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살기 - 인생을 보는 가장 단순한 생각들
샤를 와그너 지음, 강서경 옮김 / 큰나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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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 버림을 하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인간관계든 물건이든 차곡 차곡 쌓아놓고 언젠가 쓰일 일이 있겠지...하며 미래의 어느 날을 대비하며 사는 삶(-_-;;)을 살아가는 지라 언젠가 부터 매년 새롭게 시작되는 해에는 작심하지요. 버리는 삶을 살자...단순해지자 지금 니 머리 속이 깨어져 나가는 것도 심장이 뜨겁게 왈랑왈랑 거리는 것은 내 욕망이 토해내는 심호흡이다. 이러면서 마음을 다잡으려고 하는 데요. 마치 곡식 몇 조각으로 연명하는 수도사처럼 모든 것을 비워낸 상태 그것을 꿈꾸고 사는데요. 복잡한 도시의 삶 속에 찌든 제가 과연 이렇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게워내고 비워내는 게 가능할 까 싶은 의구심도 항상 드네요.

며칠 전 다녀온 이집트 보물전에서 인상적인 것이 있었어요.

이집트 인들의 최후의 심판에 관한 내용이었죠. 사후에 저승에 가면 사람의 심장을 꺼내어 심장의 무게로 사람의 죄를 재판하는 거였는데요.  

깃털과 수평을 이루면 사후 세계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 영생을 부여받구요. 깃털보다 무거운 심장을 갖고 있으면 바로 죽음의 세계로 가는 거죠.

표본실에 누운 청개구리의 왈랑 왈랑 왈칵거리는 욕망이 분출되는 심장이 아니라 한없이 모든 욕망을 덜어낸 깃털과 무게가 같아진 심장이 그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심장의 무게였고 그것이 모든 욕심을 덜어낸 이상적인 그대로의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러면서도 피라미드 안에 각종 보물들을 바리 바리 쌓아놓고 동물까지 미이라로 만들어 놓아 차곡 차곡 넣어주는 것을 보고 참 인간은 인간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언젠가 부터 단순하게 살자..정리의 마법...이런 비워내기 책들이 각광 받게 되었죠. 저도 그간 제가 방만하게 벌려놓은 물건들을 차곡 차곡 정리하는 삶을 당분간은 계속 추구하며 살아야하지만 단순히 물건만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을 비워내고 싶어 이 책을 찾아냈지요.  


단순하게 살기..단순한 삶  으로 그간 번역이 여러번 되었던 이 책은 요.

최근 유행이 되고 있는 ‘심플라이프’의 원조이자 바이블이죠.

영감어린 저술 활동으로 프랑스 개혁신앙에 큰 영향을 미친 진보적인 목사 샤를 와그너가 바스티유 빈민가 작은 아파트에서 검소하게 생활하며 저술한 책인데요.

1895년 프랑스에서 첫 출간된 이 책은 존재의 행복과 힘과 아름다움은 단순함의 정신에 그 원천을 두고 있으며, 단순한 삶이 곧 가장 인간적인 삶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물질과 환경으로만 단순함과 소박함을 정의한 것이 아니라 마음 가짐 그리고 생활 태도로 와그너는 단순함을 정의 하는데요. 부자도 충분히 소박해질 수 있고 단순해질 수 있으며 오히려 가난하면서 다른 사람을 이용하고 사기치려고 하는 마음이 바로 단순하지 않은 삶이란 얘길 하죠.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소박하고 단순한 삶이 단순히 형식이나 외형을 일컷는 것 만은 아니라는 왜곡된 단순한 삶에 대한 얘길 통해 단순한 삶의 정의도 새롭게 내려줍니다.

프랑스 한 가정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지난한 풍경을 통해 가장 행복해야 하는 시긴에 복잡한 준비과정으로 피폐해지고 사랑마저 흔들리게 되는 모습을 서두에서 꺼낸 저자는 일하는 동기가 오로지 월급이 전부인 사람들에 대한 비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욕구를 통제하지 못해 갈수록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소유욕 등에 대해 지적해 나갑니다.

제가 놀란 것은 요 1895년에 씌여진 백년도 훨씬 전에 쓰여진 이 책  『단순하게 살기(LA VIE SIMPLE)』 가 놀랍게도 고려짝 유물같은 책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도 생생하게 읽힐 수 있는 책이란 것이었는데요. 저자의 놀라운 예지력 뿐 아니라 어느 시대나 인간의 욕망은 항상 극한에 달했고 사는 형태의 본질은 같은 모습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자는 본질적인 것과 부수적인 것을 혼동하지 않음으로써, 부수적인 것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고 본질에 집중함으로써 우리는 보다 단순하게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요.





“단순하게 살기는 그저 ‘인간’으로서 살아가려는 정신이다. 꽃은 꽃, 제비는 제비, 바위는 바위이기를 바라는 것, 인간은 인간이어야지 여우나 토끼나 맹수나 돼지여서는 안 된다는 것, 이것이 전부다.”

“액자가 곧 그림이 아니라는 사실은, 승복이 스님이 아니고, 제복이 군대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그림은, 여기서는 인간인 것이다. 액자를 손질해 아름답게 꾸미고 있는 사이에, 사람들은 중요한 그림을 잊어버리고 소홀히 하여 망가뜨리고 만다.”

