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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단어들 - 삶의 장면마다 발견하는 순우리말 목록
신효원 지음 / 생각지도 / 2025년 10월
평점 :
우리가 사랑한 단어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소설이나 에세이, 혹은 시를 접할 때 내가 몰랐던(알고나니 너무 예뻤고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잊지 않고 싶던) 어휘들을 만날 때가 있다. 보물을 발견한 것마냥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했다. 그런 어휘는 주로 보드랍고 정갈했는데 문장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들었다. 주로 순우리말이 많았는데 그래서 더 한글을 좋아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오늘 읽은 책 <우리가 사랑한 단어들>은 제목처럼 우리가 사랑한, 사랑할 단어들이 가득히 담겨있었다. 방송인 이금희씨의 추천사대로 AI는 쓸 수 없는 사색과 상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라는 표현이 적확했다. 순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되새길 수 있는, 다가오는 올해의 한글날이 더욱 의미있을 것 같다. 목차를 살펴보니 여러 가지 주제로 순우리말을 분류했다. 기억을 부르는 순우리말을 시작으로 성격, 소리, 감각, 사랑, 기대와 실망, 시선, 웃음과 울음, 불안, 표정 등 다양한 소재의 순우리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은 저자가 좋아하는 순우리말이 수록되어 있었고 말이다. 국어사전처럼 딱딱하게 소개하는 것이라면 이 책에 감흥이 없었을 텐데, 저자는 소개하고픈 순우리말을 에세이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다. 마치 옆에서 소곤소곤 이야기하듯 다정하다. 무려 28개의 주제어에 포함된 750여개의 단어들이라니.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 형식으로. 정말 이 정서가 반갑고 필사하고싶을만큼 꾸준히 간직하고 싶다. 더불어 글을 쓸 때 기억해뒀다가 꼭 적절하게 써보고도 싶다. 기억에 남았던 순우리말은 침착하고 참을성 있다는 뜻의 ‘잔드근히’. 7년이라는 긴 세월을 땅속에서 유충으로 잔드근히 지내던 매미는 세상 밖으로 나와 2,3주간 구애에 몰두하다 생을 마감한다는 문장이다. 매미의 7년이란 차분한 인내의 과정은 성숙함과도 맞닿아 있어 조용한 기다림을 연상시킨다. 저자는 이 잔드근하다는 표현을 확장시켜 인내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인 지멸있다는 말을 추가한다.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이란 뜻이다. ‘지며리’ 는 이 뜻의 부사로서 ‘학창시절 공부를 지며리 했다’ 와 같이 쓸 수 있다고 예시를 들었다. 매미의 모습에서도 우린 순우리말을 적어내려가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삶의 장면마다 발견하는 순우리말들을 통해 우리의 말과 글, 삶에 품위를 더하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도록 하자. 우리말을 한층 더 아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