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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런 하루가 있을 수도 있는 거지
이정영 지음 / 북스고 / 2023년 9월
평점 :
그냥 그런 하루가 있을 수도 있는 거지
지나간 계절을 그리워하지만 곧 다가올 내일의 감정을 기대하는 사람, 작가 이정영님의 모습을 닮고 싶다. <그냥 그런 하루가 있을수도 있는거지>은 첫 번째 계절부터 네 번째 계절을 그만의 느낌으로 채운 책이다. 예상과는 다르게 마른 잎에 마음을 담은 지금의 가을을 시작으로 물방울이 방울지던 그해 여름날로 끝맺어 한창 깊어져가는 가을날의 현재성이 두드러지게 느껴졌다.
난 오늘 이 책의 제목처럼 자의가 아닌 그냥 그런 하루를 보냈다. 아니 어쩌면 내 마음이 아쉬워서 후회가 남는 그냥 그런 하루였을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경험하고 나면 잇따른 아쉬움이 생긴다고 한다. 짧은 휴직 기간동안 두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나이 마흔에 운전면허를 따볼 심산으로 며칠 째 도로주행 연습을 한 뒤 시험을 본 날이다. 바로 오늘. 필기와 기능을 한 번에 높은 점수로 합격한 건 단지 운이었던가. 내 운은 여기까지였나보다. 바라고 바랐던 가장 쉬운 A코스를 시험보면서 이 황금같은 기회를 날려먹었다. 돌아오는 청명한 가을 하늘이 괜히 원망스러웠다. 아직 서툰 내 탓인데 온 몸에 힘이 쭉 빠져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번 주 내내 온 몸에 힘이 들어가 긴장하고 경직된 채 몸살에 걸릴 것 같았던 내 모습과 대비될 만큼 걸을 힘도 없어졌다. 한 번에 따야 한다는 강박때문인지 올 가을앓이는 운전면허따기 프로젝트로 크게 앓을 것 같다.
책의 겨울챕터 소제목인 <아름>에선 ‘살아 숨쉬고 있는 동안 내가 사랑해 왔던 날들을 양팔 가득 벌려 한 아름씩 안아 주기로 했다.’는 구절에 유독 눈길이 간다. 오늘도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 아이들은 내 품에 안겨 서로 자려고 아등바등거렸다. 난 십자가를 진 사람처럼 양쪽에 팔을 뻗고 팔베개를 해주다 쥐가 날 지경이 되었지만 이 또한 행복에 겨워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을 기꺼이 맞이하기로 했다. 몸은 천근만근 힘들었지만 왠지 그와는 반대로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주는 사랑이 아이러니하게도 날 힘이 나게 했다.
여름의 <쉼표가 많은 삶>에선 삶 속에서 더디고 느리게 흘러가는 것들을 존경하고 사랑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나도 갖고 싶었다. 무조건 빠르게 완성해가고 싶은 나의 계획들을 내려놓고 한 템포 쉬어가며 멈추고 들여다본다면 발견할 수 있는 행복과 의미있는 것들이 좀 더 많아지겠지.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놓치고 사는 것은 없는지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