저자는 우리가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적인 인간’, ‘인간다운 인간’, 그저 ‘인간’으로서 살아가려는 마음가짐, 그 하나의 정신을 지녀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우리가 스스로 ‘인간’이 되길 바람과 동시에 나와 다른 타인 또한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사랑해야 진정한 ‘단순하게 살기’를 실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없는 것 없이 다 가졌으면서 만족할 줄 모르는, 버릇없는 아이의 투정과도 같은 복잡한 정신 상태를 갖게 되었다고 지적하는데요.

이 때문에 사람들이 본질적인 것과 부수적인 것을 혼동하고, 내면의 중심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단순함은 일종의 정신 상태인데요.

자신이 원하는 존재방식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심플라이프의 정신이며, 바로 이 때 인간이 가장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옷이 한 벌밖에 없는 여성들이 매일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꼭 필요한 음식만 절제하며 먹는 사람들은 내일 무얼 먹을까 고민하지 않는다. …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길을 걸어가는 나그네는 샛길로 빠지지 말아야 하고, 쓸모없는 짐들 때문에 거추장스럽지 않아야 한다.”

                                                       -본문 중-



우리가 소유한 물건 중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20%도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우리에게 정작 필요치 않은 물건이나 마음의 짐들을 가득 가득 쌓아서 이고지고 괴로워하는 삶을 사시겠습니까? 아니면 불필요한 것들을 하나 둘씩 내려놓고 그 비워진 자리에 새로운 변치않는 가치들을 차곡 차곡 쌓아올리시겠습니까? 

​삶의 변화는 꿈꾸는 자의 몫이란 얘기도 떠오르는데요.

궁극적으로 이 책에서 샤를 와그너는 그런 것을 얘기하고싶은 것은 아니었는지 싶네요.

그가 말하는 단순함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가짐인데요.

쓸데없는 것에 나를 빼앗기지 않을 자유이기도 하고 어쩌면 그것은 인간이 자신이 원하는 존재방식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일 때, 다시 말해 아주 솔직하게 그저 한 인간이고 싶을 때가 가장 단순해지는 거 같네요. 

꽃은 꽃답고 제비는 제비답고 인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단순한 것이라는 사실이죠.

가장 좋아하고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있고, 필요 이상의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건강해지고, 집 크기를 늘릴 필요도 없고, 그에 따라 많은 돈을 벌어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한참 고되게 일하다가 돌아온 자식을 위해 엄마가 차려준 밥상처럼 엄마가 체할라..천천히 먹어라 하며 두드려주는 손길처럼 누군가에게 위로 받듯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낍니다. 바쁜 일상에 힐링의 손길이 되어주는 책이라 본문에 나온 내용을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뭘 먹고, 뭘 마시고, 뭘 입지?” 당장 끼니를 때울 밥, 몸을 뉠 집이 없는 사람들이 떠올릴 질문 같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무심코 자주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유복한 삶을 누리면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떨치지 못한다면, 이 불안감은 없는 것 없이 다 가졌으면서도 만족할 줄 모르는 버릇없는 아이의 투정과도 같다. 가난한 것이 단순한 삶이 아니다. 단순함은 일종의 정신상태이다. 




너무나도 많은 쓸데없는 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고 생기 있게 해주어야 할 진리와 정의와 온정과 이상에서 우리를 격리시키고 있다. 이러한 가시덤불이 우리와 우리의 행복을 덮어준다는 구실로, 우리에게서 빛을 가리고 있다. 우리는 언제가 되어야, 사람의 눈을 속이는 갖가지 유혹에 대하여 “거기 좀 비켜주게나. 해가 들지 않는군.” 하고 현자의 답을 흉내 낼 용기를 갖게 될까?
---「서문」중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한 거란다. 다른 일들은 별거 아니야. 정신을 빼앗길 만한 일이 아니란다.” 예비부부는 할머니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지난 몇 주간 갖가지 관습과 무리한 요구, 무익한 일들을 위해 자신들의 사랑을 희생해야만 했다. 그들 생애에서 가장 결정적인 이 순간에, 본질은 억지로 마음에서 밀어놓고, 수많은 부수적인 것들에 휘둘려 고통을 당했다.

“아가들아, 정말이지 이 세상은 너무도 복잡해졌구나. 이런 세상을 위해 인간이 지금까지보다 더 맞추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는 거란다…. 아니, 그럴 때가 아니란다….”
---「복잡한 삶」중에서

…조금 검소하기만 했어도 유복하게 생활할 수 있었을 텐데, 언제나 돈이 궁했던 그는 가족을 남겨두고 돈을 벌기 위해 먼 식민지로 떠났다. 그 불운한 남자가 거기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지금까지보다 더 좋은 아파트에 살고, 지금까지보다 더 멋진 옷차림을 하고, 마차와 비슷한 것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아직까지는 무척 만족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그 사치에, 아직까지는 그리 대단하지 않은 그 사치에 익숙해질 것이다.
---「단순한 욕구」중에서

사람들은 환자의 병문안을 갈 때는 입원실에 들어서기 전에 미소를 지우고, 불행한 사람을 만나러 갈 때는 어두운 얼굴이나 슬픈 표정을 하고, 대화의 주제도 비통한 것으로 고른다. 이처럼 우리는 어두운 사람에게 어두움을 가져다주고, 그늘진 사람에게 그늘을 가져다준다.
---「단순한 즐거움」중에서

우리는 누구나 개인의 권력에 대항하는 무언가를 자기 안에 품고 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매우 존중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평등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이기 때문에, 나에게 복종을 강요할 권리를 가진 자는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나를 복종시키려고 한다면 그는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이며, 순순히 초라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만과 사회관계에서의 단순함」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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