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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평점 :
10대 때는 문학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책을 읽었다.
20대 때는 지식에 대한 목마름으로 책을 읽었다.
30대인 지금은 위의 동기와 더하여 진짜 어른을 찾고 싶어 책을 읽는다.
요즘엔 애다운 애도 없다고 하지만 어른다운 어른도 찾기 힘들다.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 사람들에 환멸을 느끼거나 한 줄기 희망이라도 보고 싶을 때 책을 꺼내들게 된다.
뭔가 거창한 커리어를 갖고 있지 않아도 연륜에서 묻어나는 진정한 조언을 할 줄 아는 사람, 나이가 많은 걸 대단하게 여기지 않고 어린 사람들도 존중하며 존대할 줄 아는 사람, 집안 일 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일에서도 진짜다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를 통해 본 밀라논나가 바로 내가 찾던 귀인이었다.
'밀라노에 왔다 갔다 하는 할머니' 밀라논나.
장명숙 석자는 누구인지 부연설명이 필요할테지만 밀라논나라고 하면 그 어떠한 설명조차 필요하지 않다.
대학교수, 무대의상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패션 컨설턴트, 패션 칼럼니스트, 의류 회사 고문, 백화점 고문 겸 바이어, 인기 유튜버.. 이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하기 힘든데 모든 것을 멋지게 소화해 낸 장본인 밀라논나. 밀라논나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인 '아미치'이기 때문에 이 분이 인간적으로 얼마나 멋진 분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 긴밀히 연결되니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단지 여는 글만 읽었는데도 나는 이 책을 내가 읽은 올해 최고의 책 중 한 권으로 점찍었다. 정말 따뜻했고 친절했고 또 아름다웠다. 멋진 커리어와 현대적인 외모 그리고 센스를 차치하고서라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70대 할머니 밀라논나에 열광하고 워너비라고 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별 생각없이 집어든, 심지어 가제본인 이 책이 나에게 너무나도 크게 와닿았다. 읽는 동안 행복했고 하나뿐인 나에게 더욱더 예의를 갖추며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