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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탕수육 - 북디자이너의 마감식
김마리 지음 / 뉘앙스 / 2025년 9월
평점 :
어떤 탕수육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아빠 친구분 중에 서울 모처에서 중식당을 운영하시는 분이 있었다. 평소 기껏해야 짜장면, 짬뽕을 먹던 나는 그곳을 가게 되면 코스요리를 주문하면 나오는 각종 요리를 공짜로 맛볼 수 있었다. 유산술, 팔보채, 깐풍기, 고추잡채 등보다 내가 제일 애정했던 건 단연 탕수육이었다. 소스가 하앴고 지금까지 먹어본 탕수육 중 제일이었다. 요즘 배달로 시켜먹는 탕수육은 케찹이 의심되는 새콤달콤한 맛이라 너무 아쉽다. 오늘 읽은 책 <어떤 탕수육>은 프리랜서 북디자이너인 저자가 마감식으로 먹는 서른 가지의 탕수육을 소개하고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나의 추억을 건드려 더욱 이 맛이 고달프다. 표지를 넘기면 컬러로 30가지의 탕수육 사진이 삽입되어 있다. 군침이 돈다. 난 어릴적부터 부먹파였는데 다름 아닌 소스로 옷을 입힌 모습이 탕수육의 완성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찍먹파는 싫어하겠지만. 어쨌든 탕수육은 일의 마감 뒤 먹는 위로의 음식 그 이상이라 하겠다. 일부러 시간과 마음을 써서 행복한 식사를 하는 행위는 나를 위한 최상의 돌봄이 아닐까? 그녀는 서른가지의 탕수육에 안도의 맛, 은근의 맛, 정중한 맛 등 나름의 이름을 붙여 그것을 소회하고 기록했다. 난 사진을 보고 가장 맛있을 것 같은 중국집을 발췌해서 읽어보았다. ‘중국’ 이란 이름의 중국집. 단순하면서 직관적이라 인상깊다. 자신이 졸업한 모교 앞에서 식당을 하는 주인장은 모교후배들에겐 더 다정한 마음으로 서비스를 주신다고 한다. 오전 10시에 오픈하여 오후1시에 문을 닫는, 이 자부심 넘치는 3시간 장사. 더 기대된다. 이 책을 통해 부먹이 아닌 ‘볶먹’ 에 대해 알았는데 탕수육은 원래 볶아서 먹는 음식이고 그래서 소스가 흐르지 않고 튀김옷이 잘 입혀지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맛있어 보이는 ‘명화원’ 은 서울 3대 탕수육집이었다. 동네 백반집 같은 분위기의 작고 오래된 인테리어지만 탕수육을 한 입 베어물었을 때 신맛과 단맛, 팡팡 터지는 고기 육즙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여 입맛을 다셨다. 저자는 말했다. 이 복잡한 맛은 요리사의 고민과 시도, 노력 끝에 우리 혀 끝에 도달하는 다채로운 풍미가 되는 것이라고. 인생도 단맛이 꼭 설탕일 필요 없고 신맛이 꼭 식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듯, 다양한 기쁨과 슬픔을 맛볼수록 더욱 삶이 풍요로워지는것은 아닐까. 마지막 페이지에 싹쓸이한 그릇사진 한 장으로 온갖 미사여구의 필요성을 덮.었.다!
조금전 점심을 먹었는데 오늘 꼭 탕수육을 먹어야 할 것 같다. 소개된 집으로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