부인을 만난 이후로 그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기록합니다. 이건 단행본으로 팔릴 겁니다.
그러다 눈보라 치는 날 그는 결국 자신의 아이 때문에 집 밖으로 날아가게 되고, 고양이에 쫓겨 지옥같은 지하실로 떨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투를 벌이지요. 그가 사라지게 될 날까지요.
소설의 묘사는 너무나 신기해서, 정말로 그런 일을 겪은 사람이 쓴 것만 같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몸이 줄어드는 것이겠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커져만가는 기이한 경험. '나를 마셔요'라고 쓰여있는 병에 든 것 을 마신 (아니 과자를 먹은거던가요?) 앨리스와는 다릅니다. 당황스럽기는 앨리스나 스콧이나 마찬가지였겠지만 꿈많고 상상을 잘하던 앨리스와는 달리 스콧은 전역군인. 무척 현실적인 아저씨였으니까요. 게다가 그쪽은 판타스틱한 동화, 이쪽은 처절한 생존 소설이니까 전해지는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앨리스는 결국 우리의 세계로 돌아오지만, 스콧은 자신의 세계로 돌아올 희망은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생존하고 있기에 살아갑니다. 마치 우리가 절망적인 현실에 부딛히더라도 좌절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살아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요.
마지막에는 그동안 겪은 건 꿈이었다. 악몽이었다!라며 벌떡 일어나주었으면 하는 희망도 있지만, 리처드 매드슨은 그렇게 유치한 결말을 끌어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마지막에는 그에게 있어서는 정해진 운명 그대로 끝나게 되지만 어쩐지 잘 되었구나하는 기분이 듭니다. 세상의 고통에서 벗어나서 이제부터 진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처럼요.
소설의 뒤쪽에는 몇편의 단편소설들이 들어있습니다.
<나는 전설이다>의 뒷편에 실려있던 단편들보다 훨씬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조금 슬픈것도 있었구요. 리처드 매드슨. 정말 매력적인 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